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보러 축구장 가듯… ‘롤’ 대결 보러 종로로
강홍구 기자
입력 2019-01-19 03:00 수정 2019-01-19 03:00
서울 도심 한복판 ‘리그오브레전드’ 경기장 롤파크 가보니
서울 종로구 종로1가 사거리 주변 빌딩 숲 사이에 숨은 ‘별천지’가 있다. 세계적인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LOL·이하 롤)’의 개발사 라이엇게임즈가 마련한 ‘롤파크’다. 종로 그랑서울 빌딩 3층에 자리 잡은 이곳에서는 올해부터 롤의 국내 리그인 ‘LCK(롤 챔피언스 코리아)’ 전 경기가 열린다. 롤 프로선수와 팬들을 위한 e스포츠 복합문화공간인 롤파크를 ‘2019 스프링시즌’ 개막전이 열린 16일 찾아갔다.
○ 2분 만에 개막일 경기 매진
SK텔레콤 T1과 진에어 그린윙스의 시즌 개막전 1시간 전부터 롤파크에는 구름 관중이 몰렸다. 팬들은 경기 뒤 열리는 팬미팅 참가권을 얻기 위해 20m 넘게 줄지어 섰다. 게임 속 캐릭터(챔피언)를 코스프레한 팬들도 눈길을 끌었다. 5280m²(약 1600평) 규모의 이 경기장에 라이엇게임즈는 2029년까지 총 1000억여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09년(국내 2011년) 출시된 롤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 인기 e스포츠다. 2016년 9월 전 세계 월간 사용자가 1억 명이 넘었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다. 게임전문 리서치서비스 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롤의 시간점유율은 29.77%로 가장 높다. 12월 한 달 사용 시간만 184만3407시간이다. 2위 배틀그라운드(17.81%·110만3298시간)와 10%포인트 이상 차가 난다.
열기가 뜨겁다 보니 경기 관전 티켓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종종 암표가 나올 정도다. 선수들이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며 팬들은 희열을 느낀다. 개막일 2경기는 예매 시작 2분 만에 표가 매진됐다. 경기당 티켓 가격은 평일 9000원, 주말 1만1000원이다. 하루 2경기를 패키지로 구매하면 할인가(평일 1만4000원, 주말 1만7000원)가 적용된다. 이날도 티켓을 구하지 못한 롤 팬 수십 명이 경기장 밖에 설치된 TV로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장 안에서는 여느 스포츠 못지않은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롤파크에 마련된 롤 전용 경기장 ‘LCK아레나’는 격투기 경기장을 떠올리게 했다. 스탠딩석을 포함해 최대 500명(좌석 400개)의 관중을 수용하는 LCK아레나는 국내 e스포츠 경기장 중 처음으로 원형 형태로 설계됐다. 객석의 시야 각도를 넓혀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는 무대와 객석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넓이 826m²(약 250평), 높이 8m 공간에 뒤로 갈수록 좌석을 높게 배치해 관중의 시야 확보에도 신경을 썼다. 무대 중앙에는 경기 장면을 보여주는 가로 5.5m, 세로 3m의 대형 화면을 3개면으로 설치했다.
경기장 양쪽에 코치 박스를 마련해 스포츠적 요소도 극대화했다. 야구의 ‘더그아웃’과 비슷한 이곳에서 각 팀 코치들은 경기를 보고 선수들이 헤드셋으로 나누는 대화 내용을 들으며 전략을 구상한다. 세트가 끝날 때마다 코치의 작전 지시가 이뤄진다.
선수들 자리에 별도로 칸막이를 설치하지 않아 관중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더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경기 전 선수들이 다른 팀 선수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대기실에서 경기장으로 진입하는 경로를 분리하기도 했다. 프레스룸, 인터뷰룸 등도 차렸다. 공동취재구역 운영도 고려 중이다. 관중석 좌석도 스페인 FC 바르셀로나의 안방구장인 ‘캄프누’ 좌석을 제작한 피게레스사(社) 제품이다. 좌석에는 USB 충전 포트도 달렸다.
경기장 내 중계석이 2개인 것도 눈길을 끈다. 하나는 우리말, 다른 하나는 영어 중계 부스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국내 리그의 수준이 세계 최고이다 보니 8 대 2 비율로 외국인 시청자가 많다”고 말했다. 중국, 미국의 일부 매체는 국내 리그를 전담하는 취재진까지 두고 있다. 이전까지 게임 전문채널이 해오던 방송 제작도 올해부터는 라이엇게임즈가 직접 한다. 로보틱 캠, 무인카메라 등 총 30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한다. 경기장 밖에는 팬 미팅존과 카페, PC방도 있다.
○ 그들은 왜 롤에 열광하나
팬들은 왜 롤에 열광할까. 롤파크에서 만난 팬들이 꼽은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챔피언)의 다양성이다. 중앙대 e스포츠 동아리 ‘프라메’에서 활동한다는 최다현 씨(22·여)는 “어떤 챔피언을 고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게임을 하는 것 같다. 질릴 새 없이 새로운 재미를 발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롤에는 140여 개의 캐릭터가 있다. 한국의 구미호를 모델로 한 ‘아리’라는 캐릭터도 있다.
활성화된 프로리그도 팬들을 끌어당기는 요소다. 국내 리그인 LCK의 경우 1군(챔피언스), 2군(챌린저스)으로 나누어 승강전을 치른다. 한국 외에도 중국, 대만, 북미, 유럽 등 세계 14개 지역에서 리그가 진행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세계적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의 플레이를 보며 축구에 흥미를 갖듯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드챔피언십(일명 롤드컵)에서 3회 우승한 스타 플레이어인 ‘페이커’ 이상혁(23)은 수십억 원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4개 리그의 상위 24개 팀이 승부를 펼치는 롤드컵은 세계 롤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무대다. 지난해 11월 인천 문학 주경기장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의 시청자는 9960만 명이었다. SK텔레콤 T1팀 팬이라는 대학생 박동원 씨(26)는 “긴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축구 클럽들처럼 롤 팀들도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타며 다양한 스토리라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국 리그의 실력이 급성장하면서 한국 팀들과의 대결 구도도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경기에서도 중국 팀이 롤 금메달을 따냈다.
게임을 일주일 단위로 업데이트해 팬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성공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꾸준한 변화를 통해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는 게임 모델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 게임 제작사 측의 설명이다. 라이엇게임즈가 만든 가상 걸그룹 ‘K/DA’가 발표한 주제가 ‘POP/STARS’가 2억4000만 건 이상의 영상, 음악 조회 수를 기록하며 빌보드월드디지털 등 차트에서 1위를 하는 등 파급 효과도 크다.
○ 캠퍼스 안 e스포츠 경기장
게임업계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 규모를 약 9억 달러, 우리 돈 약 1조 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는 2021년 e스포츠 산업 매출 규모가 16억5000만 달러(약 1조85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프로축구 등 기존 스포츠 구단의 e스포츠 참여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1일 발표한 ‘2018 e스포츠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축구, 배구, 농구단 등을 운영하는 터키 스포츠클럽인 베식타시가 롤 팀을 창단해 리그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기존 스포츠 구단이 속속 e스포츠단을 창단하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축구 팀들이 ‘피파’ 프로 게이머를 영입해 e스포츠 리그를 출범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SK, KT 등이 스포츠단 내에서 e스포츠팀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9일 LCK와 2년간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맺는 등 e스포츠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계약 실무 담당자인 우리은행 홍민호 과장은 “20, 30대 젊은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LCK 타이틀 스폰서를 맡기로 했다. 최근 e스포츠가 아시아경기 시범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 것도 참여의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I)는 롤, 오버워치 종목 관련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캠퍼스 내 경기장 ‘UCI e스포츠 아레나’를 짓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대도 지난해 e스포츠 관련 과목을 개설했는데, 120명 정원에 200명이 몰릴 정도로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국내에서는 연세대가 지난해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e스포츠 관련 강의 개설 방침을 밝혔다.
‘2018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한국 e스포츠 선수 152명이 해외 무대에 진출해 있다. 롤 91명, 오버워치 61명이다. 외국 선수들이 국내로 들어와 훈련캠프를 차리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단이 야구 선진국인 일본이나 미국 등으로 스프링캠프 훈련을 떠나는 것처럼 외국 e스포츠 선수들도 e스포츠 강국인 한국으로 와서 연습 상대를 구해 훈련한다.
서울 종로구 종로1가 사거리 주변 빌딩 숲 사이에 숨은 ‘별천지’가 있다. 세계적인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LOL·이하 롤)’의 개발사 라이엇게임즈가 마련한 ‘롤파크’다. 종로 그랑서울 빌딩 3층에 자리 잡은 이곳에서는 올해부터 롤의 국내 리그인 ‘LCK(롤 챔피언스 코리아)’ 전 경기가 열린다. 롤 프로선수와 팬들을 위한 e스포츠 복합문화공간인 롤파크를 ‘2019 스프링시즌’ 개막전이 열린 16일 찾아갔다.
○ 2분 만에 개막일 경기 매진
SK텔레콤 T1과 진에어 그린윙스의 시즌 개막전 1시간 전부터 롤파크에는 구름 관중이 몰렸다. 팬들은 경기 뒤 열리는 팬미팅 참가권을 얻기 위해 20m 넘게 줄지어 섰다. 게임 속 캐릭터(챔피언)를 코스프레한 팬들도 눈길을 끌었다. 5280m²(약 1600평) 규모의 이 경기장에 라이엇게임즈는 2029년까지 총 1000억여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09년(국내 2011년) 출시된 롤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 인기 e스포츠다. 2016년 9월 전 세계 월간 사용자가 1억 명이 넘었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다. 게임전문 리서치서비스 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롤의 시간점유율은 29.77%로 가장 높다. 12월 한 달 사용 시간만 184만3407시간이다. 2위 배틀그라운드(17.81%·110만3298시간)와 10%포인트 이상 차가 난다.
열기가 뜨겁다 보니 경기 관전 티켓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종종 암표가 나올 정도다. 선수들이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며 팬들은 희열을 느낀다. 개막일 2경기는 예매 시작 2분 만에 표가 매진됐다. 경기당 티켓 가격은 평일 9000원, 주말 1만1000원이다. 하루 2경기를 패키지로 구매하면 할인가(평일 1만4000원, 주말 1만7000원)가 적용된다. 이날도 티켓을 구하지 못한 롤 팬 수십 명이 경기장 밖에 설치된 TV로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장 안에서는 여느 스포츠 못지않은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롤파크에 마련된 롤 전용 경기장 ‘LCK아레나’는 격투기 경기장을 떠올리게 했다. 스탠딩석을 포함해 최대 500명(좌석 400개)의 관중을 수용하는 LCK아레나는 국내 e스포츠 경기장 중 처음으로 원형 형태로 설계됐다. 객석의 시야 각도를 넓혀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는 무대와 객석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넓이 826m²(약 250평), 높이 8m 공간에 뒤로 갈수록 좌석을 높게 배치해 관중의 시야 확보에도 신경을 썼다. 무대 중앙에는 경기 장면을 보여주는 가로 5.5m, 세로 3m의 대형 화면을 3개면으로 설치했다.
경기장 양쪽에 코치 박스를 마련해 스포츠적 요소도 극대화했다. 야구의 ‘더그아웃’과 비슷한 이곳에서 각 팀 코치들은 경기를 보고 선수들이 헤드셋으로 나누는 대화 내용을 들으며 전략을 구상한다. 세트가 끝날 때마다 코치의 작전 지시가 이뤄진다.
선수들 자리에 별도로 칸막이를 설치하지 않아 관중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더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경기 전 선수들이 다른 팀 선수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대기실에서 경기장으로 진입하는 경로를 분리하기도 했다. 프레스룸, 인터뷰룸 등도 차렸다. 공동취재구역 운영도 고려 중이다. 관중석 좌석도 스페인 FC 바르셀로나의 안방구장인 ‘캄프누’ 좌석을 제작한 피게레스사(社) 제품이다. 좌석에는 USB 충전 포트도 달렸다.
경기장 내 중계석이 2개인 것도 눈길을 끈다. 하나는 우리말, 다른 하나는 영어 중계 부스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국내 리그의 수준이 세계 최고이다 보니 8 대 2 비율로 외국인 시청자가 많다”고 말했다. 중국, 미국의 일부 매체는 국내 리그를 전담하는 취재진까지 두고 있다. 이전까지 게임 전문채널이 해오던 방송 제작도 올해부터는 라이엇게임즈가 직접 한다. 로보틱 캠, 무인카메라 등 총 30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한다. 경기장 밖에는 팬 미팅존과 카페, PC방도 있다.
○ 그들은 왜 롤에 열광하나
팬들은 왜 롤에 열광할까. 롤파크에서 만난 팬들이 꼽은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챔피언)의 다양성이다. 중앙대 e스포츠 동아리 ‘프라메’에서 활동한다는 최다현 씨(22·여)는 “어떤 챔피언을 고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게임을 하는 것 같다. 질릴 새 없이 새로운 재미를 발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롤에는 140여 개의 캐릭터가 있다. 한국의 구미호를 모델로 한 ‘아리’라는 캐릭터도 있다.
활성화된 프로리그도 팬들을 끌어당기는 요소다. 국내 리그인 LCK의 경우 1군(챔피언스), 2군(챌린저스)으로 나누어 승강전을 치른다. 한국 외에도 중국, 대만, 북미, 유럽 등 세계 14개 지역에서 리그가 진행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세계적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의 플레이를 보며 축구에 흥미를 갖듯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드챔피언십(일명 롤드컵)에서 3회 우승한 스타 플레이어인 ‘페이커’ 이상혁(23)은 수십억 원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4개 리그의 상위 24개 팀이 승부를 펼치는 롤드컵은 세계 롤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무대다. 지난해 11월 인천 문학 주경기장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의 시청자는 9960만 명이었다. SK텔레콤 T1팀 팬이라는 대학생 박동원 씨(26)는 “긴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축구 클럽들처럼 롤 팀들도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타며 다양한 스토리라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국 리그의 실력이 급성장하면서 한국 팀들과의 대결 구도도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경기에서도 중국 팀이 롤 금메달을 따냈다.
게임을 일주일 단위로 업데이트해 팬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성공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꾸준한 변화를 통해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는 게임 모델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 게임 제작사 측의 설명이다. 라이엇게임즈가 만든 가상 걸그룹 ‘K/DA’가 발표한 주제가 ‘POP/STARS’가 2억4000만 건 이상의 영상, 음악 조회 수를 기록하며 빌보드월드디지털 등 차트에서 1위를 하는 등 파급 효과도 크다.
○ 캠퍼스 안 e스포츠 경기장
게임업계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 규모를 약 9억 달러, 우리 돈 약 1조 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는 2021년 e스포츠 산업 매출 규모가 16억5000만 달러(약 1조85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프로축구 등 기존 스포츠 구단의 e스포츠 참여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1일 발표한 ‘2018 e스포츠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축구, 배구, 농구단 등을 운영하는 터키 스포츠클럽인 베식타시가 롤 팀을 창단해 리그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기존 스포츠 구단이 속속 e스포츠단을 창단하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축구 팀들이 ‘피파’ 프로 게이머를 영입해 e스포츠 리그를 출범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SK, KT 등이 스포츠단 내에서 e스포츠팀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9일 LCK와 2년간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맺는 등 e스포츠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계약 실무 담당자인 우리은행 홍민호 과장은 “20, 30대 젊은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LCK 타이틀 스폰서를 맡기로 했다. 최근 e스포츠가 아시아경기 시범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 것도 참여의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I)는 롤, 오버워치 종목 관련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캠퍼스 내 경기장 ‘UCI e스포츠 아레나’를 짓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대도 지난해 e스포츠 관련 과목을 개설했는데, 120명 정원에 200명이 몰릴 정도로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국내에서는 연세대가 지난해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e스포츠 관련 강의 개설 방침을 밝혔다.
‘2018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한국 e스포츠 선수 152명이 해외 무대에 진출해 있다. 롤 91명, 오버워치 61명이다. 외국 선수들이 국내로 들어와 훈련캠프를 차리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단이 야구 선진국인 일본이나 미국 등으로 스프링캠프 훈련을 떠나는 것처럼 외국 e스포츠 선수들도 e스포츠 강국인 한국으로 와서 연습 상대를 구해 훈련한다.
다만 선수들의 수준만큼 국내 게임산업계의 관심이 따라가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지난해 아시아경기 e스포츠 6개 종목 중에 국산 게임은 하나도 없었다”며 “한국 게임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e스포츠 관련 게임을 개발하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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