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썸 못 타게 막는 이기적인 이어폰, 소니 저스트 이어
동아닷컴
입력 2019-02-08 11:06 수정 2019-02-08 11:14
소니 저스트 이어(XJE-MH2), 출처=IT동아
로맨스 기운이 가득한 영화를 보면 가끔 이런 장면이 있다. 남녀가 이어폰 한 쪽을 나눠 끼우고 음악을 듣는 것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이고 누군가에게는 마치 판타지 소설 같은 일이겠지만 하나의 음악을 조용히 둘이 공유하기에는 이만큼 훌륭한 방법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이어폰은 이런 풋풋한 시도 조차 하기 어렵다. 나는 편한데, 상대방은 불편한 이어폰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소니 저스트 이어(Just Ear)가 바로 그것.
이 이어폰은 '커스텀(Custom)'이 가능하다. 이게 무엇인가 하면 개인 맞춤형을 뜻한다. 마치 양복점을 찾아가 맞춤형 정장을 구매하는 것처럼 이어폰도 내 귀에 맞춰 만들어 준다. 최적의 착용감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제작 과정이 복잡하니 가격도 비싸다. 내 귀에 맞춰 본을 뜨고, 사용자 취향에 맞춰 출력 특성도 조율되어서다. 동시에 오롯이 내 취향에 맞는 이어폰이니 만족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꾸준히 프리미엄화를 진행 중인 소니가 이 커스텀 이어폰을 들고 우리나라에 왔다. 사실, 일본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저스트 이어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제법 오랜 시간이 흘러 우리나라에 상륙한 것인데, '테일러 메이드(Tailor Made)'라는 가치를 내건 이 이어폰은 사용자 개개인의 귀에 맞춘 디자인은 물론, 취향에 맞는 음질을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장인의 손 끝에서 탄생하는 나만의 이어폰
기본적으로 이 이어폰을 쓰려면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선 내 귀 모양의 본을 뜨기 전, 예약(저스트 이어 전문샵은 5곳이 있다)을 진행한다. 청음과 상담을 위해서다. 준비된 3가지 이어폰을 청음하고 취향에 맞는 음질을 선택한다. 소니는 리스닝(Listening), 모니터(Monitor), 클럽 사운드(Club Sound) 등 3가지 선택지를 제안하고 있다.
저스트 이어의 하우징이 만들어지는 과정. 이 때문에 제작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미지=소니코리아)
주문을 완료하면 귓본을 뜨게 되는데 이 작업은 소니코리아가 아닌, 오티콘(Oticon)이 진행한다. 전화 예약을 통해 오티콘 코리아를 방문, 오디오로지스트의 진단과 상담을 받게 된다. 귓본을 제작하면 다시 소니 마이스터에게 샘플이 전달되어 귓본에 맞춘 이어폰 제작이 이뤄진다. 이 제품을 소비자가 전달받아 사용하면 끝이다.
소니코리아 측은 주문 후 약 8~12주 가량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무래도 주문 제작의 특성상 시일이 오래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한 사용자의 귀 상태에 따라 제작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저스트 이어는 XJE-MH2 뿐이다. 여기에 리스닝, 모니터, 클럽에 따라 제품명이 추가적으로 붙는다. 예로 클럽 사운드라면 XJE-MH2CS가 된다. MH2는 음색이 정해진 상태에서 귀에 맞춘 디자인이 이뤄진다. 프리셋 모델인 것. 참고로 MH1도 있는데 이것은 음질까지 조율해주는 특별판이다. 이것은 국내가 아닌 일본에서만 판매된다.
오는 2월 28일부터는 일본의 성우이자 가수인 난죠 요시노(Nanjoh Yoshino)와 협업한 저스트 이어 한정판(XJE-MH/NY333)의 수주가 이뤄질 예정(역시 일본 한정)이다. 이전에는 워크맨에 맞춰 음질을 조율한 XJE-MH/SO1을 선보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아이유 한정판 같은 것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된다.
돋보이는 디자인, 크기는 조금 큰 편
디자인도 고급스럽다. 마치 귀한 원석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 리뷰에 쓰인 저스트 이어는 디자인이 기본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실제로는 사람의 귀에 맞춰 세밀히 가공된다. 그로 인해 모양은 모두 달라진다. 기본적인 틀 안에서 다양함을 추구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투명한 하우징 안에 13.5mm 다이나믹 유닛과 밸런스드 아마추어 유닛을 배치했다, 출처=IT동아
투명한 하우징(케이스) 안에 큼직한 유닛 몇 개가 보인다. 하나는 저음을 담당하는 다이나믹 유닛, 다른 하나는 중고음을 담당하는 밸런스드 아마추어 유닛이다. 특히 다이나믹 유닛의 크기가 인상적인데, 무려 13.5mm에 달한다. 다른 이어폰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크기를 자랑한다. 그만큼 저음 구현에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밸런스드 아마추어는 도관에 가장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 소리를 최대한 직관적으로 들려주기 위한 설계다. 다이나믹 유닛에도 도관으로 이어지는 길(보어)을 내었다. 그러니까 저음과 중고음을 위한 길이 따로 만들어져 있어 소리를 더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는 구조다. 또한 자연스러운 고음을 내기 위해 유닛 곳곳에는 공기가 지나는 통풍구(덕트)를 내었다.
이어폰의 좌우를 색상으로 분류해 두었다. 빨간색이 우측, 검은색이 좌측이다, 출처=IT동아
이어폰에는 흥미롭게도 좌우 표시가 없다. 하지만 단자 색상으로 이를 구분할 수 있는데, 오른쪽은 빨간색, 왼쪽은 검은색이다. 대부분 케이블 교환 가능한 이어폰들이 동일한 색상으로 좌우를 구분하고 있다. 또한, 저스트 이어는 케이블 분리가 가능하다. MMCX 분리형 케이블이지만 다른 케이블과 호환이 불가한 소니 독자 규격이다.
크기가 제법 큰 편이다, 출처=IT동아
유닛 자체가 상당히 큰 편이다. 다이나믹 유닛 크기 때문이다. 슈어 SE535도 밸런스드 아마추어 유닛 3개가 탑재된 터라 작은 크기는 아니지만 저스트 이어 앞에서는 슬림한 디자인이 될 정도다. 하지만 내부 공간의 여유가 제법 있는 디자인을 택했기 때문에 소리 자체로 접근해 보면 유리한 부분도 존재한다.
뛰어난 음질, 그러나 확실한 재생 시스템 필요할 듯
소리를 듣자마자 의문점이 들었다. 200만 원 넘는 이어폰의 소리에 힘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 보컬(가수)의 음성은 뚜렷하지만 뒤에 배치되는 악기의 소리가 문제였다. 매우 약하게 들렸고, 음성에 묻히기까지 했다. 이 정도라면 기자가 애용하고 있는 슈어 SE535 보다 음질이 떨어진다 말할 수 있을 정도.
비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혹시 이어폰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싶었다. 이에 소니코리아 측에 의견을 전달, 리스닝 외에 모니터 및 클럽 제품을 추가로 전달 받았다. 제대로 된 테스트를 위해 DMP-Z1도 함께 전달 받았다. 앰프와 고해상 플레이어를 결합한 소니의 새로운 시그니처 라인업이다.
LG V40 씽큐에서는 상대적으로 출력이 약한 느낌이었는데, 기기간 궁합을 맞출 필요가 있어 보였다, 출처=IT동아
우선 각 이어폰을 V40 씽큐에 연결해 감상하니 약간의 성향 차이는 있었지만 힘이 충분하지 않다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동일했다. 그래서 플레이어(DMP-Z1)를 활용해 기자가 감상했던 동일한 고해상 음원을 감상했더니 그제서야 이어폰은 본래의 소리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출력(혹은 저항) 때문이라 예상해 보지만 기기와의 궁합도 고려해 봐야 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흥미로운 점은 세 가지 성향의 이어폰이 각기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리스닝은 풍부한 저음(울리는 느낌이 아닌)을 앞세워 중고음이 고르게 퍼지는 느낌을 전달하고, 모니터는 여기에서 저음을 억제하고 고음을 두드러지게 설정했다는 인상을 준다. 클럽은 말 그대로 강한 중고음을 선호하는 이에게 알맞은 형태의 소리를 들려줬다. 보스 이어폰의 강점을 더 부각시킨 느낌이랄까?
어떤 것을 선택해도 만족감은 높다. 청음해 보니 리스닝과 모니터는 고음과 저음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서로 비슷한 성향을 보였으며, 클럽은 앞서 중고음이 부각되었다고 했지만 음감을 해치는 수준은 아니다. 모두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특색을 살리도록 최적의 음질을 조율했다.
나만을 위한 이어폰이지만...
나만의 맞춤형 이어폰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저스트 이어. 하지만 200만 원을 훌쩍 넘기는 비용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말 그대로 음질과 편의성을 모두 추구하는 사람(지갑도 두둑한)을 겨냥한 이어폰이라 하겠다.
저스트 이어의 음질은 뛰어나지만 그만큼 준비도 필요하다, 출처=IT동아
아쉬운 점을 찾고 싶은데 소비자 맞춤형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를 찾기가 어렵다. 그래도 억지로 하나 꼽는다면 케이블 구성이다. 기본적으로 3.5mm 단자를 제공하는데, 이 정도 제품을 찾는 소비자를 감안하면 밸런스드 케이블(2.5mm 혹은 4.4mm)을 하나 정도는 제공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부속품에는 가죽 케이스와 보관 파우치, 청소 도구 정도가 끝인 것으로 안내되고 있다.
지인들에게 이런 이어폰이 있다고 보여주니 하나 같이 반응이 “누가 이걸 사냐?”였다. 10~20만 원짜리 이어폰 10개 이상을 구매할 수 있는 비용이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말 그대로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다면 저스트 이어는 최고의 '가심비'를 갖춘 제품이라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동아닷컴 IT전문 강형석 기자 redb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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