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비온대요” 로봇이 우산 들고 따라나왔다

황태호 기자

입력 2019-01-11 03:00 수정 2019-01-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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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여개 로봇 경연장 된 CES

8∼11일(현지 시간)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9’에는 1000종이 넘는 로봇 제품이 선보였다. 네이버가 공개한 클라우드 기반 로봇팔 ‘엠비덱스’. 네이버 제공
9일(현지 시간) ‘CES 2019’가 한창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175cm의 키에 팔다리와 손, 손가락까지 사람처럼 열 개를 갖춘 로봇 ‘워커’가 냉장고를 열더니 콜라를 꺼내들었다. 두 발로 걸어가 앉아 있는 ‘주인’에게 공손히 콜라를 가져다 준 워커는 잠시 후 외출하려는 주인을 바라보며 “저녁에 비가 온답니다. 우산 챙기세요”라는 말과 함께 우산을 건넸다. “집 잘 지키고 있을 게요”라는 인사말까지 건네자 시연 무대를 둘러싸고 있던 관객 사이에서 박수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번 CES에선 ‘로봇 경연장’으로 불릴 정도로 대·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로봇 신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인공지능(AI)·로보틱스’ 존에는 100여 개의 로봇 전문기업이 줄잡아 1000종에 가까운 로봇 제품을 공개했다. 스타트업 전용 전시관에도 로봇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 AI·5G로 진화한 로봇

박일평 LG전자 CTO와 함께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 ‘LG 클로이 가이드봇’. LG전자 제공
이번 CES에 출품된 로봇들은 저마다 AI나 5세대(5G) 통신을 적용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비테크가 지난해 CES 2018에서 첫선을 보인 워커는 당시만 해도 손가락은커녕 팔도 없는 반(半)휴머노이드 로봇(사람 형태를 본뜬 로봇)에 지나지 않았다. 불과 1년 만에 인간의 손동작까지 완벽하게 따라하는 지능을 갖춘 것이다. 유비테크 직원 에스더 쉬 씨는 “AI를 적용해 시각과 청각, 촉각까지 갖췄다”라며 “가까운 미래에 인간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자동차부품 기업인 콘티넨탈은 자율주행차를 탄 ‘로봇 개(로보도그)’를 결합한 무인 배송 모델을 선보였다. 물건을 실은 자율주행차가 배송지에 가까운 도로나 주차장에 도착하면 함께 타고 있던 로보도그가 물건을 집 앞까지 운반하는 것이다.

LG전자가 선보인 ‘클로이’도 업그레이드된 AI ‘씽큐’를 탑재했다. ‘클로이 가이드봇’은 7일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의 기조연설에 공동 연사로 등장해 ‘최초의 로봇 기조연설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네이버도 퀄컴과 협력해 5G 기술을 적용한 클라우드 기반의 정밀 제어가 가능한 로봇팔 ‘엠비덱스’를 처음 공개했다.


○ 로봇 쏟아내는 중국…“저가 시장 이미 잠식”

중국 유비테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 유비테크 제공
로봇, 스타트업 전용관에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내세우는 로봇들로 북적였다. 일본 로봇기업 오므론은 사람과 탁구 경기를 벌이는 로봇 ‘포르페우스’의 새 버전을 전시했다. 이 로봇은 산업용 다관절 로봇을 만드는 오므론이 성능을 과시하기 위한 콘셉트 제품이다. 올해 전시한 제품은 AI 기반으로 상대(사람)의 실력에 따라 대응 수준을 맞추고, 사람의 움직임을 분석해 코칭까지 해 준다.

이들 중 대부분은 중국 기업이다. 유비테크 역시 2013년 창업한 7년 차 중국 스타트업이다. AI 기반 휴머노이드 반려 로봇 ‘리쿠’를 선보인 한국 스타트업 토룩의 전동수 대표는 “막상 현장에 와 보니 로봇관은 중국의 독무대 같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로봇 스타트업들은 ‘로봇 굴기’를 표방하는 정부가 무상 지원하는 땅을 이용하고 보조금을 받는 데다 부품, 공장 등 제조 인프라도 엄청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시제품이 바로 나온다”며 “저가 시장은 이미 빼앗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봇을 내놓은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을 포함해도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했다.

라스베이거스=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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