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것은 앰프인가? 휴대용 플레이어인가? 소니 DMP-Z1

동아닷컴

입력 2019-02-14 15:58 수정 2019-02-1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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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음질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거듭하는 사람이 있다. 오디오(하이파이) 마니아들이 그렇다. 티는 잘 안 나는 것 같은데 느낌적 느낌을 위해 스피커를 선택하는 것도 모자라 증폭기와 선재 등을 꼼꼼히 고르며 음질 정체성을 향한 여정을 떠난다.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이 투입될 정도다. 그래서일까? 오디오는 패가망신하는 취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소니 DMP-Z1도 가격만 들으면 도저히 일반인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을 자랑한다. 약 1,000만 원에 육박하기 때문. 하지만 오디오 마니아 입장에서 보면 이만큼 합리적인 제품이 또 어디에 있을까 생각할지도 모른다. 고성능·고출력 앰프(증폭기)에 고해상 음원 재생기를 하나로 합친 '올인원(일체형)' 기기이니 말이다.

휴대용 플레이어에 앰프를? '화끈한 조합'

고성능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DAC)를 탑재한 고해상 음원 재생기는 많았지만 소니 DMP-Z1은 그 틀 자체를 비틀어 자신만의 생각으로 완성했다. 앰프(증폭기)와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를 합치는 것인데, 비록 생김새는 조금 엽기적(휴대용이라는데 그렇게 안 생겼다)이지만 그 능력 자체는 충실히 수행하도록 설계했다. 휴대용이지만 거치형으로도 충분히 사용 가능할 정도의 실력을 보유한 것이 이 제품이다.

오디오 출력 단자와 조작을 위한 버튼 및 다이얼 등이 전면에 위치해 있다(출처=IT동아)

디자인 자체는 단순하면서도 포인트를 잘 부각시키도록 했다. 실제로 눈에 띄는 것이 중앙 다이얼인데, 음량 조절에 쓰인다. 이 다이얼은 본체와 달리 금빛이 돈다. 당연히 눈에 띌 수 밖에. 하지만 이 다이얼은 알프스(ALPS) 사가 생산한 로터리 볼륨이다. RK501이라고 부르는데 소니가 특별 주문한 것이다.

조작계도 상당히 직관적이다. 상단에는 인치 크기의 터치 디스플레이와 함께 수동 조작 가능한 3개의 버튼만이 제공된다. 전면에는 로터리 볼륨과 전원 버튼만 조작 가능한 형태다. 총 4개의 버튼과 1개의 다이얼(로터리 볼륨), 터치 디스플레이로만 구성된 제품이다. 출력은 3.5mm 스테레오(언밸런스)와 4.4mm 스테레오(밸런스) 단자 2개가 제공된다.

크기가 상당하다. 폭 138mm, 길이 278.7mm, 높이 68.1mm 가량이다. 이걸 가지고 지인들에게 “이거 휴대용이야”라고 말했더니 하나 같이 비웃었을 정도. 무게도 약 2.5kg에 달하기 때문에 덩치를 감안하면 휴대용이라 보기에는 다소 불편함과 민망함이 교차하는 것이 사실. 하지만 그만큼 재생 실력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이 제품을 휴대하기 위해 패키지 자체에도 손잡이가 달려 있다.

기기 후면에는 충전 단자와 USB-C 규격 단자가 제공된다(출처=IT동아)

기기 후면은 충전 단자와 USB-C 연결 단자 두 개가 제공된다. 전원 어댑터를 활용해 충전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USB-C 단자는 음원을 주고 받는 것 외에도 PC에 연결하면 자체적으로 DAC 역할을 한다. USB 디지털 입출력은 의외의 매력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PC에 연결해 음원을 듣는 PC-파이(PC-Fi) 사용자 수도 적지 않아서다.

USB DAC 입력은 비동기 전송 방식을 통해 불안정 신호(지터)를 크게 줄였다. 디지털 출력이 이뤄지면 디지털 직송출(DSD – Direct Stream Digital) 출력은 펄스 부호변조(PCM – Pulse Code Modulation) 변환 출력 또는 DSD 저손실(RAW) 출력 모드(DoP – DSD over PCM)로 자동 전환된다.

측면에 마이크로 SD 카드 단자 2개가 제공되며, 임의로 확장 가능하다. 기본 저장공간은 256GB다(출처=IT동아)

측면에는 마이크로 SD 규격의 메모리카드 2개 장착할 수 있는 슬롯이 제공된다. 이를 활용해 더 많은 음원을 담을 수 있다. 내장 메모리는 256GB 가량. 이 정도만 하더라도 고해상 음원 위주로 감상하는 사용자라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 때 마이크로 SD 카드를 활용해 공간을 늘리면 된다.

원음의 감동까지는 모르겠지만 '재생 능력은 출중'

소니 DMP-Z1의 성능과 기능을 하나씩 확인해 볼 차례다. 음악 감상을 위해 헤드폰을 활용했는데, 제품은 소니 MDR-Z1R이다. 연결은 4.4mm 밸런스 단자로 진행했고, 음원은 24비트/96kHz 이상 고해상 파일들을 재생했다. 플레이어나 헤드폰 등의 성능을 감안하면 충분한 음원 감상 환경이 될 것이라 예상해 본다.

여러 음원들을 재생해 본 결과, 음질과 출력 모두 흠잡을 데 없이 뛰어나다. 이게 정말 휴대용인가 싶을 정도. MDR-Z1R을 활용하니 부드러우면서도 오밀조밀한 표현력이 인상적이다. 비록 덩치가 휴대용 치고는 크지만 DMP-Z1은 앰프에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를 합치려는 목적 이상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낸다.

좋은 리시버와 호흡을 맞춘다면 음질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없다(출처=IT동아)

그 비결은 좌우가 따로 소리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앰프 컨트롤러를 배치했기 때문이다. 제품 내에는 TI의 TPA6120A2 아날로그 앰프 집적회로(IC)를 총 2개 배치했다. 이를 통해 전고주파 왜곡(THD)을 -112.5 데시벨(dB), 신호대 잡음비(SNR)를 128dB까지 구현해냈다. 출력도 저항 16옴 기준으로 4.4mm는 최대 1,500mW, 3.5mm는 최대 570mW까지 전달한다. 단자에 연결되는 전원 케이블은 킴버케이블(Kimber Kable)의 4심 나선 구조 케이블로 정성스럽게 마무리했다.

디지털 아날로그 변환기(DAC)는 AKM의 AK4497EQ를 쓴다. 32비트 신호 처리가 가능한 것으로 이 역시 2개를 탑재했다. 여기에 전기 이중층 캐패시터와 고분자 캐패시터, 전원 제어를 위한 집적회로 등을 적용해 급변할 수 있는 전력 공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출력은 DSD가 11.2MHz, PCM은 32비트/384kHz까지 재생해낸다.

현장감 넘치는 소리 재생을 위한 기술도 다양하게 적용됐다. DSD 리마스터링 엔진을 통해 모든 PCM 입력 음원을 5.6MHz DSD 신호로 변환한다. 손실 압축 음원의 해상력을 높여주는 DSEE HX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더욱 업그레이드 됐다. 이제 인공지능이 곡의 장르를 자동으로 판별해 음역대 복구를 진행한다 무선 연결를 지원해 활용도도 높은 편이다.

배터리로 구동되는 구조이고, 아날로그와 디지털 출력부에 각각 배터리 셀을 배정했기 때문에 노이즈에 대한 우려도 느껴지지 않는다. 충전을 위해 전원을 연결해도 별도로 설정하지 않으면 재생 중에는 배터리를 우선 소모하도록 되어 있다. 이 점을 인지하지 않으면 자칫 기기가 충전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니 참고하자.

배터리는 총 5개 셀을 활용했다. 아날로그에 각각 2개씩 총 4개를 적용했으며, 디지털에도 1개 배분해 두었다. 총 6,860mAh 용량인데, 상황에 따라 배터리 효율이 다르므로 이렇게 배치했다고 해서 장시간 재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각 입출력 라인에 안정적인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서 구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4.4mm 케이블을 활용해 최대 10시간 사용 가능한 수준을 구현한 점은 인상적이다. 실제 테스트해 보니 약 8시간 가량 사용 가능했다.

음량 조절도 매우 세밀하다. 소니가 특별 주문한 알프스 사의 로터리 볼륨은 물 흐르듯 매끄럽게 돌아가며, 그에 따라 자연스레 음량 조절이 이뤄진다. 이를 위해 소니는 금도금 멀티 와이어 브러시를 패턴폭 전체에 배치했으며, 왜곡을 줄이기 위한 저항 패턴 공법을 경면 저항체에 적용해 적은 최소한의 마찰로 잡음을 억제했다.

배터리 지속 시간도 제품 성향을 고려하면 비교적 긴 편에 속한다(출처=IT동아)

일반적인 휴대용 음감 조합인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혹은 스마트폰) + 휴대용 앰프 대비 DMP-Z1의 출력이나 음질은 나무랄 데 없다. 이와 별개로 기자가 보유하고 있는 슈어 SE535(3.5mm)를 연결해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어폰이 제품의 성능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인상을 줄 정도다. 그만큼 출력이 뛰어나다.

DMP-Z1의 플레이어는 워크맨과 다르지 않다. 조작이 비교적 단순해 쉽게 적응 가능한 수준(출처=IT동아)

인터페이스 구성도 간결해서 조금만 조작하면 쉽게 다룰 수 있게 했다. 기본적으로 구동하면 재생 관련 기능들이 나타나는데, 여기에서 상하좌우로 손가락을 움직이면 그에 따른 메뉴들로 이동하게 된다. 재생 중을 기준으로 좌측에는 재생 목록, 우측에는 책갈피(즐겨찾기) 목록, 상단에는 음원 검색, 하단에는 출력 관련 기능이 제공된다.

필요에 따라 화면 상단을 터치하거나 설정 아이콘을 터치하는 것으로 세부 기능 활용을 지원한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처럼 구현했지만 실제로는 소니가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한다.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

소니 DMP-Z1. 좋은 것은 다 넣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음질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 입력단자 선택부터 이들을 잇는 케이블, 전원부 배치, 직접 회로와 부품들의 구성, 이들을 담아내는 뼈대에 이르기까지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소니가 오랜 시간 갈고 닦은 사운드 기술을 총망라함으로써 완성도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가격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거의 1,000만 원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 수준의 몸값을 제시하고 있어서다. 최고 수준의 부품들과 제조 공정 등을 감안하면 수긍이 되지만 동시에 누구나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물건이 되어버렸다. 고음질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모르겠지만, 반대라면 그저 값 비싼 사치품에 불과하다.

일부 처리 과정이 매우 느려서 답답하다(출처=IT동아)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기기 내에 있는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는 타 워크맨들과 마찬가지로 자체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이게 매우 느리다. 기기 특성상 켜고 끄는 일이 많아지는 것에 비해 초기 시작 속도도 느리거니와 재생 목록을 만드는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음원 하나씩 재생 목록에 넣으려니 약 20~30초 가량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파일 복사가 아닌, 단순히 목록을 구성하는 것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휴대용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이자 앰프로써의 가치를 보여준 소니 DMP-Z1.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소리(음악감상)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동아닷컴 IT전문 강형석 기자 redb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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