한콘진, 캐릭터 지원사업에 불만 폭증.."현실성없는 운영 정말인가요"

동아닷컴

입력 2019-02-15 14:23 수정 2019-02-15 14:2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현실성이 전혀 없어요. 말씀하신 게 정말인가요? 황당해서 진짜인지 다시 물어보는 거에요."

질의응답 시간. 불만섞인 질문이 터져나왔다. 답변자인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김영준, 이하 한콘진) 담당자는 진땀을 흘리며 수습하기에 바빴다.

2019 캐릭터 라이선싱산업팀 지원사업 설명회 / 게임동아 제공

지난 2월13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콘텐츠 인재캠퍼스에서 열린 2019 캐릭터 라이선싱산업팀 지원사업 설명회는 이렇게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 됐다.

한콘진이 진행한 이 설명회는 과제별 최대 3억 원 지원, 20여 개의 지원업체를 선정한다는 소식에 시작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특히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 등에 한정됐던 지원사업이 게임이나 웹툰, 웹소설 등으로 확장된다는 발표에 150여 명의 콘텐츠 기업들의 관계자가 몰려들었고, 행사장은 설명회 1시간 전부터 긴장감 마저 감도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현실성이 없는 내용이라며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기간이었다. 한콘진은 이날 ▲ 신규 캐릭터IP 개발 및 사업화 ▲ 캐릭터 공모전 지원 ▲ 콘텐츠IP 라이선싱 지원사업 등 3가지를 발표했는데, 기간이 단 7개월만 주어졌다. 4월에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11월까지 프로젝트를 종료해야한다는 것.

콘텐츠 업체 입장들에게 단 7개월 만에 콘텐츠를 기획하고, IP를 계약하고, 제품을 만든 후 상용화까지 하라는 것인데, 이에 관계자들은 혀를 끌끌 찼다. 현실성이 극히 결여된 일정이기 때문에 경쟁력있는 콘텐츠를 만들기는 커녕 완료 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행사장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영화와 게임, 드라마, 웹툰의 경우 보통 개발기간이 1~2년은 족히 걸린다. 다른 분야도 개발 기간에 최소 1년 이상은 걸릴텐데 어떤 분야로 응모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한콘진의 지원사업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또 한 명의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는 불가능해보이는데, 지난 몇 년간 준비하다가 올해 완료되는 프로젝트들만 응모하라는 것인가?"라고 질문했고, 한콘진 담당자는 "안타깝지만 올해 지원사업은 올해 안에 끝나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특히 한콘진 측에서 "과제를 완료하지 못하면 지원 금액을 몰수 당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행사장의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해졌다. 설명회 중간에 자리를 뜨고 이동하는 관계자들도 곧잘 눈에 띄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한콘진 지원사업이 태생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콘텐츠 분야 특성에 맞게 사업을 편성해야 하는데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하다보니 산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A대학의 한 교수는 "졸속 행정의 전형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며 "이렇게 기업들을 기간에 쫓기게 하면 기업들도 경쟁력을 갖추기 보다 '정부 자금 따먹기'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정말로 능력있는 콘텐츠 기업을 진흥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앞장서서 세금을 축내게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 로고 / 공식 홈페이지 발췌

다만 한콘진 측도 이유는 있었다. 한콘진 측은 "원래는 콘텐츠 제작분야의 특성에 맞춰 사업기간을 늘리고자 했으나 다년간 국회 예결위에서 예산을 년 단위로 마감하라고 지적을 받았다."며 "또 한콘진이 공공기관으로써 단년도 회계가 명시된 국가 재정법 을 준수하지 않을 수 없어 이같은 일이 발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콘진 관계자는 또 "다만 향후에는 콘텐츠 기업들의 특성을 생각해 기획, 제작, 유통 등 단계별 분야로 사업을 세분화하여 기간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학동 기자 igelau@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