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개인정보 간편하고 안전하게 보관… 메디컬 블록체인 시대 온다
동아일보
입력 2019-02-13 03:00 수정 2019-02-13 03:00
[톡투 건강 핫클릭]메디컬 블록체인
‘톡투 건강 핫클릭’의 이번 주제는 의료계에서 활용되는 블록체인이다. 3, 4년 전부터 금융 쪽에서 널리 알려진 블록체인은 최근 의료 분야 중 특히 환자개인정보, 의료보험, 신약개발 등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은 블록체인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의료계에서 블록체인 기술 활용에 앞장서고 있는 ‘닥터스체인’의 노영구 대표와 ‘메디블록’의 이은솔 대표와 함께 메디컬 블록체인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노 대표는 베트남병원사업 진출에, 이 대표는 환자 정보 활용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노영구 대표(이하 노 대표)=쉽게 설명해보겠다. 여기 종이박스와 장부가 있다. 먼저 이 기자에게 며칠 전 500만 원을 빌려주고 그 내용을 장부에 썼다고 가정하자. 그 다음 어제 이 기자가 300만 원을 갚았다. 그럼 총 200만 원을 빌린 것이다. 장부에 이 내용을 또 적는다. 오늘 다시 이 기자에게 500만 원을 빌려줬다. 그럼 총 700만 원을 나에게 갚아야 된다. 이렇게 빌리고 갚는 내용을 계속 장부에 쓰다보면 장부가 다 찬다.
▽이 기자=그럼 다 쓴 장부를 노 대표가 가져온 박스에 집어넣나.
▽노 대표=그렇다. 장부를 박스에 담는다. 그 박스가 정보기술(IT) 용어로 ‘블록’이다. 인터넷상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공간이다. 그 다음 연이어 새로운 장부에 기록한다. 또 장부가 꽉 차면 두 번째 박스에 장부를 저장한다. 이렇게 되면 박스 두 개에 연관된 장부가 각각 보관돼 있다. 이 장부가 위조되지 않도록 테이프로 잘 밀봉한다. 테이프를 뜯지 않는 이상 박스 안에는 장부가 잘 보관돼 있다. 바로 이 테이프가 ‘체인’이다. 박스를 테이프로 밀봉해 보관하는 것이 ‘블록체인’이다.
▽이 기자=블록체인은 관련된 사람이 모두 나눠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노 대표=맞다. 내가 나쁜 마음을 먹고 ‘이 장부를 조작해 이 기자에게서 돈을 더 받아야 겠다’며 박스를 몰래 뜯어 1000만 원을 빌려준 것처럼 장부를 조작했다고 가정하자. 장부를 고친 뒤 다시 박스에 넣으면 어떻게 되겠나. 테이프를 뜯은 흔적이 남는다. 내가 이 기자에게 이 장부에 분명히 1000만 원을 빌려준 것으로 돼 있으니 1000만 원을 갚으라고 요구할 때, 이 기자는 박스를 뜯은 흔적이 있으니 이 장부를 믿지 못하겠다고 말할 수 있다. 또 그 자리에서 이 기자가 가지고 있는 박스를 보여주면서 ‘이 박스의 테이프는 뜯어져 있지 않으니 조작되지 않은 장부’라고 주장하면 결국 내 박스에 담긴 장부는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이은솔 대표(이하 이 대표)=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위변조가 어렵다고 하는 이유다. 장부(데이터)가 담긴 블록을 여러 사람이 분산해 갖고 있는 데다 누군가 장부를 위조하려 할 때 그 순간 새로운 블록이 또 생성된다. 이런 과정이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누구도 모든 블록을 한번에 조작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블록이 위조된 경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기자=메디컬 영역에선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이 대표=실손보험 회사가 병원 데이터를 쉽게 위조할 수 없도록 해 이를 토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개인 의료정보를 스스로 관리하는 ‘개인건강기록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다. 임상시험관리나 약물유통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이 기자=환자의 입장에선 어떤 혜택이 있나?
▽이 대표=우선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들은 매일 혈압을 재고 당 수치를 기록해야 한다. 그런데 병원에서 잰 기록과 환자가 자기 집에서 측정한 기록이 전혀 연동되지 않는다. 병원에서 생성된 데이터든, 가정용 의료기기에서 생성된 데이터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각자 스마트폰에 모아 관리한다면 만성질환자들이 지금보다 훨씬 쉽게 자신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다.
▽이 기자=스마트폰에 담긴 나의 건강정보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기록했다면 위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병원이든 보험회사든 그 정보를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이 대표=그렇다. 스마트폰에 있는 데이터가 진본임을 블록체인이 증명해준다. 여러 차례 강조하지만 블록체인에 담긴 데이터는 조작할 수 없다. 암 환자나 불임·난임 환자 등은 여러 병원을 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재 이들은 모든 기록을 종이나 CD 형태로 받아 다른 병원으로 들고 간다. 번거롭고 귀찮다. 만약 그 환자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A병원 데이터를 전부 받은 뒤 B병원에 넘겨주면 훨씬 편리하게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데이터 유실도 막을 수 있다.
▽이 기자=메디컬 블록체인이 향후 10년 내에 굉장히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당장 국내에서는 서울의료원 등에서 블록체인 기반 시범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환자는 블록체인 기술로 개인정보가 위조되지 않고 안전하게 보관된다고 믿어도 될 것 같다. 투명한 사회에 꼭 필요한 기술을 소개해 줘서 고맙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톡투 건강 핫클릭’의 이번 주제는 의료계에서 활용되는 블록체인이다. 3, 4년 전부터 금융 쪽에서 널리 알려진 블록체인은 최근 의료 분야 중 특히 환자개인정보, 의료보험, 신약개발 등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은 블록체인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의료계에서 블록체인 기술 활용에 앞장서고 있는 ‘닥터스체인’의 노영구 대표와 ‘메디블록’의 이은솔 대표와 함께 메디컬 블록체인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노 대표는 베트남병원사업 진출에, 이 대표는 환자 정보 활용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메디컬 블록체인 선두 주자인 닥터스체인의 노영구 대표(왼쪽)와 메디블록의 이은솔 대표가 출연해 톡투 메디컬 블록체인에 대해 진행했다.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이하 이 기자)=지난해 비트코인 열풍으로 주목받은 게 블록체인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무엇인가?▽노영구 대표(이하 노 대표)=쉽게 설명해보겠다. 여기 종이박스와 장부가 있다. 먼저 이 기자에게 며칠 전 500만 원을 빌려주고 그 내용을 장부에 썼다고 가정하자. 그 다음 어제 이 기자가 300만 원을 갚았다. 그럼 총 200만 원을 빌린 것이다. 장부에 이 내용을 또 적는다. 오늘 다시 이 기자에게 500만 원을 빌려줬다. 그럼 총 700만 원을 나에게 갚아야 된다. 이렇게 빌리고 갚는 내용을 계속 장부에 쓰다보면 장부가 다 찬다.
▽이 기자=그럼 다 쓴 장부를 노 대표가 가져온 박스에 집어넣나.
▽노 대표=그렇다. 장부를 박스에 담는다. 그 박스가 정보기술(IT) 용어로 ‘블록’이다. 인터넷상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공간이다. 그 다음 연이어 새로운 장부에 기록한다. 또 장부가 꽉 차면 두 번째 박스에 장부를 저장한다. 이렇게 되면 박스 두 개에 연관된 장부가 각각 보관돼 있다. 이 장부가 위조되지 않도록 테이프로 잘 밀봉한다. 테이프를 뜯지 않는 이상 박스 안에는 장부가 잘 보관돼 있다. 바로 이 테이프가 ‘체인’이다. 박스를 테이프로 밀봉해 보관하는 것이 ‘블록체인’이다.
▽이 기자=블록체인은 관련된 사람이 모두 나눠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노 대표=맞다. 내가 나쁜 마음을 먹고 ‘이 장부를 조작해 이 기자에게서 돈을 더 받아야 겠다’며 박스를 몰래 뜯어 1000만 원을 빌려준 것처럼 장부를 조작했다고 가정하자. 장부를 고친 뒤 다시 박스에 넣으면 어떻게 되겠나. 테이프를 뜯은 흔적이 남는다. 내가 이 기자에게 이 장부에 분명히 1000만 원을 빌려준 것으로 돼 있으니 1000만 원을 갚으라고 요구할 때, 이 기자는 박스를 뜯은 흔적이 있으니 이 장부를 믿지 못하겠다고 말할 수 있다. 또 그 자리에서 이 기자가 가지고 있는 박스를 보여주면서 ‘이 박스의 테이프는 뜯어져 있지 않으니 조작되지 않은 장부’라고 주장하면 결국 내 박스에 담긴 장부는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이은솔 대표(이하 이 대표)=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위변조가 어렵다고 하는 이유다. 장부(데이터)가 담긴 블록을 여러 사람이 분산해 갖고 있는 데다 누군가 장부를 위조하려 할 때 그 순간 새로운 블록이 또 생성된다. 이런 과정이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누구도 모든 블록을 한번에 조작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블록이 위조된 경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기자=메디컬 영역에선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이 대표=실손보험 회사가 병원 데이터를 쉽게 위조할 수 없도록 해 이를 토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개인 의료정보를 스스로 관리하는 ‘개인건강기록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다. 임상시험관리나 약물유통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이 기자=환자의 입장에선 어떤 혜택이 있나?
▽이 대표=우선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들은 매일 혈압을 재고 당 수치를 기록해야 한다. 그런데 병원에서 잰 기록과 환자가 자기 집에서 측정한 기록이 전혀 연동되지 않는다. 병원에서 생성된 데이터든, 가정용 의료기기에서 생성된 데이터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각자 스마트폰에 모아 관리한다면 만성질환자들이 지금보다 훨씬 쉽게 자신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다.
▽이 기자=스마트폰에 담긴 나의 건강정보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기록했다면 위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병원이든 보험회사든 그 정보를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이 대표=그렇다. 스마트폰에 있는 데이터가 진본임을 블록체인이 증명해준다. 여러 차례 강조하지만 블록체인에 담긴 데이터는 조작할 수 없다. 암 환자나 불임·난임 환자 등은 여러 병원을 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재 이들은 모든 기록을 종이나 CD 형태로 받아 다른 병원으로 들고 간다. 번거롭고 귀찮다. 만약 그 환자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A병원 데이터를 전부 받은 뒤 B병원에 넘겨주면 훨씬 편리하게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데이터 유실도 막을 수 있다.
▽이 기자=메디컬 블록체인이 향후 10년 내에 굉장히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당장 국내에서는 서울의료원 등에서 블록체인 기반 시범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환자는 블록체인 기술로 개인정보가 위조되지 않고 안전하게 보관된다고 믿어도 될 것 같다. 투명한 사회에 꼭 필요한 기술을 소개해 줘서 고맙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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