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게임 히스토리] '오픈월드'라 쓰고, 'GOTY 사냥꾼'이라 읽는다
동아닷컴
입력 2018-11-26 18:41 수정 2018-11-26 18:49
다사다난했던 2018년 달력의 마지막 장을 장식할 12월도 어느덧 1주밖에 남지 않았다. 연말 시즌으로 불리는 12월은 사회 각계 각층에서 올해를 빛낸 작품 혹은 인물을 선정하는 다양한 시상식이 진행되어 다가오는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것이 사실.
레드 데드 리뎀션 2(출처=게임동아)
게임업계 역시 매년 최고의 게임을 꼽는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 / 이하 'GOTY')에 대한 관심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GOTY'의 경우 본격적인 집계 결과는 2019년에 집계되겠지만, 현재까지는 락스타게임즈의 '레드데드리뎀션2'가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완벽한 오픈월드를 선보여, 역대 최고의 서부극 게임이자, 역대 GOTY 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걸작으로 평가받았던 '레드데드리뎀션'의 후속작인 '레드데드리뎀션2'는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전작보다 몇 배 커진 지역 속에서 흥미로운 이벤트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즐거움으로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쓸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레드데드리뎀션2'가 채택한 장르인 오픈월드가 역대 GOTY 1위 수상작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젤다의 전설의 오픈월드 버전이자 일본 게임의 부흥을 전세계에 알린 게임인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이하 '젤다의 전설')가 압도적인 수상으로 2017년 최고의 게임으로 기억되기도 했다.
GOTY가 본격적으로 집계된 것은 2003년부터로 볼 수 있다. 이전까지는 게임은 콘솔로 즐기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각 콘솔 기종 외 발매되는 경우가 드물어 객관적인 집계가 어려웠으며, 무엇보다 닌텐도, 소니, 세가 등 일본 회사의 콘솔 기기로 이뤄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히스토리에서는 객관적인 GOTY 집계가 진행된 2003년을 시작으로 GOTY 1위를 차지한 오픈월드 게임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엘더스크롤4(출처=게임동아)
2003년 이후 가장 먼저 오픈월드 게임으로 GOTY 1위 자리에 오른 게임은 락스타게임즈와 함께 또 하나의 오픈월드 장인집단으로 손꼽히는 베데스다의 명작 RPG 시리즈 '엘더스크롤4: 오블리비언'이다.
2006년 출시되어 전세계에 판타지 오픈월드의 붐을 일으킨 엘더스크롤4는 전작부터 이어온 짜임새 있고 스토리를 극대화시킨 것은 물론, 선악을 넘나드는 다양한 퀘스트를 통해 오픈월드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스카이림(출처=게임동아)
특히, 엘더스크롤 시리즈의 전통아닌 전통인 죄수로부터 시작되는 스토리가 알려진 시리즈 이기도 했으며, 방대한 시로딜과 오블리비언 곳곳에 숨겨져 있는 다양한 이야기 등 오픈월드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기도 했다.
더욱이 성별을 바꾸거나 아에 새로운 지역과 모션이 등장하는 등 사실상 또 하나의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방대한 엘더스크롤 시리즈 특유의 다양한 모드 역시 이 작품부터 시작되었다.
폴아웃(출처=게임동아)
2008년 GOTY 최다 1위를 차지한 폴아웃3도 빼놓을 수 없다. 포스트아포칼립스(재난 등으로 문명이 무너진 세계)를 다룬 게임 중 손에 꼽히는 수작 폴아웃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인 이 게임은 핵전쟁 이후의 세계를 오픈월드에 담아 암울하면서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병맛 퀘스트' 등으로 짜임새 있는 게임성을 선보였다.
더욱이 폴아웃 시리즈는 이 작품부터 3D 오픈월드 장르로 변모하기 시작했는데, 병뚜껑이 화폐를 대체하거나, 멸망된 세계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분쟁을 이어가는 집단에 소속되거나 대립하면서 변화하는 다채로운 스토리는 이전까지의 게임들과 비교해도 한 단계 높은 수준일 정도였다.
이러한 폴아웃3는 전세계적으로 840만장 이상을 판매할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는데, 이러한 성공을 거둔 베데스다는 시리즈의 정점을 찍었던 '폴아웃 뉴베가스' 이후 최근 발매된 '폴아웃4'와 '폴아웃 74'에서 연달아 실망스러운 게임을 선보여 팬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레드 데드 리뎀션(출처=게임동아)
2010년 수상작은 바로 앞서 소개한 레드데드리뎀션이었다. 2010년은 유난히 게임 후속작들의 경쟁이 두드러진 해였는데, 3인칭 슈팅과 (연예)시뮬레이션 그리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동시에 갖춘 '매스 이펙트2'와 믿고 보는 마리오 시리즈인 '슈퍼 마리오 갤럭시2'가 높은 판매량으로 GOTY 자리를 노리기도 했지만 결국 왕좌는 레드데드리뎀션의 손에 돌아갔다.
GTA를 개발한 락스타 게임즈의 '레드데드리뎀션'은 게임으로서는 낯선 장르인 서부 개척 시대를 무대로 치밀한 스토리와 오픈 월드 장인들이 즐비한 락스타 게임즈의 개발력 그리고 과거 서부영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은 묵직한 분위기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음모를 제대로 구현해 놓은 명작 콘솔게임이다.
더욱이 소니의 PS3와 Xbox 360버전으로 발매된 '레드데드리뎀션'은 또 다른 괴물 집단 너티독에서 개발한 '언차티드2'와 함께 게이머라면 반드시 구매해야 할 작품 중 하나로 꼽히며, 콘솔기기의 판매를 책임진 작품으로 꼽히기도 할 정도로 엄청난 호평을 보여주기도 했다.
스카이림(출처=게임동아)
2011년 역시 GOTY 1위는 오픈월드 장르의 차지였다. 바로 엘더스크롤의 최신작 '앨더스크롤5: 스카이림'(이하 '스카이림')이 그 주인공. 사실 2011년은 유난히 대작들의 격전이 심한 한 해였는데,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전설의 게임 '포탈2'와 히어로 게임에 새로운 길을 제시한 아캄 시리즈의 결정체인 '배트맨 아캄 시티', 명작 시리즈 언차티드의 세번재 작품 '언차티드3: 황금사막의 아틀란티스'가 각축을 벌인 것이다.
하지만 이 막강한 게임들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작품은 '스카이림'이었다. 방대한 오픈 월드, 치밀한 시나리오, 지금도 등장하는 수 많은 모드,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콘텐츠 등 '스카이림'은 오픈월드 게임의 진수를 보여주며 역대급 게임으로 명성을 높였다.
스카이림(출처=게임동아)
더욱이 메인 퀘스트 이외 서브 퀘스트가 수 백 종에 이르며 게임 플레이 타임이 짧게는 수 십 시간 많게는 수 백시간에 이르게 하는 '스카이림'의 방대한 세계와 수 많은 금손들이 만들어내는 게임 모드는 이른바 "게임 하나로 뽕을 뽑는 혜자 게임"으로 불리기 충분했다. 문제는 이 모드 중 상당수에 성인 버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 성인 모드는 6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등장하는 중이며, 스카이림의 명성을 국내에 높이는데 단단히 한 몫 했다.
드래곤에이지 인퀴지션 이미지(출처=게임동아)
3년이 지난 2014년에는 판타지 RPG와 오픈월드의 만남으로 호평을 받았던 드래곤에이지 시리즈의 최신작 '드래곤에이지 인퀴지션'이 다시 오픈월드 게임으로 최다 수상의 명예를 안았다. 사실 역대급 게임들의 경쟁이 펼쳐진 2010~11년에 비해 2014년은 상대적으로 밋밋한 경쟁이 이어졌는데 마리오카드8, 파크라이4, 다크소울2, 데스티니, 하스스톤 등 이렇다 할 정도의 작품이 없던 상황이었다.
이중에 게이머의 움직임에 따라 전체적인 판도가 바뀌는 네메시스 시스템을 앞세워 반지의 제왕 소재의 게임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미들어스: 쉐도우 오브 모르도르'가 의외의 재미를 통해 GOTY 1위 자리를 노렸지만, 결국 인퀴지션의 손에 돌아갔다.
드래곤에이지의 세 번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인퀴지션은 사실 게이머들의 관심을 끈 기대작은 아니었다. 엄청난 호평을 받은 1편에 비해 졸작이라는 혹평 속에 시리즈 존속 자체가 흔들렸던 드래곤에이지2의 속편이었기 때문. 하지만 인퀴지션은 이러한 무관심 속에 짜임새 있는 스토리, 마법사와 템플러의 대결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이단심문관(인퀴지션)의 이야기와 매력 터지는 캐릭터들의 등장으로 이러한 인식을 완전히 뒤바꿔 놓아 GOTY 최다 수상작이 이름을 올렸다.
더위쳐3 이미지(출처=게임동아)
2015년 GOTY 최다 수상작의 주인공은 '위쳐3 와일드헌트'였다. 폴란드의 개발사 'CD 프로젝트 레드'(이하 CDPR)에서 개발한 위쳐 시리지의 세번째 작품인 위쳐3는 이전까지 미들급 게임으로 인식되던 위쳐 시리즈를 단숨에 글로벌 히트작으로 거듭나게 한 작품이었다.
특히, 성인 극화 풍의 소설을 그대로 옮겨온 게임 속 분위기와 일정 자유도를 주지만 결국 하나의 스토리로 흘러가는 다른 오픈월드 작품과는 달리 게이머의 선택이 의외의 결과나 생과사를 오가게 하는 등 매우 뛰어난 자유도를 더해 게임의 재미를 높였다.
위쳐 와일드 헌트- 블러드 와인(출처=게임동아)
더욱이 16종에 이르는 DLC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두개의 하츠오브스톤과 블러드앤와인 등의 확장팩은 30시간 이상의 게임 콘텐츠와 단순한 스토리 그 이상을 보여주며, '확장팩의 진수'라는 평가를 받아 게임의 명성을 더욱 높이기도 했다.
이러한 명성에 힘입어 위쳐3는 비록 전작의 평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수작으로 돌아온 '폴아웃4'를 제치고 최다 GOTY 작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 CDPR을 글로벌 게임사로 우뚝 서게 만들어 주었다.
이처럼 2003년 이후 오픈월드 장르의 게임들은 무려 7종에 이르는 수상작을 배출해 냄과 동시에 2018년 역시 레드데드리뎀션2와 어쌔신크리드 오딧세이, 갓오브워 등 같은 오픈월드 장르의 대결로 수상이 유력해진 상태다.
이러한 오픈월드 장르의 게임은 게이머들의 인기를 얻으며, 주목을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게임 개발비를 증가시킨다는 비난 역시 존재하는 장르 이기도 하다.
실제로 오픈월드 게임은 워낙 많은 지역을 구현하고, 아이디어를 넣어야 하기 떄문에 중소 개발사는 엄두도 못 낼 정도의 인력과 수백 수천억 이상의 개발비가 투자되는 경우가 많으며, 방대한 세계를 오가는 자유도는 좋지만, 정작 스토리가 부실하거나, 시간을 너무 빼앗아 간다는 호불호가 평가도 함께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픈월드 게임은 장르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현재 게임 시장에서 다양한 장르에 영감을 주는 것은 물론, 기존 게임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재미를 선사해 앞으로도 계속 게이머들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다가오는 새해에는 또 어떤 게임이 등장해 오픈월드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영준 기자 zoroas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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