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10대의 SNS 정신질환

고미석 논설위원

입력 2018-11-26 03:00 수정 2018-11-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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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법원에서 인천 초등생 살해범으로 징역 20년이 확정된 주범 김모 양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독과 관련된 최악의 사례일지 모른다. 고교를 자퇴한 뒤 SNS를 도피처로 삼은 그가 사건 발생 두 달 전에 공범과 알게 된 것도 SNS를 통해서였다.

▷세계적으로 SNS 중독과 연관된 청소년 정신건강이 사회 문제로 부각된 가운데 특히 10대 소녀들에 대한 관심과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월에 발표된 곽혜선 이화여대 교수팀 조사에 따르면 여학생의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 비율(23.9%)은 남학생(15.1%)을 앞질렀다. 일본도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올해 후생노동성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 학생이 2013년 51만 명에서 5년 만에 93만 명으로 급증했다. 그 원인으로 스마트폰 게임과 소셜미디어 열풍이 꼽혔으며, 중독으로 인해 건강과 학업에 지장을 받은 것은 여학생 비율이 더 높았다.

▷마침 영국에서 SNS의 과도한 의존과 정신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립보건의료서비스(NHS)가 2∼19세 9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7∼19세 여성은 다섯 명에 한 명꼴로 자해나 자살 시도에 쉽게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연령대 남성에 비해 2배가 넘었다. 또래 평가에 민감한 10대 여성들이 SNS 활동에 더 종속된 삶에 허덕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예전에 호주의 10대 인스타그램 스타가 “SNS 이미지는 모두 가짜”라는 고백과 함께 소셜미디어 중단 선언으로 화제가 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16∼18세 사이에 화려한 일상을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만드는 한 장의 사진을 얻기까지 몇십 번이나 촬영을 거듭하면서 하루 온종일을 SNS 활동에 쏟아부었다고 털어놓았다. 가정과 학교에서 10대에게 현실과 온라인 세상 사이에서 균형을 잡도록 일깨워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잠재적 중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과도한 SNS 의존이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좀먹고 있다는 경고문이라도 올려야 할지 모르겠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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