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에 품은 사직서, AI가 먼저 안다?

동아닷컴

입력 2018-12-27 11:50 수정 2018-12-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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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드는 퇴사 욕구. 이를 인공지능이 먼저 감지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자율주행차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인공지능의 영역 확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이제는 직원이 이직에 앞서 보이는 전조(前兆)를 감지해 직원의 이직을 예방하고, 입사 지원자와의 면접 내용을 분석해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는 인공지능 기술까지 등장했다. 외부 고객 대응뿐만 아니라 HR(인사관리) 같은 회사 내부 업무에까지 인공지능이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프론테오코리아(출처=IT동아)

입사지원자 서류 검토에서부터 비대면 면접까지… AI로 진화하는 채용

기업은 입사지원자의 서류를 검토하는 데 얼만큼의 시간을 쓸까? 지원자가 몰리는 대기업의 경우, 인사담당자 10명이 7일 동안 약 1만 명에 달하는 자기소개서를 검토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류 검토 과정에서부터 완전한 객관성이나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기업이 인적/시간적 자원의 효율 측면에서, 또한 기업의 신뢰도 제고 차원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인재 채용에 반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서류 평가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백화점, 마트, 정보통신 등 계열사의 신입 직원을 뽑을 때 인공지능을 활용해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분석한 후, 해당 인재의 직무와 기업 문화 적합도를 판단하고 있다. 또한 시중의 자기소개서들과 비교해 베꼈는지 여부도 확인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SK C&C에서 직접 인공지능 엔진 '에이브릴'을 개발해 신입사원 서류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면접까지 보는 기업도 있다. 건설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마이다스아이티는 언어 인식 기술 위주로 설계되고 있는 시중의 HR 인공지능과 달리 사물 인식과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한 HR 인공지능을 선보였다. 마이다스아이티에 따르면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수집된 지원자들의 얼굴 표정과 음성의 높낮이 등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지원자들의 생각과 업무 적합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HR 전반으로 확산되는 AI, 직원들의 이직까지 예방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재 채용은 해외에서도 활발하다. 미국의 경우 경제전문지 포츈이 선정한 미 500대 기업 대부분이 이미 채용 과정에 인공지능을 도입했고, 이 가운데 유니레버, 힐튼그룹 등 50개 이상 기업이 면접까지 도입하는 등 인공지능을 활용한 채용이 일상이 된 것이다.

IBM은 신규 채용에 매년 300만 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리는데, 이들의 서류를 사람이 검토하려면 하나당 1분씩 잡아도 무려 5만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IBM은 자사가 개발한 인공지능인 '왓슨(Watson)'을 활용해 지원자의 서류 검토에 필요한 시간, 비용, 오류 등을 크게 줄이고 있다.

미국의 인공지능 개발사인 '하이어뷰(Hire Vue)'는 컴퓨터 비전 기술과 음성 인식 기술이 도입된 인공지능을 활용한 채용 면접 시스템을 개발해 상용화를 꾀하고 있다. 면접자의 얼굴 표정, 손짓, 음성 떨림, 대화 내용 등을 분석해 면접자가 해당 기업과 업무(Job)에 적합한 인재인지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내준다. 면접자의 미소, 찡그림, 눈동자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평가의 한 요소로 반영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채용 뿐만 아니라 이직 방지, 직무 배치 등 HR 전반으로 도입을 확장하고 있다. 인공지능 개발사인 ‘프론테오(FRONTEO)’의 인공지능 ‘키빗(KIBIT)’은 의료 전문 인력 파견업체 '소라스토(Solasto)'에서 직원들의 이직을 방지하는 일을 돕고 있다. 소라스토는 입사 후 1년 이내에 이탈하는 직원들이 많아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연간 2,000건 이상의 면담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사람이 모두 분석하다보니 업무 부담이 상당했고 실수로 놓치는 부분도 많았다.

키빗(출처=IT동아)

인공지능 도입 이후에는 ‘키빗(KIBIT)’이 과거 퇴사자들의 면담 기록 및 인사 담당자가 파악한 직원들의 발언 등을 토대로 새로운 면담기록을 분석해 이직 가능성이 높은 직원들을 파악해 알려주면, 인사담당자가 추가 면담, 직무 재배치 등을 통해 직원들을 관리한다. 이를 통해 이직률이 37%에서 16%로 절반 이상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칸노 토오루 소라스토 데이터 분석 과장은 "인공지능이 단순히 특정 단어의 의미만 파악하는 것을 넘어 문맥 전체의 뜻을 이해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는데, 예를 들어 '불안'이라는 키워드가 문장 내에 없어도 전체 문장의 뉘앙스를 통해 직원이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파악하면 이를 알려준다"며, "이렇게 직원들의 이상 징후를 미리 파악해 후속 조치를 취함으로써 그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람의 ‘미묘한 뉘앙스’까지 파악해 의사결정 돕는 AI

인공지능이 통계나 수치와 같은 ‘정형 데이터’가 아닌 문자나 음성, 영상 같은 ‘비정형 데이터’까지 모두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HR 분야에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명시적인 표현 뿐 아니라 사람의 표정, 음성의 높낮이, 문맥 전체의 뉘앙스 등 사람이 감지하던 미묘한 반응까지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활용성이 더 높아졌다. 일본의 비즈니스 컨설팅 업체인 노무라연구소는 기업 HR과 관련된 인공지능 시장이 2024년 1722억 엔(약 1조 7100억 원)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사관리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의 주관이 개입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편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방대한 HR 관련 자료를 사람의 실수(Human error) 없이 빠르게 검토할 수 있고, 평가와 분석 결과를 정량화할 수 있다. 제 아무리 숙련된 인력이라도 방대한 데이터를 매일 분류하다 보면 무의식 중에 놓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사람과 달리 피로도를 느끼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실수가 없다. 심지어 고도화된 인공지능은 특정 단어의 의미 뿐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뉘앙스, 표현까지 분석이 가능해져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우수 인재란 무엇인지'와 같은 인공지능의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거나, 완벽하지 않은 알고리즘을 도입할 경우 오히려 우수 인재를 놓치는 등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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