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마음 아이마음]〈67〉‘스스로 게임 조절’의 성취감을 가르치자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입력 2018-12-26 03:00 수정 2018-12-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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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매일 게임만 하고 있고, 한 번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아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런 아이를 대할 때 부모는, 우선 ‘게임을 절대 못하게는 못 한다’라는 전제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요즘 아이들에게 게임이 하나의 큰 놀이라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세상이 변했고 어쩔 수 없다. 그것을 너무 부정적으로 인식하면 결국 아이들과의 소통의 길이 막혀 버린다. 엄마가 학창 시절 친구와 밤새 전화하다가 혼났던 것과 비슷하다. 엄마가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아빠가 술을 줄인다고 약속해 놓고 매번 비틀거리며 집에 들어오는 것과 비슷하다. 게임을 오래한다는 이유로 아이의 인격을 모독하는 말 등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아이를 그냥 내버려 두라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게임을 조절할 수 있게 가르치긴 해야 한다. 게임중독인 아이가 찾아오면 나는 이렇게 한다. 일단 게임은 집에서만 한다는 원칙을 정한다. 그리고 아이한테 “조금은 줄여야 돼. 그건 동의하니”라고 묻는다. 아이가 “네”라고 대답하면 “평균을 내어 보니까 네가 게임하는 시간이 4시간이라고 하더라. 어느 정도로 하면 네가 지킬 수 있을 것 같니? 네가 지킬 수 있는 선으로 네가 정해 봐.” 아이가 “2시간요” 하면 나는 “더 써. 내가 보기엔 그건 안 될 것 같아.” “2시간 반요?” “아니야, 더 써.” “그럼 3시간 반요?” “3시간 40분 정도가 좋지 않겠어?” “아니에요. 3시간 반은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가 자신이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시간을 생각해보게 한다. 아이에게 자신의 게임시간 통제권을 주는 것이다. 아이의 게임시간을 부모가 통제하거나 지키지 않았을 때 부모가 처벌하는 식이면 아이는 절대로 좋아지지 않는다. 아이 자신이 ‘에이, 못 지켰네’라는 마음이 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반드시 자신이 켜고 자신이 끄게 해야 한다. 게임시간을 얼마나 줄일지 결정할 때도 주체는 반드시 아이가 돼야 한다. 그래서 처음 이야기를 꺼낼 때도 “너 게임시간 좀 줄여. 앞으로 1시간 이상 안 돼”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아이는 반사적으로 “왜요?”라고 반항하게 된다. “좀 줄일 필요가 있지 않겠니”라고 물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좀 그렇긴 하죠”라는 대답이 나올 수 있다.

아이가 게임시간을 스스로 정한 후에 엄마를 그 자리로 부른다. 그리고 엄마와 아이에게 절대 조급해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2주 정도 있다가 다시 오라고 하면서 “2주 동안 3시간 반만 해 봐. 원장님이 엄마와 너한테 똑같이 숙제를 내줄 거야” 하면서 엄마와 아이에게 날짜가 쭉 적혀 있는 차트를 각각 준다. 그 차트에 3시간 반 만에 컴퓨터를 껐으면 ‘○’, 그렇지 못했으면 ‘×’, 짜증을 내면서 껐으면 ‘△’로 표시하도록 한다.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체크하고 서로 체크한 것을 가지고 “엄마는 ‘×’인데 너는 ‘○’라고 했어?”라고 싸우지 말라는 말도 해둔다. 그냥 각자 체크만 해서 가져오도록 한다. 이렇게 말하면 많은 엄마가 “원장님, 얘는요, 꼭 우기거든요.” 그러면 엄마가 보기에 아이가 게임을 시작한 시간과 끝내는 시간을 적으라고 한다. 아이에게도 마찬가지로 그 시간을 적으라고 한다.

2주 후에 만나면 아이는 숙제를 안 해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이건 네가 좀 노력을 해야 하는 거야. 다음에는 꼭 해와” 하면서 다시 돌려보낸다. 그러고 나면 그 다음번에는 좀 표시를 해온다. 이렇게 2주씩 하다 보면 ‘○’이 조금씩 늘어간다. 1개 있던 동그라미가 3, 4개만 돼도 칭찬해준다. “야 4번이나 있구나. 많이 노력했네. 오케이, 그게 중요한 거야.” 그리고 다음번에 올 때까지는 계속 3시간 반을 할 것인지, 시간을 조금 더 줄일 것인지를 묻는다. 아이가 그냥 3시간 반을 한다고 하면 그러라고 한다.

게임시간을 조절하는 것은 이렇게 천천히 진행해야 가능하다.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 스스로 조절 능력을 기르려면 성공적인 경험을 통해 자기 효능감을 높여야 한다. 그게 게임중독인 아이를 다루는 원칙이다. 보통 아이들의 적당한 게임시간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TV, 인터넷, 스마트폰 채팅, 게임하는 시간 등을 합쳐 하루에 2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 고등학생은 학습량이 많기 때문에 하루에 1시간을 넘으면 곤란하다. 일주일에 21시간을 넘으면 대뇌신경계 발달에 심각할 정도의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리고 유아기는 컴퓨터 게임을 완전히 차단시켜야 한다. 애초부터 “안 돼”라고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처음에는 좀 떼를 부리겠지만 그 대신 부모가 재밌게 놀아주면 며칠 지나면 싹 잊어버린다. 그래도 어릴 때는 부모가 잘 놀아주는 것으로 가능한 편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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