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超연결사회 재앙 경고한 KT 화재… 소화기 한 대에 맡겨진 ‘IT한국’

동아일보

입력 2018-11-26 00:00 수정 2018-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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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의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 일대 전화는 물론이고 인터넷과 인터넷TV(IPTV), 카드결제 단말기 등이 일제히 마비됐다. 이번 화재의 정확한 원인과 피해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한국처럼 유·무선 통신망으로 촘촘히 연결된 사회에서 국지적인 통신구 화재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시민들은 휴대전화를 쓸 수 없었고, 신촌 홍대 등 이 일대 상점들은 현금이 아니면 결제할 수가 없어 카드 사용이 많은 업소에서는 매출이 많게는 절반 이상 줄었으며, 전화 예약을 받지 못하는 등 영업 활동에도 막대한 지장을 끼쳤다. 무엇보다 보안과 안전에 경고음을 울렸다. 서울지방경찰청 관할 중부·용산·마포·서대문 경찰서의 통신망이 끊기면서 내부 경비전화 불통으로 112시스템도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일대 병원에서는 KT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전산망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화재에서 통신 장애 여파로 인한 직접적인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5G 시대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 등의 핵심 장비와 시스템이 통신망으로 연결될 텐데 예기치 못한 단절이 인명 피해까지 불러올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화재나 고장이 아니라 지진 같은 자연재해나 테러 공격으로 통신 교란과 두절이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번에 불이 난 통신구에는 유선전화 16만8000회선과 광케이블 220세트가 지나고 있었다. 화재가 불러올 막대한 피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스프링클러나 화재경보기 등 화재 방지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채 달랑 소화기 1대만 비치돼 있었다는 점이 충격을 준다. 이번 기회에 화재설비를 보강할 필요성은 없는지, 안전에 문제는 없는지 전국의 통신 인프라를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KT는 다음 달 1일 세계 처음으로 5G 서비스를 선보이려 했으나 화재에 따른 통신 장애로 기업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속도에만 치중해 정작 중요한 안전에 대한 대처는 미흡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앞서 이달 22일에는 데이터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의 국내 서버에서 장애가 발생해 이를 이용하는 많은 기업의 전자상거래, 가상화폐 거래, 게임 서비스 등이 먹통이 되기도 했다. 정보기술이 생활과 경제, 보안시스템 등 전 방위에 걸쳐 연결되는 초연결사회가 되면서 기술 발전과 비례해 안전 유지 및 사고 방지는 물론이고 신속한 복구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발등의 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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