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19] 'RTX'로 게이머 설득 나선 엔비디아, 과연?

동아닷컴

입력 2019-01-08 16:35 수정 2019-01-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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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포스 RTX 2060을 공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출처=IT동아)

"RTX는 차세대 그래픽의 기준이 될 것이다. 실제와 같은 그래픽 효과들이 실시간으로 작동한다. 엔비디아 튜링은 새로운 쉐이더 설계와 텐서(인공지능) 코어, RT(광선추적) 코어를 탑재해 화질을 개선하고 성능을 높이며 광선 추적을 통한 새로운 그래픽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사진 수준의 화질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단상에 오른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자사가 개발한 차세대 그래픽 프로세서 설계, '튜링'과 RTX 기술이 차세대 그래픽 효과를 구현하고 나아가 현실 수준의 게이밍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 강조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이미 지난해부터 언급되어 왔던 것이다. 그만큼 엔비디아 RTX 기술과 튜링 설계 기반 그래픽카드는 소비자를 설득하지 못한 것일까?

2019년 1월 6일, 엔비디아는 MGM 컨퍼런스 센터에서 'CES 미디어 컨퍼런스'를 열고 자사 기술들을 강조하며, 차세대 그래픽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 선언했다. 이를 위해 실제 작동하는 여러 영상들을 시연할 정도로 많은 공을 들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게임 그래픽은 지난 13년간 많은 발전을 이뤘다. 여러 기술이 적용되면서 현실에 가까운 화면 구현이 가능했다. 그러나 RTX는 이보다 더 나아가 사진 수준의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다. 단지 빛을 추적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실제로 보여주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현실과 같은 효과가 정말 필요한가?

엔비디아는 RTX를 통해 게이머가 얻을 수 있는 것이 '현실적인 그래픽'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사진 수준의 게임 화면을 고해상도 영역에서 부드럽게 재현한다는 것인데, 실제 게이머 입장에서 이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성능은 기대치에 못 미치지만 현실적인 그래픽 효과를 위해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만 원을 내야 한다면 얼마나 많은 게이머들이 수긍할까?(출처=IT동아)

게임을 즐기는데 있어 그래픽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다. 화려한 그래픽 효과를 부드럽게 즐기고자 게이머들은 기꺼이 비용을 투자한다. 하지만 그 의미가 퇴색되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온라인 영역이다. 혼자 즐기는 패키지 게임에 비해 여러 게이머가 동시에 접속해 경쟁 혹은 협동하는 온라인 게임은 특성상 화려한 그래픽은 오히려 독이 된다.

대규모접속역할분담게임(MMORPG)이라면 모르겠지만 1·3인칭 슈터 게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게임 효과에 따라 게임 결과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예로 어떤 게이머는 주변 사물 관련 효과를 활성화 하면 현실적인 느낌을 받더라도 피아식별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다른 게이머가 관련 효과를 모두 비활성화한다면 그래픽에 대한 경험은 떨어져도 피아식별이 용이해 상대방을 제압하는데 유리해진다.

따라서 해당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은 환경 효과를 모두 비활성화한 채 즐기는 경향이 있다. 게임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이라면 효과를 전부 활성화하고 즐겨도 무방하지만 그런 게이머가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런 부류의 게임을 즐긴다면 현실과 같은 효과라는 말 자체가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지포스 RTX는 광원과 질감에 많은 초점을 맞췄다(출처=IT동아)

실제로 가장 화려한 그래픽으로 주목 받았던 배틀필드 V. 이 게임은 엔비디아와 다이스(DICE)가 협력해 레이트레이싱(광선추적) 기술에 인공지능 화질 개선 기술인 DLSS(Deep Learning Super Sampling) 기술 등 RTX 기술을 대거 접목했다. 처음 공개된 영상에는 불길이 차 표면에 표시되고 바닥에 고인 물 위에는 사람이나 사물의 모습이 반사되는 등 실감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실제 게임은 일부 효과가 제외됐다. 여럿이 온라인 내에서 경쟁하는 구조에서 RTX 효과가 성적 불평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캐릭터가 물 위에 반사되는 효과나 일부 반사 효과 등이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준비되지 않은 기술을 위한 비용 지출이 문제

엔비디아는 RTX 기술이 차세대 그래픽 시대를 이끌 것이라 단언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해당 기술을 지원하는 게임 수 자체가 절망적이다. 대부분 게임은 여전히 이전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그 중에는 게이머들이 기대하는 AAA급 대작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까 게임의 핵심은 재미인 것이지 그래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현재 RTX 기술, 그 중 엔비디아가 강조하는 광선추적(레이트레이싱)을 적극 활용하는 게임은 배틀필드V 뿐이다. 이마저도 해당 기술이 정말 RTX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한 게이머가 RT 코어가 없는 타이탄 V를 가지고 배틀필드 V의 광선추적 기능을 활성화했고, 성능도 현존하는 RTX 그래픽카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알려졌기 때문.

그런 상황에서 소비자는 새 그래픽카드의 가치에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다. 출시 시기가 조금 지나 가격 안정화가 이뤄진 상황이라 하더라도 새 그래픽카드의 가격은 적게는 60만 원대에서 150만 원대 이상에 형성되어 있다. 이전 세대 상위 그래픽카드 수준으로 성능 향상이 이뤄졌지만 가격마저 그와 동일하게 책정해버린 상황이 되어버렸다.

지포스 RTX 2060은 과연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을까?(출처=IT동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이날 RTX 20 시리즈의 핵심 라인업이 될 'RTX 2060'을 공개했다. 가격은 북미 기준으로 349달러(원화 환산 약 39만 원 상당)에 책정됐다. 실제 국내 판매가 이뤄진다면 최소 40만 원대 후반에 가격 형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성능은 지포스 GTX 1070 Ti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가격은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GTX 1070이 329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부담이 느껴진다. 과거 엔비디아는 차기 제품을 선보이면서 가격을 대부분 전작과 비슷한 수준에 맞춰왔지만 이번에는 가격 인상폭이 컸다. RTX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는 게임이 많지 않고 향후 잠재력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부터 올린 엔비디아의 정책은 거부감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엔비디아는 RTX로 게이머를 설득시킬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설득은 못하더라도 게이머들은 지포스 RTX를 선택할 것이다. 선택의 폭이 좁아서다. 시장에서는 그래픽카드라고 해봐야 엔비디아 지포스 혹은 AMD 라데온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된다. 그 중 AMD 라데온은 성능 측면에서 지포스와 상대적인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성능에 초점을 맞춘 게이머들은 어쩔 수 없이 그래픽카드를 선택하고 있다.

다양한 RTX 관련 기술이 공개됐지만, 게이머들이 이를 제대로 즐길 콘텐츠 수는 절망적일 정도로 적다(출처=IT동아)

하지만 향후 시장이 달라진다면 엔비디아도 언제까지 RTX로 게이머를 설득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현재 인텔은 자체 그래픽 프로세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AMD 또한 차기 설계를 준비하며 반전을 꿈꾸고 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성능 차이가 많지 않다면 엔비디아의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회계연도 기준, 엔비디아의 19년 3분기 실적은 31억 8,100만 달러(원화 환산 약 3조 5,600억 상당). 이 중 절반 이상(17억 6,400만 달러)을 게이밍 시장에서 거두고 있는 상황. 아무리 스스로를 인공지능 기업이라 말해도 결국 일반 소비자, 전 세계 게이머들이 지금의 엔비디아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젠슨 황 최고경영자의 CES 연설은 아쉬웠다. 위트 있는 행동과 말은 여전했지만 말이다. RTX의 '장점'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게이머들이 RTX를 활용해 실제 체험 가능한 '콘텐츠'를 제대로 강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작 RTX 게임 3~4개 즐기자고 수십만 원짜리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강형석 기자 redb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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