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단체 “車 1만대로 국회 둘러쌀 것”

고도예 기자

입력 2018-12-12 03:00 수정 2018-12-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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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까지 겹친 ‘카풀 갈등’ 확산
20일 10만명 여의도 집회 예고… 12일부터 국회 근처서 천막농성
카카오 앱 통한 호출 거부도… 카카오측 “열린 입장 갖고 논의”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택시단체가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해 11일 오후부터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택시 호출 거부 방침을 택시 운전사들에게 전달했다. 이들 단체는 카풀 서비스 금지를 주장하며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10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10일 카풀 서비스 도입에 항의하며 법인택시 운전사 최모 씨(57)가 분신해 사망한 것을 계기로 택시업계가 카카오와 국회,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 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다.

이날 오후 6시 서울 노량진역 3번 출구 인근의 택시정류장에는 택시를 잡으려는 시민 대여섯 명이 몰려 있었다. 카카오T 앱으로 호출해도 택시가 잡히지 않아 빈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기자도 카카오T 앱을 통해 서울 광화문 방향으로 택시를 불렀지만, 10분 동안 응답하는 택시가 없었다. 그동안 정류장 근처에는 빈 택시 10여 대가 지나갔다. 카카오가 아닌 다른 회사의 택시 호출 앱을 이용해보니 2분 만에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호출에 응한 개인택시 운전사 유모 씨(62)는 “오후에 카카오T 앱을 휴대전화에서 삭제하자는 개인택시 조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며 “카카오T 앱을 통해 광화문 방향 택시 호출이 들어온 건 봤지만 카풀 서비스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호출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택시노조 등의 방침에 따르지 않고 카카오T 앱을 계속 이용한 택시 운전사들도 적지 않았다. 개인택시 운전사 이모 씨(58)는 “하루에 손님을 앱을 통해 7명, 길가에서 20여 명 태우고 월 200만 원 정도 번다”며 “이용객이 많은 카카오T 앱 호출을 거부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카카오T 앱 호출에 응할지를 놓고 택시 운전사들 간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 목동에서는 한 개인택시 운전사가 ‘예약’ 표시등을 켜놓은 다른 택시를 향해 “혼자만 살자는 것이냐”고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목격됐다.

강신표 택시노조 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한민국 적폐 1호인 국회가 변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변하지 않는다”며 “20일 차량 1만 대를 동원해 국회를 둘러싸고 마포대교와 서강대교를 막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고귀한 생명이 돌아가신 만큼 집회가 과격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우리는 이렇게 사나 (경찰에) 잡혀 죽으나 똑같은 삶”이라고 덧붙였다. 10월과 11월 택시 운전사들의 카풀 반대시위에서는 경찰과 충돌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몸싸움도 불사하겠다는 취지다. 택시단체들은 12일부터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하고, 천막 앞에 최 씨의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당초 카카오는 17일부터 카풀 정식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었지만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에 일정이 불투명한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카풀 서비스의 정식 서비스 개시 일정을 포함한 현안에 대해 열린 입장을 가지고 관계 기관과 택시업계와 적극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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