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떠도는 ‘지하철 보안구역’

서형석 기자

입력 2019-01-28 03:00 수정 2019-01-30 23:47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철도 동호인들 엇나간 취미활동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이달 초 모든 임직원에게 시설물 보안을 철저히 할 것을 강조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사 규정에 따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일반인의 출입과 촬영을 엄격히 통제하라는 내용이었다. 지하터널, 교량 등 일반인이 드나들어서는 안 되는 보안구역이 찍힌 영상들이 최근 유튜브에 잇따라 올라오면서 내린 조치다.

최근 일부 철도 동호인의 엇나간 취미활동으로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철도 운영사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철도 동호회는 독일, 일본, 프랑스처럼 철도 교통이 발달한 나라에서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서울교통공사 등의 철도 운영과 영업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으면서 서비스 개선을 이끌어내는 순기능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동호인은 ‘남들이 가지 못하는 통제구역을 봤다’는 등의 자기과시 글과 함께 보호구역 영상을 온라인에 올리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유튜브에 ‘지하철 전면 영상’ ‘지하철 주행 영상’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열차 운전실 또는 운전실 바로 뒤에서 촬영한 기관사 시점의 영상 수십 개를 볼 수 있다. 서해선처럼 국토교통부가 새 노선 개통에 앞서 홍보 목적으로 촬영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반인이 무단으로 촬영한 것들이다.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의 관할 경계인 1호선 청량리역과 4호선 남태령역처럼 회차 시설 등이 몰려 있어 보안상 특히 중요한 곳의 영상도 인터넷에 올라 있다.

코레일 기관사 A 씨는 “1호선을 주행하던 중 운전실 뒤 문에서 ‘딱딱’ 하는 소리가 나 돌아보니 한 승객이 유리창 가림막이 살짝 벗겨진 틈에 카메라를 밀착시켜 뭔가를 찍고 있었다”고 말했다. 주행 중에 “운전실에 들어가 보고 싶다”며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동호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 철도 구간에는 지상 철도 구간과 달리 전시(戰時) 상황을 염두에 두고 설치해 놓은 각종 시설이 있다. 종로, 테헤란로, 천호대로 지하 구간에는 지하철 선로와 함께 수도, 전력, 주차장 등 도시 기반시설들이 함께 마련돼 있다. 유사시에는 무기고, 방공호로도 쓰인다. 2010년 북한 여간첩 김모 씨(당시 36세)가 서울교통공사 전신인 서울메트로 간부에게서 지하철 관련 정보를 빼내다 적발되고, 2014년 북한 정찰총국이 서울메트로 전산망을 해킹하기도 했다.

철도안전법 시행규칙은 철도 보안구역에 대한 무단 출입이나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달 초 일부 온라인 철도 동호인 모임에 보안시설 무단 출입 및 촬영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공사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보호구역 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하는 모든 행위는 금지돼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등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