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삼성-애플 “이젠 파트너”

뉴스1

입력 2019-01-08 09:52 수정 2019-01-0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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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6일(현지 시간) 애플과 협력해 업계 최초로 스마트 TV에 아이튠즈 무비 & TV쇼 (iTunes Movies & TV Shows, 이하 아이튠즈)와 에어플레이2(AirPlay 2)를 동시 탑재한다. 사진은 삼성 스마트 TV에 아이튠즈가 적용돼 있는 모습(삼성전자 제공) 2018.1.7/뉴스1
삼성전자가 6일(현지 시간) 애플과 협력해 업계 최초로 스마트 TV에 아이튠즈 무비 & TV쇼 (iTunes Movies & TV Shows, 이하 아이튠즈)와 에어플레이2(AirPlay 2)를 동시 탑재한다. 사진은 삼성전자 스마트 TV로 애플 아이폰 화면을 그대로 띄우는 ‘에어플레이’ 기능 모습. (삼성전자 제공) 2018.1.7/뉴스1 © News1

삼성 스마트TV에 ‘아이튠즈’ 탑재…타사와 협업 최초

세기의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과감하게 손을 잡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송전을 벌이던 양사가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격언대로 격변하는 IT시장에서 파트너십을 택한 것이다. 글로벌 IT업계도 이례적인 ‘적과의 동침’ 소식에 반응이 뜨겁다.

삼성전자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전박람회 ‘CES 2019’ 개막을 앞두고 애플과 협력해 업계 최초로 스마트 TV에 ‘아이튠즈’와 ‘에어플레이2’를 탑재한다고 밝혔다. 애플 ‘아이튠즈’는 애플이 자체 보유한 콘텐츠 마켓으로 수십만개의 동영상, 음악, 영화 등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 구글과 협력을 강화한 삼성전자가 애플까지 콘텐츠 서비스 파트너로 영입하면서 삼성전자 TV의 콘텐츠 경쟁력이 한층 강화됐다. 삼성전자 TV에서 넷플릭스뿐 아니라 애플의 ‘아이튠즈’ 콘텐츠도 자유롭게 볼 수 있게 됐다.

애플에도 기회가 열렸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TV 콘텐츠 분야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애플에 세계 1위 TV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압도적인 콘텐츠 플랫폼이다. 전세계 프리미엄 TV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강력한 하드웨어 플랫폼 경쟁력이 콘텐츠 사업을 확대하려는 애플에는 놓칠 수 없는 ‘러브콜’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가진 고객이라도, 영화와 드라마는 여전히 TV의 대형화면으로 시청하는 고객들이 많다. 이런 라이프스타일 패턴이 애플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아이튠즈를 타사 기기에 탑재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애플 입장에서는 1년에 4500만대의 TV를 판매하는 삼성전자의 경쟁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결정은 양사 대표이사들의 협의로 급물살을 탔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애플에 ‘러브콜’을 보내기까지 적잖은 이견과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라이벌에 플랫폼을 열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으나 애플의 ‘아이튠즈’를 집 안의 TV로 보고 싶어하는 고객들의 ‘니즈’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가 “서로에게 ‘윈윈’이다”라고 자신있게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TV사업 수장인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이날 오후 7시 미국 라스베이거스 아리아 호텔에서 열린 TV 신제품 공개행사 ‘삼성 퍼스트룩 2019(Samsung First Look 2019)’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삼성과 애플의 협력은 서로가 윈윈이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메리트(merit)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협력은 삼성전자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콘텐츠 서비스 파트너십을 먼저 제안한 것은 우리 쪽”이라며 “스마트폰 사업에서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을 모두 고려해서 제안을 던졌는데 애플이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한 사장도 “애플과 특허소송이 합의로 잘 마무리된 덕에 협력도 가능해진 셈”이라고 강조했다. 무려 7년간 끌어왔던 특허소송이 끝나지 않았다면 삼성전자와 애플의 콘텐츠 시장 협업은 상상도 못했을 일이란 얘기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글로벌 IT시장의 양대산맥이다.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특수관계’로 얽혀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선 단 한 수도 물러설 수 없는 경쟁자다. 하지만 애플은 삼성전자 D램 등 메모리반도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삼성SDI의 배터리 등 부품을 구매하는 대형 고객사이기도 하다.

지금은 거래가 끊겼지만 애플은 아이폰의 두뇌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삼성전자 파운드리 라인에서 위탁생산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이재용 부회장이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만난 애플의 팀 쿡과 ‘미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의 애플과 삼성전자 간 소송을 끝낸다’는 합의를 이끌어낸 것도 삼성과 애플의 이런 특수관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과 애플의 파트너십 발표에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IT 애널리스트 진 먼스터(Gene Munster)는 “애플 아이폰 판매가 둔화되는 등 하드웨어 분야에서 애플의 후퇴가 뚜렷하다”며 “애플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콘텐츠 및 서비스 분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고, 특히 기술과 미디어를 결합한 서비스를 확대해 아이폰 매출 둔화를 보전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의 전(前) 마케팅 분야 간부 마이클 가튼버그는 “이번 조치는 애플이 삼성을 더 이상 예전처럼 적으로만 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적의 적은 친구”라며 “삼성과 애플이 걱정해야 하는 상대는 화웨이 등 중국에 많이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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