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광현]넥슨 매각

김광현 논설위원

입력 2019-01-04 03:00 수정 2019-01-0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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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인터넷 기술로 청년 부호가 대거 탄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신기술이 낳은 세계 최대 신흥 부호들이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불어 닥친 정보기술(IT) 혁명이 벤처 1세대 부호를 만들어냈다. 지금까지 건재하며 거의 재벌 반열에 오른 대표적인 사람이 네이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넥슨의 김정주 사장이다. 이들은 연배가 엇비슷하고 모두 서울대 공대 출신이다.

▷그 트리오 중 한 명인 김정주 사장이 넥슨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게임산업에서 손을 뗀다고 한다. 김 사장의 지분 매각 사유가 분분하다. 한편에서는 셧다운제(청소년 심야시간 게임 이용 규제) 등 게임산업에 가해지는 갖가지 규제 때문에 더 이상 한국에서 게임산업을 하기에 지쳤다는 분석도 한다. 또 대학 동창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비상장 주식 4억2500만 원어치를 공짜로 준 혐의로 2년간 검찰 조사와 재판을 받느라 시달렸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두 요인 다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업가’ 김정주를 나름대로 잘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런 이유로 게임사업을 그만둘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오로지 사업적 판단일 것이라는 관측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게임산업은 시장도 넓어지지만 경쟁 기업은 더 많이 늘어 글로벌 레드오션이 되는 추세다. 김 사장은 줄곧 게임산업 밖에서 대박을 터뜨릴 다른 기회를 찾아왔다. 유럽의 가상화폐거래소, 이탈리아 유기농 동물사료업체 등을 사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게임업체 1위인 넥슨의 인수 후보로는 국내외 몇몇 기업과 함께 중국의 1, 2위 게임기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게임시장 규모로는 이미 한국을 넘어섰고 기술 수준도 한국의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에 국내 대표 게임업체가 통째로 넘어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게임산업을 오락실 수준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디지털 기술과 콘텐츠가 결합된 최첨단 산업이다. 이런 산업의 대표 기업이 다른 나라로 통째로 넘어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씁쓸한 일이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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