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졌지만… 데이터 무장 AI, 입담 거침없었다
허동준 기자
입력 2019-02-14 03:00 수정 2019-02-14 09:46
IBM ‘싱크 2019’ 이색 토론 배틀
11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예르바 부에나 센터. IBM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토론형 AI ‘프로젝트 디베이터’가 발언권을 얻자 세계 토론대회 최다 우승자인 해리시 나타라잔(31)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후손들에게도 말해줄 수 있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는 진행자의 말처럼 세기의 토론 대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토론 주제는 ‘유치원 보조금 지급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여러 시사 이슈 가운데 무작위로 정해졌다. 토론은 인간과 AI가 같은 조건에서 15분을 똑같이 준비한 다음 4분 동안 각자의 주장, 4분 동안 서로의 의견 반박, 2분간의 마무리 발언 순으로 진행됐다.
○ ‘데이터 공세’ AI vs ‘감성적 접근’ 인간
찬성 입장을 맡은 AI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AI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교육 부재로 인한 범죄율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보고서를 비롯해 다양한 연구 자료와 통계들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신문과 잡지 등에서 학습한 100억 개의 문장을 기반으로 짜낸 논리 구성이 돋보였다.
이에 나타라잔은 “유치원 보조금이 주로 중산층을 위한 정치적 지원금 성격이기 때문에 더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해당 보조금을 써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실제로 유치원 보조금의 혜택이 빈곤층 가정 자녀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서로 의견을 반박하는 2라운드는 더욱 긴박했다. AI는 “보조금은 상호배타적인 성격이 아니다”라며 나타라잔의 의견을 반박했고, 나타라잔은 “소외계층에 실질 혜택이 돌아가도록 세금을 써야 한다”고 재반박했다. 두 참가자가 열띤 공방을 펼칠 때마다 행사장을 가득 채운 800여 명의 청중 사이에선 환호와 탄성이 터졌다.
토론의 승자는 나타라잔이었다. 이번 토론은 토론 전후 청중의 입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따라 승부를 가렸다. 주제 발표 이후 현장에서 진행된 온라인 사전 투표에서 청중의 79%가 유치원 보조금을 찬성했고 13%는 반대했다. 하지만 토론 이후 청중의 62%만이 찬성한다고 답한 반면 반대 의견은 30%까지 올랐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리를 전개해 명확하지만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AI와 달리 청중의 반응에 따라 강약 조절을 하는 등 감성적으로 접근한 나타라잔이 청중에게 더욱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 IBM “인간과 공존하는 AI 구상”
프로젝트 디베이터는 IBM의 가장 큰 연례행사인 ‘Think 2019’에 출격할 정도로 IBM을 대표하는 기술이다. IBM은 2011년 미국의 인기 TV 퀴즈 프로그램인 ‘제퍼디’에 대화형 AI ‘왓슨’을 출연시켜 인간 챔피언 2명을 꺾은 직후 토론형 AI 개발에 착수했다.
비록 승부에서 졌지만 IBM 측은 “상대방의 주장과 근거를 듣고 AI가 스스로 이를 분석하고 대응 논리를 마련해 재반박하는 수준까지 기술이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토론 상대방인 나타라잔 역시 “AI가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의 양과 기술이 결합되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치켜세웠다. IBM은 체계적이지 않고 분산돼있는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AI의 강점을 살려 금융업과 법조계, 서비스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12일 지니 로메티 IBM 회장은 ‘Think 2019’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데이터가 핵심인 디지털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에 대한 신뢰”라며 “모든 IT 환경에서 구현 가능한 AI 및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디지털 시대의 제2막을 여는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진행된 로메티 회장과 IBM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5개 기업 경영인들과의 대담에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참석했다.
샌프란시스코=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IBM ‘Think 2019’ 개최를 앞두고 11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AI 대 인간’의 토론 대결이 열렸다. 이날 토론은 근소한 차이로 해리시 나타라잔이 승리했다. IBM 제공
“미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인공지능(AI)과의 토론은 처음이시죠?”11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예르바 부에나 센터. IBM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토론형 AI ‘프로젝트 디베이터’가 발언권을 얻자 세계 토론대회 최다 우승자인 해리시 나타라잔(31)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후손들에게도 말해줄 수 있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는 진행자의 말처럼 세기의 토론 대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토론 주제는 ‘유치원 보조금 지급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여러 시사 이슈 가운데 무작위로 정해졌다. 토론은 인간과 AI가 같은 조건에서 15분을 똑같이 준비한 다음 4분 동안 각자의 주장, 4분 동안 서로의 의견 반박, 2분간의 마무리 발언 순으로 진행됐다.
○ ‘데이터 공세’ AI vs ‘감성적 접근’ 인간
찬성 입장을 맡은 AI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AI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교육 부재로 인한 범죄율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보고서를 비롯해 다양한 연구 자료와 통계들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신문과 잡지 등에서 학습한 100억 개의 문장을 기반으로 짜낸 논리 구성이 돋보였다.
이에 나타라잔은 “유치원 보조금이 주로 중산층을 위한 정치적 지원금 성격이기 때문에 더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해당 보조금을 써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실제로 유치원 보조금의 혜택이 빈곤층 가정 자녀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서로 의견을 반박하는 2라운드는 더욱 긴박했다. AI는 “보조금은 상호배타적인 성격이 아니다”라며 나타라잔의 의견을 반박했고, 나타라잔은 “소외계층에 실질 혜택이 돌아가도록 세금을 써야 한다”고 재반박했다. 두 참가자가 열띤 공방을 펼칠 때마다 행사장을 가득 채운 800여 명의 청중 사이에선 환호와 탄성이 터졌다.
토론의 승자는 나타라잔이었다. 이번 토론은 토론 전후 청중의 입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따라 승부를 가렸다. 주제 발표 이후 현장에서 진행된 온라인 사전 투표에서 청중의 79%가 유치원 보조금을 찬성했고 13%는 반대했다. 하지만 토론 이후 청중의 62%만이 찬성한다고 답한 반면 반대 의견은 30%까지 올랐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리를 전개해 명확하지만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AI와 달리 청중의 반응에 따라 강약 조절을 하는 등 감성적으로 접근한 나타라잔이 청중에게 더욱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 IBM “인간과 공존하는 AI 구상”
프로젝트 디베이터는 IBM의 가장 큰 연례행사인 ‘Think 2019’에 출격할 정도로 IBM을 대표하는 기술이다. IBM은 2011년 미국의 인기 TV 퀴즈 프로그램인 ‘제퍼디’에 대화형 AI ‘왓슨’을 출연시켜 인간 챔피언 2명을 꺾은 직후 토론형 AI 개발에 착수했다.
비록 승부에서 졌지만 IBM 측은 “상대방의 주장과 근거를 듣고 AI가 스스로 이를 분석하고 대응 논리를 마련해 재반박하는 수준까지 기술이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토론 상대방인 나타라잔 역시 “AI가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의 양과 기술이 결합되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치켜세웠다. IBM은 체계적이지 않고 분산돼있는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AI의 강점을 살려 금융업과 법조계, 서비스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12일 지니 로메티 IBM 회장은 ‘Think 2019’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데이터가 핵심인 디지털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에 대한 신뢰”라며 “모든 IT 환경에서 구현 가능한 AI 및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디지털 시대의 제2막을 여는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진행된 로메티 회장과 IBM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5개 기업 경영인들과의 대담에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참석했다.
샌프란시스코=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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