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수익의 진실…대박? 빛 좋은 개살구!
신동아
입력 2019-01-24 15:44 수정 2019-01-24 15:49
“구독자 많다고 광고 수익 높은 거 아냐”
● 영상 시청 시간, 시청 국가에 따라 수익금 제각각
● 기업 광고 돈 되지만 유튜브 수익보다 더 불규칙
● 9만 구독자 보유 유튜버 “100만 원 이상 벌어본 적 없다”
● 소득 불투명해 탈세 우려도…구글 소득 공개 안 해
● 전업 유튜버 전향 신중하게 고려해야
지난해 12월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 직업을 집계한 조사에서 유튜버가 상위 순위에 처음 진입했다(한국직업능력개발원). 운동선수, 교사, 의사, 조리사(요리사)에 이어 5위를 차지한 유튜버는 10대들이 선망하는 직업인 가수(8위)나 프로게이머(9위)보다도 순위가 높았다. 그만큼 유튜브는 미디어 시장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허팝’(허재원·30)은 약 3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스타 유튜버(1인 방송 창작자)다. 그가 구독자들과 공유하는 콘텐츠는 다름 아닌 엽기 과학실험. 초록색 슬라임 가루를 가득 풀어 넣은 ‘액체 괴물 수영장’에서 휘적휘적 헤엄치는 이색 실험부터 휴대전화에 방탄필름을 붙인 뒤 사포, 망치, 볼링공 등 각종 도구를 활용해 제품 내구성을 실험하는 등 다양한 도전을 즐긴다. 누적 조회 수는 19억2894만 회로 여느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따르면 허팝의 2017년 총수입 추산치는 약 12억3000만 원이다. 이는 기업 유료 광고나 협찬 등의 부수입은 빠진 금액이다.
배우 신세경은 지난해 10월 “팬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싶다”며 유튜브에 자신의 채널을 만들고 브이로그(비디오+블로그) 영상을 올려 관심을 모았다. 건강한 집밥 차려 먹기, 마트에서 장보기, 반려견과의 나들이 등의 영상으로 채널 개설 석 달 만에 구독자 수가 약 50만 명으로 늘었다. 신세경 외에도 방송인 겸 작가 유병재, 걸그룹 에이핑크 보미, 개그맨 강유미 등 유튜버를 부업으로 삼는 연예인이 늘고 있다.
유튜브·유튜버 수입 정산 비율 ‘45대 55’
‘조회 수 1개당 1원’이라는 ‘카더라’가 회자되지만, 유튜브 수익 산정 방식은 매우 복잡하다. 물론 조회 수가 많으면 광고에 노출되는 횟수가 많아지므로 수익도 함께 올라간다. 그러나 여기엔 시청자 한 명이 동영상 한 편을 시청할 때마다 동영상 러닝타임, 시청시간, 광고 예산, 광고 형태 등과 같은 많은 변수가 적용된다. 우선 동영상에 광고가 붙어야 수익이 발생하는데 모든 영상에 광고가 붙는 것이 아니다. 설령 광고가 붙더라도 시청자가 광고를 건너뛰고 동영상을 재생했다면 광고 수익은 발생하지 않는다. 수익을 얻고자 건너뛰기가 안 되는 20초의 긴 광고를 영상 앞에 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청에 방해되는 긴 광고를 영상에 붙였다가 구독자가 떠나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유튜버는 구독자와 관계를 탄탄히 맺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취미로 영상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부업으로, 나아가 아예 본업으로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구독자가 10만 명 이상인 국내 유튜브 채널은 2017년 기준 1275개로, 해마다 배로 증가(2015년 368개, 2016년 674개)하는 추세다.
톱 유튜버는 상상을 초월한 고소득을 올리기도 한다. 미국의 유튜브 분석 사이트 소셜블레이드는 국내 인기 유튜버들이 버는 최다 예상 수익이 연간 최소 3억6000만 원부터 최대 3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주니어 유튜버도 고소득 달성에 성공했다. 이제 갓 만 13세인 어린이 유튜버 마이린의 구독자 수는 74만 명. 마이린이 밤 12시에 엄마 몰래 라면 먹는 영상은 조회 수가 820만 회를 넘었다. 제 또래가 관심을 가질 만한 게임, 음식, 놀이, 활동 등의 리뷰를 제공하는 마이린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달 수입이 대기업 임원급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이린 외에도 어릴 때부터 유튜버가 돼서 구독자 10만 명 이상을 확보한 경우가 꽤 있다.
구독자 수와 광고 수입은 별개
2017년 리뷰·먹방(먹는 방송) 방송을 하는 유튜버가 된 최현수(가명) 씨는 “영상마다 광고 단가가 다르기 때문에 광고 수익은 천차만별”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광고 수익은 채널의 활성화 정도, 사용자의 시청 패턴에 따라 다르고, 광고 회사의 예산이나 광고 집행 시기, 광고 시청 국가에 따라서도 단가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비슷한 조회 수가 나와도 광고 수익이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조회 수 120만 회를 기록한 최씨의 침구류 리뷰 동영상의 광고 수익(추정)은 약 270만 원이다. 반면 아르바이트생인 그가 휴무에 근무지를 방문한 에피소드를 담은 동영상 조회 수는 145만 회를 기록했지만 수익은 90만 원에 그쳤다. 전자의 경우 조회 수 1회당 2.25원을 벌었고, 후자는 조회 수 1회당 0.6원을 번 셈이다. 100만 조회 수를 찍었다고 해서 100만 원을 버는 게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유튜버들은 항간에 떠도는 ‘구독자가 많을수록 수익이 높다’는 얘기도 사실과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구독자 수가 많으면 동영상을 보여줄 기회가 더 많아지긴 하지만, 구독자들이 자신의 동영상을 잘 보지 않거나 보더라도 시청시간이 짧고 유튜버가 영상 업로드를 자주 하지 않는다면 높은 수익은 기대하기 힘들다. 유튜브 정책상 ‘구독자=수익’ 공식이 성립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IT기기 리뷰 방송을 하는 유튜버 김민기(가명) 씨 역시 최근 몇 달 새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현재 그가 확보한 구독자는 3만여 명. 지난해 10월 채널 개설 이후 두 달 만에 구독자 1만 명을 달성하면서 동영상 광고 수익이 1일 평균 20만 원대를 기록했다. 이때만 해도 김씨는 구독자가 늘어날수록 광고 수익이 늘어날 거라 생각했지만 지난해 연말 구독자 2만 명을 돌파한 이후에도 1일 평균 수익은 20만 원대 그대로다.
김씨는 “구독자 수보다는 조회 수와 평균 시청시간, 재생기반 CPM 등의 수치가 높아야 광고 수익이 올라간다”고 봤다. 재생기반 CPM은 1000명이 영상을 봤을 때 평균 벌어들이는 금액을 말한다. 김씨는 “다만 구독자 수는 유튜버의 인지도와 파급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여서 구독자 수가 많을수록 기업의 유료 광고 단가가 기하급수로 올라가는 건 맞다”며 “톱 유튜버의 경우 광고 영상 한 편 찍는 데 1000만 원에서 4000만 원을 받고, 보통 광고 단가는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유튜버마다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스마트워치 등 최신 IT기기를 리뷰하는 유튜버 김민기 씨도 유튜브 수익에 대해 “한 달에 600만 원가량 수익을 얻고 있지만 세금 40만 원, 편집자 월급 200만 원, IT기기 구입비 100만 원, 작업실 임차료 80만 원, 생활비 100만 원 등이 빠지는 걸 고려하면 실제 손에 쥐는 순수입은 80만 원 안팎”이라고 밝혔다. 영상 제작에 따른 자신의 인건비를 생각하면 사실상 적자인 셈.
널뛰는 수입에 생활 불안정
수입은 고정적이지 않은 반면,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은 만만치 않다. 겨우 10분짜리 동영상을 만들기 위해 2시간 넘게 촬영할 때도 있고, 편집 시간은 또 이보다 더 많이 소요된다. 수입이 매달 들쭉날쭉하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밤낮이 바뀌는 불규칙한 생활 또한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늘 새로운 콘텐츠를 찾기 위해 연구해야 하고, 구독자가 많아질수록 구설에 오를 일도 많으니 스트레스 관리에도 유념해야 한다. 또한 저작권 문제, 유튜브 정책 변화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신경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닌 셈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전업 유튜버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게임 유튜버 대도서관은 자신의 방송에서 “유튜버가 되겠다고 무작정 회사나 학교부터 그만두는 건 절대 금물”이라며 “주말에 몰아서 영상 4편 정도 제작한 후 평일에 하루에 한 편씩 꾸준히 올리는 것으로 본업과 유튜버 활동을 병행하라”고 말한 바 있다.
유튜버 세금 신고 서둘러야 하는 이유
최근 들어 유튜버 소득에 대해 세금 부과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개인 방송으로 소득을 창출하는 사람은 세법상 거주자로서 전 세계 모든 원천소득에 대해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다. 즉 유튜브로부터 받은 광고 소득 역시 세금 납부 대상에 해당한다.
국내 유튜버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우선 MCN에 소속된 유튜버다. 이 경우 유튜브가 유튜버에게 줄 수입을 MCN이 대신 받고 유튜버에게 지급할 정산 금액에 대해 국세청에 신고한다. 국세청은 유튜버에 대한 신고를 받았기 때문에 유튜버에 대한 세금을 신고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MCN에 소속되지 않은 채 개별적으로 유튜브로부터 광고 수입을 받는 유튜버들도 있다. 현재 유튜브는 유튜버의 통장에 외화로 광고 수익을 이체하고 있는데, 문제는 유튜브를 운영하는 모기업 구글이 한국에서 활동하는 유튜버의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거래라면 MCN과 마찬가지로 개인 유튜버들에게 지급할 돈에 대해 세금을 신고하고, 이를 국세청이 파악해 유튜버들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다.
물론 국세청이 직접 유튜버의 소득을 알아낼 방법이 있다. 외국에서 돈을 송금하거나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돈을 송금하는 금액이 1만 달러(약 1132만 원) 이상일 경우 한국은행이 이를 확인해 해당 자료를 국세청에 넘겨 해당 유튜버의 소득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송금 금액이 1만 달러 이하일 경우에는 파악하기 힘들다.
또 다른 문제는 세금 당국이 설령 유튜버의 수입을 파악하더라도 어떻게 과세할지가 관건이다. 유튜버의 소득 분류를 무엇으로 해야 할지, 어떤 식으로 세금을 계산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구독자로부터 후원금(슈퍼챗)을 받는 경우 이를 기부금으로 볼지 수익으로 볼지도 애매하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유튜브로부터 받은 광고 수익은 소득세 신고 대상이라는 점이다. 만약 자진 납세하지 않을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세금은 점점 불어난다. 신고불성실가산세는 세금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 원래 납부해야 할 세금의 20%를 추가로 납부해야 하고, 만약 일부러 소득을 감추려 한 행위가 발각된다면 원래 납부해야 하는 세금의 40%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납부불성실가산세는 하루당 0.03% 이자가 붙어 1년이 지나면 약 10%의 가산세가 추가로 과세된다. 이성오 신의세무회계 세무사는 “당장은 수입이 많지 않더라도 처음부터 세금 관리에 대한 준비를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영상 시청 시간, 시청 국가에 따라 수익금 제각각
● 기업 광고 돈 되지만 유튜브 수익보다 더 불규칙
● 9만 구독자 보유 유튜버 “100만 원 이상 벌어본 적 없다”
● 소득 불투명해 탈세 우려도…구글 소득 공개 안 해
● 전업 유튜버 전향 신중하게 고려해야
지난해 12월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 직업을 집계한 조사에서 유튜버가 상위 순위에 처음 진입했다(한국직업능력개발원). 운동선수, 교사, 의사, 조리사(요리사)에 이어 5위를 차지한 유튜버는 10대들이 선망하는 직업인 가수(8위)나 프로게이머(9위)보다도 순위가 높았다. 그만큼 유튜브는 미디어 시장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허팝’(허재원·30)은 약 3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스타 유튜버(1인 방송 창작자)다. 그가 구독자들과 공유하는 콘텐츠는 다름 아닌 엽기 과학실험. 초록색 슬라임 가루를 가득 풀어 넣은 ‘액체 괴물 수영장’에서 휘적휘적 헤엄치는 이색 실험부터 휴대전화에 방탄필름을 붙인 뒤 사포, 망치, 볼링공 등 각종 도구를 활용해 제품 내구성을 실험하는 등 다양한 도전을 즐긴다. 누적 조회 수는 19억2894만 회로 여느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따르면 허팝의 2017년 총수입 추산치는 약 12억3000만 원이다. 이는 기업 유료 광고나 협찬 등의 부수입은 빠진 금액이다.
배우 신세경은 지난해 10월 “팬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싶다”며 유튜브에 자신의 채널을 만들고 브이로그(비디오+블로그) 영상을 올려 관심을 모았다. 건강한 집밥 차려 먹기, 마트에서 장보기, 반려견과의 나들이 등의 영상으로 채널 개설 석 달 만에 구독자 수가 약 50만 명으로 늘었다. 신세경 외에도 방송인 겸 작가 유병재, 걸그룹 에이핑크 보미, 개그맨 강유미 등 유튜버를 부업으로 삼는 연예인이 늘고 있다.
유튜브·유튜버 수입 정산 비율 ‘45대 55’
2015년 10월 유튜브의 로버트 카인클 최고사업책임자(CBO)가 로스앤젤레스에서 유료 서비스 ‘유튜브 레드’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유튜버가 수익을 얻는 방법은 광고 수익, 슈퍼챗 후원 수익, 유튜브 레드 시청 수익, 브랜드 협찬·광고 수익, 공동구매·강의 등 기타 수익 등 다양하다. 날로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이 창출되고 있지만 현재로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수익은 단연 광고다. 구독자 혹은 시청자가 동영상 재생 전 또는 재생 중에 광고를 시청하면 영상 제작자가 돈을 받는 구조다. 이렇게 해서 번 돈은 유튜버가 구글 계정에 가입할 때 동시에 만들어지는 애드센스 계정을 통해 매달 말일에 지급된다. 이때 유튜버가 자신의 영상에 광고를 붙이겠다는 조항을 선택해야 한다. 이후 영상을 제작해서 올리고 최근 12개월간 유튜브 채널 구독자(1000명)와 총 시청 시간(4000시간)과 같은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유튜브 측이 영상에 짧은 분량의 광고를 삽입해 노출한다. 여기서 발생한 광고 수익의 55%는 유튜버가, 45%는 유튜브가 갖는다. 만약 유튜버가 MCN 같은 매니지먼트 업체에 소속됐다면 이 수익을 다시 회사와 나눈다. 회사와 유튜버의 수익 배분율은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3대 7 혹은 4대 6이다. ‘조회 수 1개당 1원’이라는 ‘카더라’가 회자되지만, 유튜브 수익 산정 방식은 매우 복잡하다. 물론 조회 수가 많으면 광고에 노출되는 횟수가 많아지므로 수익도 함께 올라간다. 그러나 여기엔 시청자 한 명이 동영상 한 편을 시청할 때마다 동영상 러닝타임, 시청시간, 광고 예산, 광고 형태 등과 같은 많은 변수가 적용된다. 우선 동영상에 광고가 붙어야 수익이 발생하는데 모든 영상에 광고가 붙는 것이 아니다. 설령 광고가 붙더라도 시청자가 광고를 건너뛰고 동영상을 재생했다면 광고 수익은 발생하지 않는다. 수익을 얻고자 건너뛰기가 안 되는 20초의 긴 광고를 영상 앞에 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청에 방해되는 긴 광고를 영상에 붙였다가 구독자가 떠나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유튜버는 구독자와 관계를 탄탄히 맺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취미로 영상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부업으로, 나아가 아예 본업으로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구독자가 10만 명 이상인 국내 유튜브 채널은 2017년 기준 1275개로, 해마다 배로 증가(2015년 368개, 2016년 674개)하는 추세다.
‘2018년 돈을 가장 많이 번 유튜브 스타’에 꼽힌 8세 유튜버 라이언이 장난감 비행기를 가지고 놀고 있다. [유튜브 캡처]
톱 유튜버는 상상을 초월한 고소득을 올리기도 한다. 미국의 유튜브 분석 사이트 소셜블레이드는 국내 인기 유튜버들이 버는 최다 예상 수익이 연간 최소 3억6000만 원부터 최대 3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주니어 유튜버도 고소득 달성에 성공했다. 이제 갓 만 13세인 어린이 유튜버 마이린의 구독자 수는 74만 명. 마이린이 밤 12시에 엄마 몰래 라면 먹는 영상은 조회 수가 820만 회를 넘었다. 제 또래가 관심을 가질 만한 게임, 음식, 놀이, 활동 등의 리뷰를 제공하는 마이린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달 수입이 대기업 임원급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이린 외에도 어릴 때부터 유튜버가 돼서 구독자 10만 명 이상을 확보한 경우가 꽤 있다.
구독자 수와 광고 수입은 별개
엽기적인 과학실험으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버 ‘허팝’. [유튜브 캡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튜버 활동에 전념하고 싶은데 직장을 그만둬도 될까요” 같은 질문이 수시로 올라온다. 심지어 유튜버 되는 법을 속성으로 가르치는 크리에이터 학원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른 법. 유튜버들은 “돈을 보고 유튜버가 되려 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충고한다. 어렵사리 구독자 수를 수백 명대로 올리고 조회 수가 수십만 회를 기록한다 하더라도 곧바로 돈이 벌리는 게 아니다. 유튜브가 요구하는 수익 창출 조건에 부합해야만 광고가 붙기 때문이다. 언제 이러한 조건이 충족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끊임없이 시간과 돈을 투입해야 한다. 2017년 리뷰·먹방(먹는 방송) 방송을 하는 유튜버가 된 최현수(가명) 씨는 “영상마다 광고 단가가 다르기 때문에 광고 수익은 천차만별”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광고 수익은 채널의 활성화 정도, 사용자의 시청 패턴에 따라 다르고, 광고 회사의 예산이나 광고 집행 시기, 광고 시청 국가에 따라서도 단가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비슷한 조회 수가 나와도 광고 수익이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조회 수 120만 회를 기록한 최씨의 침구류 리뷰 동영상의 광고 수익(추정)은 약 270만 원이다. 반면 아르바이트생인 그가 휴무에 근무지를 방문한 에피소드를 담은 동영상 조회 수는 145만 회를 기록했지만 수익은 90만 원에 그쳤다. 전자의 경우 조회 수 1회당 2.25원을 벌었고, 후자는 조회 수 1회당 0.6원을 번 셈이다. 100만 조회 수를 찍었다고 해서 100만 원을 버는 게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유튜버들은 항간에 떠도는 ‘구독자가 많을수록 수익이 높다’는 얘기도 사실과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구독자 수가 많으면 동영상을 보여줄 기회가 더 많아지긴 하지만, 구독자들이 자신의 동영상을 잘 보지 않거나 보더라도 시청시간이 짧고 유튜버가 영상 업로드를 자주 하지 않는다면 높은 수익은 기대하기 힘들다. 유튜브 정책상 ‘구독자=수익’ 공식이 성립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IT기기 리뷰 방송을 하는 유튜버 김민기(가명) 씨 역시 최근 몇 달 새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현재 그가 확보한 구독자는 3만여 명. 지난해 10월 채널 개설 이후 두 달 만에 구독자 1만 명을 달성하면서 동영상 광고 수익이 1일 평균 20만 원대를 기록했다. 이때만 해도 김씨는 구독자가 늘어날수록 광고 수익이 늘어날 거라 생각했지만 지난해 연말 구독자 2만 명을 돌파한 이후에도 1일 평균 수익은 20만 원대 그대로다.
김씨는 “구독자 수보다는 조회 수와 평균 시청시간, 재생기반 CPM 등의 수치가 높아야 광고 수익이 올라간다”고 봤다. 재생기반 CPM은 1000명이 영상을 봤을 때 평균 벌어들이는 금액을 말한다. 김씨는 “다만 구독자 수는 유튜버의 인지도와 파급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여서 구독자 수가 많을수록 기업의 유료 광고 단가가 기하급수로 올라가는 건 맞다”며 “톱 유튜버의 경우 광고 영상 한 편 찍는 데 1000만 원에서 4000만 원을 받고, 보통 광고 단가는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유튜버마다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스마트워치 등 최신 IT기기를 리뷰하는 유튜버 김민기 씨도 유튜브 수익에 대해 “한 달에 600만 원가량 수익을 얻고 있지만 세금 40만 원, 편집자 월급 200만 원, IT기기 구입비 100만 원, 작업실 임차료 80만 원, 생활비 100만 원 등이 빠지는 걸 고려하면 실제 손에 쥐는 순수입은 80만 원 안팎”이라고 밝혔다. 영상 제작에 따른 자신의 인건비를 생각하면 사실상 적자인 셈.
널뛰는 수입에 생활 불안정
유튜브 영상 한 편을 제작하기 위해선 콘텐츠 기획부터 촬영, 편집 등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아프리카TV의 ‘별풍선’처럼 시청자가 방송 중 유튜버에게 실시간으로 송금할 수 있는 슈퍼챗 역시 35%의 수수료가 수익금에서 제외된다. 여기서 달러를 원화로 환전할 때 빠지는 금액도 생각해야 한다. 결국 유튜브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방송 중 자사의 제품을 홍보해주길 원하는 기업의 협찬이나 공동구매 등의 이벤트가 있어야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광고 수익금은 약 두 달 뒤 정산되기 때문에 그 기간을 어떻게 버티는지도 관건이다. 약 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게임 유튜버 ‘개리형’은 그간의 유튜버 활동 경험을 토대로 매월 기대 수익을 계산해봤다. 그에 따르면 구독자 3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가 이틀에 한 번꼴로 영상을 업로드할 경우, 영상 한 편당 조회 수 1만5000회가 나온다고 가정했을 때 한 달 광고 수익 추정치는 약 67만 원. 개리형은 “지금까지 매달 100만 원 이상 벌어본 적이 없지만 재미있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수입은 고정적이지 않은 반면,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은 만만치 않다. 겨우 10분짜리 동영상을 만들기 위해 2시간 넘게 촬영할 때도 있고, 편집 시간은 또 이보다 더 많이 소요된다. 수입이 매달 들쭉날쭉하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밤낮이 바뀌는 불규칙한 생활 또한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늘 새로운 콘텐츠를 찾기 위해 연구해야 하고, 구독자가 많아질수록 구설에 오를 일도 많으니 스트레스 관리에도 유념해야 한다. 또한 저작권 문제, 유튜브 정책 변화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신경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닌 셈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전업 유튜버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게임 유튜버 대도서관은 자신의 방송에서 “유튜버가 되겠다고 무작정 회사나 학교부터 그만두는 건 절대 금물”이라며 “주말에 몰아서 영상 4편 정도 제작한 후 평일에 하루에 한 편씩 꾸준히 올리는 것으로 본업과 유튜버 활동을 병행하라”고 말한 바 있다.
유튜버 세금 신고 서둘러야 하는 이유
최근 들어 유튜버 소득에 대해 세금 부과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개인 방송으로 소득을 창출하는 사람은 세법상 거주자로서 전 세계 모든 원천소득에 대해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다. 즉 유튜브로부터 받은 광고 소득 역시 세금 납부 대상에 해당한다.
국내 유튜버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우선 MCN에 소속된 유튜버다. 이 경우 유튜브가 유튜버에게 줄 수입을 MCN이 대신 받고 유튜버에게 지급할 정산 금액에 대해 국세청에 신고한다. 국세청은 유튜버에 대한 신고를 받았기 때문에 유튜버에 대한 세금을 신고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MCN에 소속되지 않은 채 개별적으로 유튜브로부터 광고 수입을 받는 유튜버들도 있다. 현재 유튜브는 유튜버의 통장에 외화로 광고 수익을 이체하고 있는데, 문제는 유튜브를 운영하는 모기업 구글이 한국에서 활동하는 유튜버의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거래라면 MCN과 마찬가지로 개인 유튜버들에게 지급할 돈에 대해 세금을 신고하고, 이를 국세청이 파악해 유튜버들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다.
물론 국세청이 직접 유튜버의 소득을 알아낼 방법이 있다. 외국에서 돈을 송금하거나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돈을 송금하는 금액이 1만 달러(약 1132만 원) 이상일 경우 한국은행이 이를 확인해 해당 자료를 국세청에 넘겨 해당 유튜버의 소득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송금 금액이 1만 달러 이하일 경우에는 파악하기 힘들다.
또 다른 문제는 세금 당국이 설령 유튜버의 수입을 파악하더라도 어떻게 과세할지가 관건이다. 유튜버의 소득 분류를 무엇으로 해야 할지, 어떤 식으로 세금을 계산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구독자로부터 후원금(슈퍼챗)을 받는 경우 이를 기부금으로 볼지 수익으로 볼지도 애매하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유튜브로부터 받은 광고 수익은 소득세 신고 대상이라는 점이다. 만약 자진 납세하지 않을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세금은 점점 불어난다. 신고불성실가산세는 세금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 원래 납부해야 할 세금의 20%를 추가로 납부해야 하고, 만약 일부러 소득을 감추려 한 행위가 발각된다면 원래 납부해야 하는 세금의 40%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납부불성실가산세는 하루당 0.03% 이자가 붙어 1년이 지나면 약 10%의 가산세가 추가로 과세된다. 이성오 신의세무회계 세무사는 “당장은 수입이 많지 않더라도 처음부터 세금 관리에 대한 준비를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2019년 2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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