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유영]종이신문의 변신과 귀환 구독의 본령에서 길을 찾다
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입력 2019-02-15 03:00 수정 2019-02-15 03:00
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신문은 죽어 가는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자들은 때때로 도발적인 질문을 접한다. 독자 감소와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도 질문에 곁들여진다. 2019년 이 질문을 다시 받는다면 뉴욕타임스 얘기부터 꺼내야 할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망해간다(failing)”고 맹비난을 받았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의 구독자(430만 명)를 확보하며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디지털 전략이 주효했다. 뉴욕타임스는 온라인에서 기사 10건을 공짜로 읽게 하지만 그 이상 읽으려는 독자에게는 ‘1년간 1주일에 1달러($1.00 a week for one year)’라는 구독 유도 메시지를 띄운다. 페이월(paywall·지불장벽)을 치는 방식이다.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구독자는 지난해 33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급증했다. 광고의 질(質)도 달라졌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디지털 광고액(1억300만 달러)이 사상 처음으로 지면 광고액(8800만 달러)을 넘어섰다. 하버드대 산하 니먼저널리즘랩은 “뉴욕타임스가 명실상부한 디지털 기업으로 가고 있다”고 평했다.
이는 디지털 미디어 선봉에 섰던 뉴미디어가 오히려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때 기업가치 15억 달러에 달했던 버즈피드(Buzzfeed)와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동영상으로 유명한 바이스(Vice)가 최근 대대적인 감원에 나섰다. 소셜미디어를 등에 업고 성장한 믹(Mic)과 매셔블(Mashable)이 헐값에 매각되다시피 했다.
미디어 전문가인 짐 밴더하이는 뉴미디어가 이용자 시간을 불필요하게 점유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무료지만 알맹이 없는 리스티클(목록을 뜻하는 리스트와 기사를 나타내는 아티클의 합성어로 ‘○○○하는 ○가지 방법’ 같은 콘텐츠), 자극적인 제목, 눈요기에 그치는 사진 등을 가리켜 똥구덩이(crap-trap)로 표현하기도 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168년의 전통을 바탕으로 강한 저널리즘(strong journalism)을 구현하고 있다. 지난해 120명을 신규 채용해 총 1600여 명의 기자 군단을 꾸리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지닌 백악관 인사들의 익명 기고문을 실어 파장을 일으켰고 페이스북의 정보 유출 등 탐사보도로 이목을 끌었다.
다른 올드미디어도 선전하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2013년 인수한 뒤 철저히 디지털 위주로 시스템을 바꿔 현재 디지털 구독자 비중이 70%에 이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디지털 구독자 75만 명을 확보했다. 영화나 음악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일정 기간 사용료를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는 ‘구독경제’가 최근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구독의 원조 격인 신문이 21세기 디지털 구독으로 다시 살아나는 셈이다.
국내에서 디지털 구독은 초기 단계지만 올드미디어의 귀환은 일단 반갑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쓸데없거나 부정확하고 선전·선동·혐오 콘텐츠가 적지 않은 시대에 양질의 저널리즘을 갈구하는 독자라면 한 달에 커피 한 잔 값을 기꺼이 지불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리처드 징그러스 구글 뉴스부문 총괄 부사장이 “이제야 진정한 뉴스 비즈니스 시대가 왔다”고 단언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탈진실의 시대에 일부 집단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팩트가 가짜뉴스로 치부되거나 때때로 맹비난을 받아도, 우리 기자들은 취재원 발언 한마디를 더 듣기 위해 ‘뻗치기’(취재원을 무작정 기다리기)를 하고 팩트는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며 오늘도 노트북을 연다. 신문은 죽지 않았다.
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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