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재 끌어모으는 현대車… “순혈주의 벗어나 미래사업 창출”

김도형 기자 , 김재형 기자

입력 2019-02-12 03:00 수정 2019-02-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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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고 아버지’ 김준석 리더 영입… 김정희 이사와 같은 네이버 출신
신사업 총괄은 삼성출신 지영조
로봇 등 5대 신사업 발표 이후 장기적 관점 연구개발 두드러져



순혈주의 문화가 강했던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다양한 외부 인재 영입이 이어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 모빌리티 역량이 자동차기업의 핵심기술이 되면서 새로운 분야의 인재 영입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여기에 로봇과 인공지능(AI), 미래 에너지 등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영역의 인재들이 현대차그룹에 속속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ICT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연어 처리 연구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준석 전 네이버랩스 리더가 최근 현대차의 AI 전담 조직인 에어랩으로 이직했다. 김 전 리더는 네이버의 AI 통·번역 서비스인 파파고의 개발을 주도해 ‘파파고의 아버지’라 불렸던 네이버 핵심 연구진 중 한 명. LG전자에서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하다가 2007년 네이버에 합류한 그는 2017년 한국공학한림원이 발표한 ‘차세대 연구 주역’에도 선정되는 등 한국 ICT 분야의 인재로 평가받고 있다.

김 전 리더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2월부터 약 12년간 일했던 네이버를 떠나 현대자동차 에어랩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며 “지난해 11월에 만들어진 에어랩은 다양한 AI 관련 역할을 수행하게 될 조직이다. 현재 함께 일할 유능한 동료들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딥러닝(심층 기계학습) 분야 전문가인 김정희 전 네이버랩스 인텔리전스그룹 리더를 현대차 에어랩을 총괄하는 임원(이사)으로 영입한 바 있다.

에어랩을 포함해 현대차의 신사업 연구를 총괄하는 전략기술본부 역시 액센추어, 맥킨지, AT&T 벨 연구소 등을 거쳐 삼성전자 부사장을 지낸 지영조 사장이 이끌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의 사업 영역과 단기 성과라는 틀에 갇히지 않아도 되는 전략기술본부는 모빌리티 서비스와 벤처 기업 발굴, AI 기술 연구 등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 에어랩이 선도하는 AI 기술은 미래 자동차의 핵심 기술인 자율주행은 물론이고 현대차 전체의 생산 효율화와 고객 경험 혁신 등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현대차는 로봇과 AI 등 미래 신사업에 5년간 23조 원을 투자하고 4만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1월 △차량전동화 △스마트카 △로봇·AI △미래 에너지 △스타트업 등 5대 신사업에 대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올 초 열린 ‘CES 2019’에서 걸어 다니는 자동차 개념의 ‘엘리베이트(Elevate)’의 축소형 실물을 공개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그동안 추진해 온 로봇 등에 대한 연구의 결과물을 실제로 보여준 것이다.

그룹의 미래 사업전략을 고심 중인 정 수석부회장은 이미 지난해 말 인사에서 연구개발(R&D) 수장에 BMW 출신인 알버트 비어만 차량성능담당 사장을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외국인 임원을 처음으로 연구개발본부장에 앉힌 파격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그룹의 순혈주의 타파는 과거의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는 더 이상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의 먹거리를 발굴하려면 외부 인재 영입은 물론이고 과감한 인수합병(M&A)이나 전혀 다른 분야 업체들과의 공동개발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도형 dodo@donga.com·김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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