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장인 육성 100년… 암세포 약물반응 3D 이미지로 본다
김진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01-21 03:00 수정 2019-01-21 03:00
日 올림푸스 나가노 공장 가보니
“100년 동안 축적한 기술로 2016년 ‘공초점 레이저 생물현미경 FV3000’을 출시했습니다. 이 장비를 이용해 2017년 3월부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와 진행한 공동연구의 첫 번째 성과를 1월 8일 공개했습니다. 대장암 환자의 암세포를 3차원(3D) 이미지로 분석한 것이지요.” 현지에서 만난 오가와 하루오 올림푸스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설명이다.
올림푸스와 USC 연구진은 대장암 조직에 항암제 등 약물을 투여했을 때 조직을 이루는 각각의 세포가 어떤 상태를 보이는지 확인하는 3차원 이미지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항암제 효과를 평가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확립할 계획이다. 암 치료제와 치료법의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연구 시간을 대폭 줄여 생명과학 연구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고성능 렌즈일수록 빛을 산란시키지 않고 집중해서 받아들인다. 마치 돋보기로 빛을 집중해 작은 점을 만들어 종이를 태우는 것과 유사한 이치다. 올림푸스는 빛이 통과해 원하는 물체에 닿는 빛의 직경을 최소화해 8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까지 줄였다. 직경이 작을수록 미시 세계를 더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한 관찰이 가능해진다.
대장암 세포 3차원 이미지 연구에 활용된 공초점 레이저 현미경은 핀홀을 이용해 초점에서 산란되는 빛을 차단해 고해상도의 3차원 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현미경이다. 연마, 세정, 코팅 등 여러 공정을 거쳐 만든 여러 개의 렌즈를 쌓아 만든(적층) 고성능 렌즈를 이용한다. 렌즈를 통과한 빛이 직경 8nm의 공간에 모이도록 고성능 렌즈를 만들려면 14∼15개 이상의 렌즈를 적층해야 한다. 올림푸스는 렌즈를 적층할 때 생길 수 있는 미세한 렌즈 간 움직임을 조절하고 빛의 산란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지닌 ‘고도기능인정자’(기술 장인)들을 100년간 육성해왔다.
16일 대물렌즈 제조공정을 직접 소개한 쿠사마 야쓰토모 나가노 올림푸스 사장보좌는 “렌즈를 만들 때 빛의 에러를 줄이기 위해 적층한 렌즈 간의 편차를 조정하는 게 핵심 기술”이라며 “현재 나가노 공장에는 고성능 렌즈를 적층할 수 있는 고도기능인정자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나가노 공장에는 고도기능인정자 5명과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현대명공’이 8명 있으며, 이들은 연마 공정이나 편차 조정 공정 등 각기 다른 분야에 특화돼 있다.
올림푸스는 고성능 렌즈보다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중급 대물렌즈 공정을 디지털화해 자동생산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계가 중급 렌즈의 편차를 조정하는 데 약 7∼8분이 소요돼, 고도기능자나 현대명공의 수준(2∼3분)에는 아직 못 미치는 상황이다.
약물에 반응하는 암세포를 관찰하려면 현재 광학기술로 만들 수 있는 고성능 현미경을 사용해야 한다. 이때 렌즈가 세포의 어느 부위를 관찰하고 있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볼 순 있지만 전체 그림을 한눈에 보긴 어렵다는 의미다.
올림푸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리얼타임 매크로맵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렌즈가 자동으로 미세하게 움직이며 대상을 관찰할 때 최대 배율로 확대해 관찰한 이미지를 자동으로 이어 붙이는 기술이다. 초점이 맞는 부분만 선명해지는 광학기법도 적용해 세포의 3차원 깊이 차이까지 확인할 수 있다.
에다 유키오 올림푸스과학개발2부 부장은 “세포를 관찰할 때 기존 현미경의 시야는 극히 제한적이었다”며 “리얼타임 매크로맵 기술로 넓은 영역을 확대해 지도를 그려보면 세포 간 상호 영향 등 변해가는 모습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진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twok@donga.com
올림푸스 나가노 공장에서 42년간 일해온 하라 가즈이치 씨가 렌즈를 다듬는 연마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일왕으로부터 ‘고도기능인정자’ 지위를 받은 이 분야 최고 장인이다. 올림푸스 제공
도쿄에서 북서쪽으로 2시간 반 정도 가면 카메라로 유명한 일본 올림푸스 본사의 나가노 공장이 나온다. 16일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올림푸스 공장을 찾았다. 창업 이래 지난 100년 동안 단 한 번도 놓은 적이 없는 다양한 광학계 제품이 제작되고 있다. “100년 동안 축적한 기술로 2016년 ‘공초점 레이저 생물현미경 FV3000’을 출시했습니다. 이 장비를 이용해 2017년 3월부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와 진행한 공동연구의 첫 번째 성과를 1월 8일 공개했습니다. 대장암 환자의 암세포를 3차원(3D) 이미지로 분석한 것이지요.” 현지에서 만난 오가와 하루오 올림푸스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설명이다.
올림푸스와 USC 연구진은 대장암 조직에 항암제 등 약물을 투여했을 때 조직을 이루는 각각의 세포가 어떤 상태를 보이는지 확인하는 3차원 이미지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항암제 효과를 평가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확립할 계획이다. 암 치료제와 치료법의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연구 시간을 대폭 줄여 생명과학 연구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올림푸스가 개발한 공초점 레이저 생물현미경을 이용해 대장암 조직을 찍은 사진이다. 세포마다 각각 농도를 달리해 약을 주입한 다음 세포의 반응을 색으로 구분해 찍었다. 파란색은 살아있는 세포, 초록색은 죽은 세포다. 올림푸스 제공
2016년 올림푸스가 출시한 FV3000 모델과 1993년 처음 선보인 생물현미경 ‘Y-Shage(BX 시리즈)’ 등 생명과학 분야 광학 현미경의 심장은 대물렌즈다. 빛의 산란을 막고 어두운 표면에서 나오는 약한 빛까지 감지해야 정확하고 선명한 관측이 가능하다. 렌즈의 성능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고성능 렌즈일수록 빛을 산란시키지 않고 집중해서 받아들인다. 마치 돋보기로 빛을 집중해 작은 점을 만들어 종이를 태우는 것과 유사한 이치다. 올림푸스는 빛이 통과해 원하는 물체에 닿는 빛의 직경을 최소화해 8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까지 줄였다. 직경이 작을수록 미시 세계를 더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한 관찰이 가능해진다.
대장암 세포 3차원 이미지 연구에 활용된 공초점 레이저 현미경은 핀홀을 이용해 초점에서 산란되는 빛을 차단해 고해상도의 3차원 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현미경이다. 연마, 세정, 코팅 등 여러 공정을 거쳐 만든 여러 개의 렌즈를 쌓아 만든(적층) 고성능 렌즈를 이용한다. 렌즈를 통과한 빛이 직경 8nm의 공간에 모이도록 고성능 렌즈를 만들려면 14∼15개 이상의 렌즈를 적층해야 한다. 올림푸스는 렌즈를 적층할 때 생길 수 있는 미세한 렌즈 간 움직임을 조절하고 빛의 산란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지닌 ‘고도기능인정자’(기술 장인)들을 100년간 육성해왔다.
16일 대물렌즈 제조공정을 직접 소개한 쿠사마 야쓰토모 나가노 올림푸스 사장보좌는 “렌즈를 만들 때 빛의 에러를 줄이기 위해 적층한 렌즈 간의 편차를 조정하는 게 핵심 기술”이라며 “현재 나가노 공장에는 고성능 렌즈를 적층할 수 있는 고도기능인정자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나가노 공장에는 고도기능인정자 5명과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현대명공’이 8명 있으며, 이들은 연마 공정이나 편차 조정 공정 등 각기 다른 분야에 특화돼 있다.
올림푸스는 고성능 렌즈보다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중급 대물렌즈 공정을 디지털화해 자동생산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계가 중급 렌즈의 편차를 조정하는 데 약 7∼8분이 소요돼, 고도기능자나 현대명공의 수준(2∼3분)에는 아직 못 미치는 상황이다.
약물에 반응하는 암세포를 관찰하려면 현재 광학기술로 만들 수 있는 고성능 현미경을 사용해야 한다. 이때 렌즈가 세포의 어느 부위를 관찰하고 있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볼 순 있지만 전체 그림을 한눈에 보긴 어렵다는 의미다.
올림푸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리얼타임 매크로맵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렌즈가 자동으로 미세하게 움직이며 대상을 관찰할 때 최대 배율로 확대해 관찰한 이미지를 자동으로 이어 붙이는 기술이다. 초점이 맞는 부분만 선명해지는 광학기법도 적용해 세포의 3차원 깊이 차이까지 확인할 수 있다.
에다 유키오 올림푸스과학개발2부 부장은 “세포를 관찰할 때 기존 현미경의 시야는 극히 제한적이었다”며 “리얼타임 매크로맵 기술로 넓은 영역을 확대해 지도를 그려보면 세포 간 상호 영향 등 변해가는 모습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진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tw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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