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초연결사회’의 역풍

신동진 기자 , 서형석 기자

입력 2018-11-26 03:00 수정 2018-11-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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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지사 화재로 인터넷-전화 먹통… 서울 중서부 시민들 일상 대혼란
완전 복구까지는 일주일 걸릴 듯


카드결제 안 되고… 현금도 못 찾고… 휴대전화 불통… PC방 개점휴업 24일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근 지역 유·무선 통신이 두절되면서 ‘초연결 사회’의 역설적인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서대문구 일대의 가게들에는 ‘카드 결제가 불가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고 현금을 찾을 수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먹통이 됐다.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한 시민들은 공중전화를 이용하기 위해 긴 줄을 섰고 근처 PC방은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채널A 제공
다음 달 1일 5세대(5G) 이동통신 전파 송출을 일주일 앞두고 대규모 통신 마비 사태가 발생했다. 24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의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는 오후 9시에 진화될 때까지 10시간 동안 16만8000여 개의 유선 회선과 광케이블 일부를 태웠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사고 후 서울 마포구 서대문구 용산구 은평구 중구 일대와 경기 고양시 일부 지역에서 휴대전화와 인터넷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가게에는 카드 결제가 안 돼 현찰만 받는다는 안내문이 걸렸고 현금을 찾기 위해 시민들은 KT가 아닌 다른 통신망을 쓰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찾아 거리를 헤맸다. 주말 신촌과 홍익대 앞 등에서 약속을 잡은 사람들은 지인과 연락이 안 돼 애를 먹었고 PC방과 게임방 등은 대목에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T는 신속한 사고 복구와 적극적인 피해 보상을 약속했지만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상황도 집계되지 않았다. KT는 이날 오후 6시 현재, 피해를 본 인터넷 회선은 97%, 무선 기지국은 63%가 복구됐다고 밝혔지만 화재로 소실된 핵심 통신장비의 전면 교체가 불가피해 완전 복구까지는 일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화재는 네트워크로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초(超)연결 사회’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 한 곳의 통신시설 화재만으로도 서울 서부 도심 일대가 패닉에 빠져든 데 대해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한 곳으로 집중된 네트워크를 분산해 유사시 위험을 낮추는 백업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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