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이런 게임을 하고 자랐단다”

주간동아

입력 2019-02-03 22:10 수정 2019-02-0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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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CRT(Cathode Ray Tube·일명 브라운관) 모니터와 쩌걱쩌걱 쇳소리가 나는 오락실의 조이스틱. 단순하면서도 귀에 확 들어오는 배경음악. 1980~90년대를 청소년으로 살았던 지금의 40, 50대 ‘아재’들에게 ‘레트로 게임’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재다.

오래된 게임이다 보니 촌스럽고 시시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레트로 게임에 손을 대면 아재는 어린 시절 감성에 푹 빠지고, 처음 해본 사람은 직관적인 게임의 묘미에 반한다. 규칙이 어렵지 않아 아이들과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미세먼지, 추운 날씨, 교통체증 등으로 가족 나들이가 부담스러운 설 연휴. 가족끼리 레트로 게임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인터넷 쇼핑몰에서 TV나 개인용컴퓨터(PC)에 연결해 즐길 수 있는 게임기를 판매하고 있다.


추억의 비눗방울 공룡 보글보글

게임 원제는 ‘버블보블’이다. 하지만 과거 오락실에서는 ‘보글보글’로 불렸다. 귀여운 공룡이 뿜어내는 방울이 보글보글 끓는 거품과 비슷해 붙은 이름으로 알려졌다. 먼저 공룡 캐릭터가 호감이다.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도 귀엽다. 게다가 폭력적인 게임도 아니다. 공룡은 공기방울을 쏴 적을 가둔다. 공룡이 공기방울을 몸으로 부딪쳐 터뜨리면 과일이 생긴다. 공룡이 이 과일을 먹으면 점수가 오른다. 적을 모두 과일로 바꿔야 스테이지가 끝나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다. 중간 중간 알파벳 방울을 모아 캐릭터 보너스를 얻는 등 흥미를 돋우는 장치도 있다. 2인 플레이가 지원되며, 배경음악도 매력적이라 귀에 쏙 들어온다. 열심히 거품을 쏘며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다 보면 마지막 스테이지인 100번째에 도달한다. 이 스테이지까지 끝내면 방울 속에 갇힌 인질을 구할 수 있다.


귀여운 눈사람 이야기 스노우브로스

[게임화면 캡처]
1990년 일본 ‘토이플랜’사에서 개발한 오락실 아케이드용 게임이다. 20, 30대도 문구점 앞 오락기에서 쉽게 보던 게임으로 주인공은 아기 눈사람이다.

게임 방식은 앞서 소개한 ‘버블보블’과 유사하다. 눈사람은 적에게 눈을 던져 눈덩이로 만든다. 이 눈덩이를 벽으로 굴리면 적을 처치할 수 있다. 알파벳을 모아 보너스를 얻는 방식도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적 캐릭터의 디자인이다. ‘버블보블’과 달리 ‘스노우브로스’의 적은 약간 괴기스럽다. 하지만 “못생긴 도깨비의 모습이 재밌다”고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다. 적을 쓰러뜨리면 초밥이 떨어진다. 눈덩이를 벽 대신 다른 적에 부딪치게 하면 그 적도 사라진다. 눈덩이 하나를 굴려 모든 적을 한번에 처치하면 돈 봉투가 떨어져 추가 점수를 얻는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격퇴가 어려운 보스캐릭터가 등장한다. ‘버블보블’에 비해서는 난도가 있다. 역시 2인 플레이를 지원한다.


퍼즐을 풀어나가는 재미가 쏠쏠 탄트알

1992년 ‘세가’가 발매했다. 아케이드 미니게임 장르의 시초로 불린다. 주인공인 탐정이 범인을 쫓으면서 중간 중간 등장하는 적들과 미니게임 대결을 하는 방식이다. 적을 때리는 액션 게임이나 총을 쏘는 슈팅게임 등 폭력적 게임이 오락실에서 득세하던 시절 ‘탄트알’은 틈새시장을 노려 성공했다. 이후 ‘이치단트알’ ‘산도알’(국내명 ‘보물을 찾아라’), ‘탄트알 사싯스’(대전 산전수전!) 등 후속작들도 큰 인기를 얻었다.

쉬운 난이도와 두 플레이어가 협력해 적들과 대결하는 방식이 주효했다. 특히 게임에 익숙지 않은 여성도 즐길 수 있어 데이트 남녀를 오락실로 끌어들였다.

미니게임은 휙휙 돌아가는 모자 중에서 꽃이 핀 모자를 찾는다거나, 도형 더하기 빼기, 정해진 구간에 스톱워치 누르기, 미사일을 피하며 돈 다발 받아먹기 등 간단한 조작과 순발력을 요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게임 난이도가 쉬운 편이라 아이와 함께 하면 모든 난관을 해결하는 영웅 아빠로 변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귀여운 아기들의 올림픽 컴온 베이비

2000년 국내 제작사 ‘엑스포테이토(EXPotato)’가 발매한 오락실용 게임이다. 귀여운 아기들이 나와 미니게임 대전을 펼치는데 조이스틱 레버와 함께 녹색, 빨간색, 파란색 3가지 버튼으로 조작한다. 녹색 버튼과 파란 버튼을 번갈아 누르며 달려간다거나 좌우로 이동하면서 버튼 하나로 공격하는 등 조작이 아주 쉽다.

‘탄트알’과 비슷한 미니게임 모음류로 달리기, 기어오르기, 뺨 때리기 등 12가지 미니게임이 포함돼 있다. 다른 점이라면 ‘탄트알’이 협력 게임이라면 ‘컴온 베이비’는 대전 게임이라 아빠와 자녀가 서로 겨룰 수 있다. 뒤뚱뒤뚱 걷는 아기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이 터질 만큼 코믹하다. 발랄한 배경음악은 지더라도 기분을 좋게 해준다.

주의할 점은 아이와 겨루는 게임이기 때문에 사정을 봐주지 않으면 아이가 삐칠 수 있다는 것. 아이에게 적당히 져주자.


액션게임에 관심 없다면 퍼즐보블

액션이나 순발력을 요하는 게임을 낯설어하는 자녀에게는 ‘퍼즐보블’을 추천한다. ‘퍼즐보블’은 앞서 소개한 ‘버블보블’의 귀여운 아기 공룡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같은 색의 공기방울을 터뜨리는 게임이다.

조이스틱으로 화살표 각도를 맞춘 뒤 버튼을 눌러 공기방울을 발사하면 된다. 같은 색 방울이 3개가 만나면 그 방울들이 펑 하고 터진다. 모든 방울을 다 터뜨리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게 된다. 엉뚱한 방향으로 방울을 쏴 방울들을 없애지 못하고, 그렇게 쌓인 방울들이 공룡이 있는 곳까지 내려오면 실패다.

2인용으로 연결하면 2명이 동시에 대결할 수 있다. 상대보다 오래 살아남으면 승리한다.


게임으로 참가하는 퀴즈쇼 퀴즈 아카데미 6000

1994년 국내 게임사 ‘선아전자’가 개발한 ‘퀴즈 아카데미 6000’은 당시 전형적인 양산형 게임 가운데 하나였다. 어설픈 그래픽과 함량 미달의 연출이 지금 아이들에게는 코믹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아빠와 자녀가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원하는 답으로 가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은 없다. 아이와 함께 할 계획이라면 미리 게임을 해보고 답을 외워둘 것을 추천한다. 아이 앞에서 게임 퀴즈에 막혀 고민한다면 그만한 굴욕도 없다. 어려운 문제도 척척 풀어야 멋진 아빠로 보이지 않을까.

조학동 게임동아 기자 igelau@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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