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만 옥죄던 정부…공공재 필수설비 관리는 ‘엉망’
뉴스1
입력 2018-11-26 17:15 수정 2018-11-26 17:16
통신사, 요금인하 압박에 보안·방재 투자 고갈…‘예고된 인재’
18년된 구식 방재 기준·등급제도 ‘화’ 자초…제도개편 시급
KT아현지사 화재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지역 통신두절 사태까지 벌어진 것은 그간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등 ‘생색내기’ 정책에만 몰두하고 국가의 주요 기반시설인 통신 필수설비 관리는 ‘뒷전’이었던 것이 근본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통신서비스는 갈수록 첨단화되고 있는데 이를 관리하는 등급기준은 18년전 그대로라는 점에서 ‘예고된 인재’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요금인하에만 몰두…제도보완은 ‘뒷전’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번 KT 화재사고는 정부의 반복되는 통신비 인하정책으로 투자여력이 떨어진 통신사들이 방재시설같은 비우선설비에서 투자를 게을리하면서 비롯된 문제라고 진단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KT뿐만 아니라 어느 통신사라도 소방법 의무설비가 아닌 국사에 대해 충분한 방재설비를 투자했다고 자신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권이 바뀌거나 선거철이 될 때마다 가장 먼저 들고 나오는 것이 ‘통신비 인하’인데, 이로 인해 지속적으로 수익이 악화되면서 결국 안전과 방재를 위한 투자여력이 부족해졌다는 게 근본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통신3사의 실적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요금인하 정책에 비례해 수익이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요금인하 정책이 주로 ‘무선(이동통신)’에 집중되다보니 통신사의 무선수익도 동반 추락했다. 올 3분기의 경우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하락한 2조4900억원을 기록했고 KT는 2.1% 감소한 1조7786억원, LG유플러스는 5.3% 줄어든 1조3325억원의 매출을 각각 기록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유무선 서비스망 고도화를 우선 투자하고, 수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설비나 시설, 방재부문 투자는 등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정확한 액수는 공개할 수 없지만 최근 3년간 주요 통신사의 유선 설비 투자액은 감소했다”고 말했다.
◇서비스는 LTE급 진화…설비등급은 18년전 그대로
통신사가 수익악화로 투자를 축소하는 것은 사기업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예정된 수순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했어야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통신비 인하나 5G 최초 상용화 등 전시성 정책에만 집중돼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한 정보통신정책 전문가는 “우리 삶은 이미 상당부분이 ‘디지털화’돼 있고 이를 지원하는 통신서비스는 필수재가 된지 오래인데, 필수재를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정부가 지나치게 무관심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KT아현지사는 정보통신시설 등급에서 D등급으로 규정돼 있다. 소방법상 방재시설 의무도 없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 통신구에는 스프링클러나 이산화탄소, 분말 소화설비 등 방재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 이번 화재로 피해를 당한 지역은 서울 서대문구와 용산구, 마포구, 은평구 그리고 경기도 고양 덕양구 등이라는 점에서 아현지사가 과연 D등급에 불과한 통신구였겠느냐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심지어 경기지역을 총괄하는 A 국사나 기업 전산시스템이 밀집돼 있는 B 인터넷데이터센터(IDC)도 ‘C등급’에 머무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전향적인 등급 재조정과 제도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통신서비스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모든 통신시설을 ‘완전 이중화’가 가능한 A등급이나 B등급으로 상향조정하거나, 설비의 방재, 안전 의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등급제를 전면 재조정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실장은 “등급제가 오래돼 방재설비 의무가 소홀한 측면은 있었다”면서 “현 시대에 맞춰 등급제를 개편하거나 등급을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서울=뉴스1)
18년된 구식 방재 기준·등급제도 ‘화’ 자초…제도개편 시급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 혜화지사에서 열린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사고 관련, 유선통신3사 CEO 긴급 대책회의’에서 국민에게 머리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2018.11.26/뉴스1 © News1
KT아현지사 화재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지역 통신두절 사태까지 벌어진 것은 그간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등 ‘생색내기’ 정책에만 몰두하고 국가의 주요 기반시설인 통신 필수설비 관리는 ‘뒷전’이었던 것이 근본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통신서비스는 갈수록 첨단화되고 있는데 이를 관리하는 등급기준은 18년전 그대로라는 점에서 ‘예고된 인재’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요금인하에만 몰두…제도보완은 ‘뒷전’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번 KT 화재사고는 정부의 반복되는 통신비 인하정책으로 투자여력이 떨어진 통신사들이 방재시설같은 비우선설비에서 투자를 게을리하면서 비롯된 문제라고 진단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KT뿐만 아니라 어느 통신사라도 소방법 의무설비가 아닌 국사에 대해 충분한 방재설비를 투자했다고 자신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권이 바뀌거나 선거철이 될 때마다 가장 먼저 들고 나오는 것이 ‘통신비 인하’인데, 이로 인해 지속적으로 수익이 악화되면서 결국 안전과 방재를 위한 투자여력이 부족해졌다는 게 근본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통신3사의 실적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요금인하 정책에 비례해 수익이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요금인하 정책이 주로 ‘무선(이동통신)’에 집중되다보니 통신사의 무선수익도 동반 추락했다. 올 3분기의 경우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하락한 2조4900억원을 기록했고 KT는 2.1% 감소한 1조7786억원, LG유플러스는 5.3% 줄어든 1조3325억원의 매출을 각각 기록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유무선 서비스망 고도화를 우선 투자하고, 수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설비나 시설, 방재부문 투자는 등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정확한 액수는 공개할 수 없지만 최근 3년간 주요 통신사의 유선 설비 투자액은 감소했다”고 말했다.
◇서비스는 LTE급 진화…설비등급은 18년전 그대로
통신사가 수익악화로 투자를 축소하는 것은 사기업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예정된 수순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했어야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통신비 인하나 5G 최초 상용화 등 전시성 정책에만 집중돼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한 정보통신정책 전문가는 “우리 삶은 이미 상당부분이 ‘디지털화’돼 있고 이를 지원하는 통신서비스는 필수재가 된지 오래인데, 필수재를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정부가 지나치게 무관심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KT아현지사는 정보통신시설 등급에서 D등급으로 규정돼 있다. 소방법상 방재시설 의무도 없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 통신구에는 스프링클러나 이산화탄소, 분말 소화설비 등 방재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 이번 화재로 피해를 당한 지역은 서울 서대문구와 용산구, 마포구, 은평구 그리고 경기도 고양 덕양구 등이라는 점에서 아현지사가 과연 D등급에 불과한 통신구였겠느냐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심지어 경기지역을 총괄하는 A 국사나 기업 전산시스템이 밀집돼 있는 B 인터넷데이터센터(IDC)도 ‘C등급’에 머무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전향적인 등급 재조정과 제도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통신서비스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모든 통신시설을 ‘완전 이중화’가 가능한 A등급이나 B등급으로 상향조정하거나, 설비의 방재, 안전 의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등급제를 전면 재조정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실장은 “등급제가 오래돼 방재설비 의무가 소홀한 측면은 있었다”면서 “현 시대에 맞춰 등급제를 개편하거나 등급을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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