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정신만 있다면 누구나 메이커가 될 수 있습니다" 김산 부천클러스터 센터장
동아닷컴
입력 2018-11-26 15:15 수정 2018-11-26 15:21
김산 부천클러스터 센터장.(출처=IT동아)
유행과 기술은 시간을 읽으며 진화한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인 '메이커 운동'만 봐도 그렇다. 얼핏 보면 마치 과거 유행했던 DIY(Do It Yourself)와 비슷한 메이커 운동은 개인 제조 중심인 DIY와 달리 기술들이 다양한 형태로 융합해 자유로운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4차산업의 축을 담당하게 될 메이커 운동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관련 시설을 확충해 나가는 중이다.
부천 메이커스페이스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그 중 하나'라고 치부하기에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상당하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제조업이 잘 발달한 부천 지역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관 시기가 오래 되지 않았지만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공간만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을 오게 만드는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다.
하나씩 공간에 대해 알아보던 차에 궁금증이 생겼다. '수많은 산업 중 왜 메이커일까?', '부천 메이커스페이스에서는 앞으로 어떤 가치를 제공해 나갈까?'하는 것들이다. 메이커 문화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을지도 궁금했다. 역시 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 최고, 이에 김산 부천클러스터 센터장을 만나 부천 메이커스페이스와 메이커 운동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콘텐츠와 제조의 '연결고리' 꿈꾸는 부천 메이커스페이스
"부천클러스터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중심이었어요. 사실, 춘의 지역에는 금형과 자동차 관련 기업도 많습니다. 하지만 4차산업시대가 되면서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죠. 본격적인 융복합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를 촉발시켜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당연히 이를 묶어 줄 공간입니다. 부천 메이커스페이스는 이를 연결해 줄 가장 중요한 공간인 셈이죠."
메이커스페이스(출처=IT동아)
김산 센터장은 부천 메이커스페이스가 지역의 콘텐츠 및 여러 산업과 자연스럽게 융합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직 개관 시기가 오래 되지 않아 부족한 것이 많지만 오히려 이를 장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점에서 보면 잠재력은 충분하다.
다양한 장비를 구비해 놓은 것은 오히려 장점이다. 부천 메이커스페이스에는 3D 프린터부터 목공/수공구 장비 등을 갖췄다. 시설 장비 하나하나에 대한 사양은 타 장소에 비하면 떨어질지 몰라도 한 자리에서 모두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메이커 문화 자체를 알리는 것이 중요해
"생산과 소비를 모두 하는 프로슈머의 확산 속도가 해외에 비해 더딘 것 같아요. 우리는 소비와 교환 위주의 문화가 오래 지속됐기 때문이에요. 문화적 특성이죠. 하지만 4차산업에서의 메이커라는 것이 주문형 생산 이후, 1인 창작과 소비로 이동하고 있다 보고 있습니다."
김산 부천클러스터 센터장.(출처=IT동아)
그는 '기술의 발전과 고도화'에 열쇠가 있다며, 2010년대 초반에 유행하기 시작한 앱스토어의 예를 들었다. 설명에 따르면 스마트폰만 해도 이전까지 제조사가 제공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만들기 어려웠을 뿐더러 개방 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이 때 등장한 아이폰은 많은 것을 바꿨다. 누구나 애플리케이션을 스스로 개발하고 서비스할 수 있게 되었다. 상품화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제조 또한 마찬가지. 거대한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보고 생산하던 구조에서 이제 3D 프린터를 활용해 누구나 스스로 할 수 있다. 애플이 소프트웨어의 보편화를 이끌었다면 3D 프린터는 제조의 보편화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산업적인 부분으로 메이커를 바라본다면 갈 길이 멀기에 우선 문화적 요소로 접근해 기반을 다지면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인식의 개방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분위기는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한다는 의미의 '욜로(YOLO – You Only Live Once)'나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등이 대표적이다. 개인 시간을 어떻게 값지고 즐겁게 사용할 것인가 여부가 중요하다.
메이커스페이스(출처=IT동아)
김산 센터장은 메이커가 산업적인 부분보다 취미로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봤다. 현재 개인의 여가는 기존 취미 생활(영화감상, 여행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향후에는 취미 문화 활동이 생산과 연결고리가 생기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람은 생산 활동을 하며 만족합니다. 여기에서 출발한다면 취미 문화 활동이 생산과 연결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 봅니다. 이 인구들이 늘어나면 그 때 메이커 문화가 산업으로 자연스레 이동하지 않을까 싶어요. 소비 문화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기존 대량 생산 제품 이상을 요구하는 제품이 있다고 한다면 이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수요가 분명 존재하거든요. 이건 메이커들이어야 가능합니다."
부천 메이커스페이스에서 누구나 꿈 키우도록 도울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구나 시도할 수 있지만 반대로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김산 센터장도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부분. 기술의 발전과 고도화를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초가 탄탄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부천 메이커스페이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문화를 만들고 인재를 키워야 하는 일까지 함께 도맡았기 때문이다.
김산 부천클러스터 센터장.(출처=IT동아)
실제로 문화 확산과 인재 및 스타트업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부천 메이커스페이스다. 자체 예산을 투입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란다. 장비 활용 교육은 기본이고 4차산업 및 메이커 관련 세미나,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고 창업 프로그램까지 준비했다.
흥미로운 것은 초·중·고등학교에서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이는 부천 메이커스페이스 내에서 초등학생 대상으로 하는 코딩 교육, 방과후 활동 관련 프로그램들이 많아서란다. 입주 기업 중에서도 관련 교육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인 나우썸이 있는데, 효과적인 교육 진행을 위해 조언을 구할 정도였다.
장비와 공간은 여전히 모두에게 개방하게 된다. 번거로운 절차를 최소화하고 누구나 간단히 예약하거나 방문하면 부천 메이커스페이스 내 장비와 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관련 학과를 전공 중인 대학생이라면 솔깃한 제안이다. 시설 내에는 3D 프린터를 비롯해 다양한 가공 기기들이 마련되어 있어 과제와 졸업작품을 작업하기에 알맞다.
"메이커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기존 콘텐츠 기업이 자산을 활용해 무언가를 실제 만들어 본다거나, 반대로 제조사가 소프트웨어나 다른 서비스와 융합한다면 모두 메이커 기업이 될 기반을 만드는 겁니다. 메이커는 일종의 문화가 되어야 합니다. 도전해 볼 수 있는 정신이 있는 기업이라면 모두 가능합니다. 우리는 이들을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부천클러스터센터와 부천 메이커스페이스는 오는 2019년에도 바쁘게 움직일 예정이다. 메이커 창업을 지원하고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전문 인력이 필요한 기업과 지역 대학생들을 연결해 실무 경험을 쌓게 해주는 인턴십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라고. 무엇보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이 판교, 광교, 의정부, 시흥, 고양 지역에 구축한 창업지원시설, '경기문화창조허브'와의 지원 연계도 큰 장점이다. 문화와 산업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동아닷컴 IT전문 강형석 기자 redb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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