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인터넷 사업자 텐센트의 5가지 핵심 비즈니스
동아닷컴
입력 2018-11-23 16:45 수정 2018-11-23 16:53
중국 최대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텐센트는 자사의 콘텐츠를 유통하기 위한 다양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텐센트의 대표적인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텐센트비디오(腾讯视频, Tencent Video), QQ게임(腾讯游戏, Tencent Games), 위게임(Tencent WeGame) 등을 꼽을 수 있다. 모바일 메신저이면서 동시에 모바일 게임 유통을 위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겸하는 위챗(WeChat)과 텐센트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역할을 하게될 텐센트픽쳐스(Tencent Pictures)도 텐센트 플랫폼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구성요소다.
텐센트 비디오는 인기 TV 드라마, 영화, 스포츠, 대형 이벤트, 뉴스, 그리고 텐센트의 오리지널(독점 포함) 콘텐츠를 유통하는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다. 2018년 8월 기준 약 5억 명의 월활동사용자수(MAU)를 보유하고 있고, 2017년에만 183억 위안(약 3조 원)에 달하는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사용자수를 기준으로 중국내 1위 동영상 플랫폼은 5억 8000만 명의 MAU를 보유한 바이두의 아이치이(愛奇藝)이며, 텐센트 비디오는 2위를 차지하고 있다. 3위는 4억 4000만 명 내외의 MAU를 보유한 알리바바의 유쿠(优酷)다.
텐센트 비디오는 원래 텐센트 QQ라이브라는 이름으로 2011년 4월 시작된 개인 방송 플랫폼이었다. 이후 각종 주문형 비디오를 추가해 텐센트 비디오라는 이름의 종합 비디오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아이치이가 2014년 한국에서 '별에서 온 그대'를 수입, 유통해 사용자수를 크게 확대한 것을 벤치마킹해 다양한 한국 드라마와 영상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현재는 개인 방송보다는 주문형 비디오에 더 힘을 싣는 모양새다. 중국, 미국, 한국, 영국 등에서 생산된 전 세계의 다양한 콘텐츠를 30개가 넘는 카테고리로 분류해서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아이치이, 텐센트 비디오 유쿠 등 중국내 3대 영상 플랫폼은 서로의 서비스와 콘텐츠 배열을 지속적으로 벤치마킹하며 성장했다. 때문에 외국인이 보기에는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굳이 차이점을 들자면 아이치이와 텐센트 비디오는 VOD에 더 주력하고 있고, 유쿠는 일반 스트리머가 올린 영상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내 동영상 플랫폼 시장은 사업 영역간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에서 유튜브, 넷플릭스, 트위치(아마존) 등이 녹화 동영상, VOD, 실시간 동영상이라는 자신만의 사업영역을 꽉 잡고 있는 미국 시장과 대비된다.
텐센트 비디오가 다른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점이 하나 있다. 화질이라는 명목으로 동영상 해상도 정도만 조절할 수 있는 타 플랫폼들과 달리 동영상 음량 증폭이나 색감 조절 등 다양한 화질 옵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그리 많지 않더라도, 헤비 유저들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벤치마킹할 가치가 있다.
텐센트 비디오는 개인 스트리머들이 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개인 스트리머들이 수제 온라인 드라마나 단편 영화를 만들어서 중국 전역에 배포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했다. 플랫폼의 역할이 기술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자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QQ게임은 한국, 미국, 중국 등에서 개발한 온라인 게임을 유통하는 플랫폼이다. 자체 개발한 PC용 인스턴트 메신저 'QQ'가 텐센트의 시작이었다면, QQ게임은 오늘날의 거대 플랫폼 기업 텐센트를 만든 기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텐센트의 전체 매출 가운데 41%가 게임 유통에서 나오는데, 대부분 QQ게임에서 나오는 매출로 알려져있다.
2003년 마화텅 최고경영자는 QQ와 QQ쇼(아바타 기반의 미니 홈페이지 서비스: 싸이월드를 벤치마킹해서 만들었다)의 뒤를 잇는 텐센트의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하던 끝에 자체 포털 서비스인 QQ.com을 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것이 QQ게임의 시작이다. 네이버의 한게임 서비스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QQ게임은 해외 콘텐츠 유통과 자체 콘텐츠 개발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병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QQ게임에서 가장 먼저 서비스한 게임은 한국의 3D 온라인 게임 세피로스였다. 이후에도 다양한 한국 게임을 수입해 중국 시장에 선보였고, 텐센트의 유통력과 한국 개발사들의 개발력이 합쳐져 큰 성공을 이뤄냈다. QQ게임을 통해 중국내에 유통되어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로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와 피파온라인, 엔씨소프트의 블래이드앤소울 등을 들 수 있다. 세 게임은 텐센트와 QQ게임의 플랫폼 영향력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는 지금도 중국 시장에서 제일 인기있는 FPS, 액션RPG 게임이다.
최근에도 한국 게임에 대한 텐센트와 QQ게임의 구애는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작년 전 세계적으로 큰 히트를 기록한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다. 배틀그라운드는 미국 등 전 세계 시장에서는 밸브 스팀, 한국 시장에서는 카카오게임즈, 일본 시장에서는 DMM.com과 협력해 유통하는 등 해당 국가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게임 플랫폼으로 유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배틀그라운드의 대성공의 이면에는 독특한 게임성뿐만 아니라 이렇게 특정 플랫폼과 손잡고 이들의 지원을 받는 전략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중국 시장의 경우 텐센트와 손잡고 진출했고, 이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한국 게임 개발사들 역시 중국내 사업 진출 파트너로 텐센트와 QQ게임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 중국내에서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온라인 게임 서비스 허가(판호)를 대신 받아줄뿐만 아니라 저작권, 라이선스, 이익분배 등을 두고 문제를 일으키는 다른 중국 유통사들과 달리 텐센트는 한국 게임 개발사들과 별다른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상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QQ게임은 2008년부터 한국 게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게임을 중국 시장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 가운데 하나인 리그오브레전드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중국내에 소개해서 크게 성공시켰다. 최근에는 배틀그라운드를 제치고 배틀로얄 장르의 1위 게임이된 포트나이트를 중국내에 선보이기도 했다.
텐센트와 QQ게임의 콘텐츠 유통 전략에서 주목해야할 점이 하나 있다. 유망한 콘텐츠 개발사를 찾으면 이들의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을 넘어 이들의 지분을 사들여 자회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텐센트는 리그오브레전드의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를 자회사로 인수했고, 포트나이트의 개발사인 에픽게임즈의 주요 주주다. 최근에는 블루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2대주주로 올라섰다. 인수를 통해 이들의 현재 콘텐츠뿐만 아니라 이들이 향후에 만들 콘텐츠까지 독점 유통하는 권한을 얻은 것이다.
마화텅 텐센트 최고경영자는 이렇게 많은 기업을 인수하면서 한 가지 원칙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소유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경영 및 개발은 게임 개발사에게 맡기고 텐센트는 자금 지원 및 콘텐츠 유통만 진행한다. 모기업이 간섭하면 게임 개발사의 창의성과 개발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텐센트가 인수한 후에도 라이엇게임즈나 슈퍼셀(핀란드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에 중국인 임원이나 직원은 추가되지 않았고 지금도 자율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해외의 게임을 유통하면서 자체 게임 개발도 함께 진행했다. 텐센트가 처음 선보인 자체 개발 게임인 QQ탕과 QQ스피드는 일본의 봄버맨과 마리오카트를 베낀 게임이었으나, QQ게임의 플랫폼 유통력을 바탕으로 큰성공을 거뒀다. 이후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차별성을 부여해 짝퉁이라는 오명을 벗고 중국내 캐주얼 게임의 정상에 올라섰다.
하지만 QQ게임은 최근 두 가지 어려움에 부딪친 상태다. 첫 번째는 중국 정부 당국의 강력한 규제다. 중국 정부는 미성년자 시력 보호와 게임 중독 예방을 명분으로 강력한 온라인 게임 규제안을 내놓았다. 신규 판호 발급을 중단하고 카지노 같은 도박 게임을 집중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때문에 QQ게임은 2600만 명의 사용자수를 보유한 포커게임 천천덕주(天天德州)의 서비스를 중단하고, 캡콥의 온라인게임 몬스터헌터의 중국내 유통을 포기해야만 했다.
두 번째는 경쟁자 넷이즈(Netease)의 부상이다. 한국 게임을 주로 유통한 텐센트와 달리 넷이즈의 게임 플랫폼 넷이즈게임은 주로 액티비전이나 블리자드와 같은 미국 게임 개발사들이 만든 게임을 중국내에 유통하는 전략을 세웠다. 아직까지는 QQ게임즈의 영향력이 더 크지만, 양질의 미국 게임을 앞세운 넷이즈의 부상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태다.
위게임(WeGame)은 중국내 1위 PC게임 플랫폼이다. QQ게임은 온라인 게임만 유통하는 반면 위게임은 혼자 즐기는 싱글 플레이 게임만 집중 유통한다. 미국의 스팀, 오리진 등과 유사한 서비스라고 평가할 수 있다.
텐센트는 지난 해 9월 텐센트 게임 플랫폼(Tencent Game Platform)을 위게임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게임 다운로드 뿐만 아니라 라이브 스트리밍, 개발자 커뮤니케이션 등 게임 플랫폼으로서 갖춰야할 기능을 강화했다. 스팀이 중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위게임으로 중국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위게임은 중국과 해외에서 개발된 250여개의 PC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경쟁사인 스팀이 2만여개의 게임을 유통중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갈길이 멀다. 하지만 중국인의 취향에 맞춰 중국내에서 개발된 게임과 해외의 대작 게임을 중심으로 유통하면 적어도 중국권에서만큼은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텐센트는 위게임을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위챗, QQ, 브이로그 등 텐센트가 보유한 다양한 소셜 채널을 활용해 게임을 대량 노출시켜 플랫폼의 인지도와 콘텐츠 판매량을 향상시킨다는 전략이다.
위챗의 다음 목표는 중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텐센트는 홍콩 위게임 플랫폼을 선보이고, 전 세계 사용자를 대상으로 중국발 PC 게임 판매에 나섰다.
위챗(WeChat)은 10억 명 이상의 월 사용자(MAU)를 보유한 중국 최대의 모바일 메신저다. 전 세계적으로는 페이스북 메신저와 왓츠앱에 이어 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내에서 위챗을 제외한 다른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는 사용에 애로사항이 많은 만큼 중국인들과 제대로 소통하려면 위챗을 이용해야 한다. 위챗은 2011년 1월 시작한 서비스로, 모바일 메신저치고는 상당히 후발주자다. 하지만 타사 서비스를 분석하고 이를 빠르게 따라하는 전략을 취해 중국인이 요구하는 기능을 빠르게 추가할 수 있었고, 이내 중국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장악하기에 이른다.
위챗은 현재 모바일 결제 및 송금, 오프라인 결제, 음식 배달, 쇼핑, 공과금 납부, 택시 호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금이나 카드 없이 위챗과 위챗페이(위챗 기반의 핀테크 서비스) 계정만 보유하고 있어도 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었다. 길거리 노점상에서조차 현금 대신 위챗페이로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위챗페이는 중국 현지에서 발급받은 은련 계열 신용카드나 중국 은행 계좌를 계설해야만 이용할 수 있으며, 해외 카드나 계좌로는 이용이 어렵다.
위챗은 2012년 시작된 카카오 게임 서비스를 벤치마킹해 2013년 위챗 게임 기능을 선보였다. 이 기능을 통해 자사와 다른 업체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을 중국내 사용자에게 빠르게 알릴 수 있었다. 위챗 게임 기능으로 전달된 게임 홍보 링크를 클릭하면 텐센트의 모바일 앱 장터 응용보(应用宝)에 연결된다. 위챗 게임을 통해 텐센트는 위챗 게임 생태계뿐만 아니라 응용보 사용자 규모까지 함께 확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중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왕자영요(王者荣耀)나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역시 텐센트 산하의 게임 스튜디오가 개발한 후 위챗 게임과 응용보를 통해 유통된 사례다.
즉, 현재 텐센트는 세 가지 게임 유통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게임은 QQ게임, 싱글 PC 게임은 위게임, 모바일 게임은 위챗 게임과 응용보를 활용해 중국 시장을 장악했다.
텐센트픽처스(Tencent Pictures)는 지난 2015년 텐센트가 설립한 영화 제작사다. 현재는 중국이나 헐리우드 영화 산업에 투자하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텐센트비디오와 같은 텐센트의 동영상 플랫폼에 공급할 오리지널 콘텐츠도 만들 계획이다.
텐센트픽처스는 전병협, 굿바이미스터루저, 네버세이다이 등을 제작한 중국의 영화 제작사 신리미디어의 최대 주주이고, 중국 최대의 영화 티켓 판매 서비스 마오옌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또한 스카이댄스미디어, STX엔터테인먼트 등의 주식도 보유하는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헐리우드에서도 큰손으로 통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세계적인 매니지먼트 회사인 인데버와 합작회사인 'WME-IMG차이나'를 설립하기도 했다. 영화뿐만 아니라 2D 애니메이션과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위한 자회사 펭귄픽쳐스와 G.CMay Animation & Film을 설립하기도 했다.
텐센트픽처스는 텐센트가 보유한 인기 콘텐츠 11개를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궈징밍 등 중국 인기 웹소설 작가의 콘텐츠를 영화화하려는 계획도 세우고 추진했다. 완다(萬達)그룹 산하의 레전더리픽처스와 협력해 헐리우드와 중국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영화도 만들고 있다.
텐센트픽처스의 투자를 받아 촬영한 영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워크래프트(2016)', '콩: 스컬 아일랜드(2017)', 원더우먼(2017)', '터미네이터 6(2019 예정)'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에 개봉한 소니픽처스의 히어로 영화 '베놈'의 경우 전체 제작비 1억 달러 가운데 1/3을 텐센트에서 지원해줬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마화텅 텐센트 최고경영자>(출처=IT동아)
텐센트 비디오
사용자수를 기준으로 중국내 1위 동영상 플랫폼은 5억 8000만 명의 MAU를 보유한 바이두의 아이치이(愛奇藝)이며, 텐센트 비디오는 2위를 차지하고 있다. 3위는 4억 4000만 명 내외의 MAU를 보유한 알리바바의 유쿠(优酷)다.
텐센트 비디오는 원래 텐센트 QQ라이브라는 이름으로 2011년 4월 시작된 개인 방송 플랫폼이었다. 이후 각종 주문형 비디오를 추가해 텐센트 비디오라는 이름의 종합 비디오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아이치이가 2014년 한국에서 '별에서 온 그대'를 수입, 유통해 사용자수를 크게 확대한 것을 벤치마킹해 다양한 한국 드라마와 영상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현재는 개인 방송보다는 주문형 비디오에 더 힘을 싣는 모양새다. 중국, 미국, 한국, 영국 등에서 생산된 전 세계의 다양한 콘텐츠를 30개가 넘는 카테고리로 분류해서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아이치이, 텐센트 비디오 유쿠 등 중국내 3대 영상 플랫폼은 서로의 서비스와 콘텐츠 배열을 지속적으로 벤치마킹하며 성장했다. 때문에 외국인이 보기에는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굳이 차이점을 들자면 아이치이와 텐센트 비디오는 VOD에 더 주력하고 있고, 유쿠는 일반 스트리머가 올린 영상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내 동영상 플랫폼 시장은 사업 영역간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에서 유튜브, 넷플릭스, 트위치(아마존) 등이 녹화 동영상, VOD, 실시간 동영상이라는 자신만의 사업영역을 꽉 잡고 있는 미국 시장과 대비된다.
텐센트 비디오가 다른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점이 하나 있다. 화질이라는 명목으로 동영상 해상도 정도만 조절할 수 있는 타 플랫폼들과 달리 동영상 음량 증폭이나 색감 조절 등 다양한 화질 옵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그리 많지 않더라도, 헤비 유저들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벤치마킹할 가치가 있다.
텐센트 비디오는 개인 스트리머들이 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개인 스트리머들이 수제 온라인 드라마나 단편 영화를 만들어서 중국 전역에 배포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했다. 플랫폼의 역할이 기술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자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QQ게임
2003년 마화텅 최고경영자는 QQ와 QQ쇼(아바타 기반의 미니 홈페이지 서비스: 싸이월드를 벤치마킹해서 만들었다)의 뒤를 잇는 텐센트의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하던 끝에 자체 포털 서비스인 QQ.com을 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것이 QQ게임의 시작이다. 네이버의 한게임 서비스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QQ쇼>(출처=IT동아)
QQ게임은 해외 콘텐츠 유통과 자체 콘텐츠 개발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병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QQ게임에서 가장 먼저 서비스한 게임은 한국의 3D 온라인 게임 세피로스였다. 이후에도 다양한 한국 게임을 수입해 중국 시장에 선보였고, 텐센트의 유통력과 한국 개발사들의 개발력이 합쳐져 큰 성공을 이뤄냈다. QQ게임을 통해 중국내에 유통되어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로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와 피파온라인, 엔씨소프트의 블래이드앤소울 등을 들 수 있다. 세 게임은 텐센트와 QQ게임의 플랫폼 영향력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는 지금도 중국 시장에서 제일 인기있는 FPS, 액션RPG 게임이다.
<텐센트가 자국내에 최초로 유통한 한국 온라인 게임 '세피로스'>(출처=IT동아)
최근에도 한국 게임에 대한 텐센트와 QQ게임의 구애는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작년 전 세계적으로 큰 히트를 기록한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다. 배틀그라운드는 미국 등 전 세계 시장에서는 밸브 스팀, 한국 시장에서는 카카오게임즈, 일본 시장에서는 DMM.com과 협력해 유통하는 등 해당 국가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게임 플랫폼으로 유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배틀그라운드의 대성공의 이면에는 독특한 게임성뿐만 아니라 이렇게 특정 플랫폼과 손잡고 이들의 지원을 받는 전략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중국 시장의 경우 텐센트와 손잡고 진출했고, 이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한국 게임 개발사들 역시 중국내 사업 진출 파트너로 텐센트와 QQ게임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 중국내에서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온라인 게임 서비스 허가(판호)를 대신 받아줄뿐만 아니라 저작권, 라이선스, 이익분배 등을 두고 문제를 일으키는 다른 중국 유통사들과 달리 텐센트는 한국 게임 개발사들과 별다른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상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QQ게임은 2008년부터 한국 게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게임을 중국 시장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 가운데 하나인 리그오브레전드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중국내에 소개해서 크게 성공시켰다. 최근에는 배틀그라운드를 제치고 배틀로얄 장르의 1위 게임이된 포트나이트를 중국내에 선보이기도 했다.
텐센트(출처=IT동아)
텐센트와 QQ게임의 콘텐츠 유통 전략에서 주목해야할 점이 하나 있다. 유망한 콘텐츠 개발사를 찾으면 이들의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을 넘어 이들의 지분을 사들여 자회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텐센트는 리그오브레전드의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를 자회사로 인수했고, 포트나이트의 개발사인 에픽게임즈의 주요 주주다. 최근에는 블루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2대주주로 올라섰다. 인수를 통해 이들의 현재 콘텐츠뿐만 아니라 이들이 향후에 만들 콘텐츠까지 독점 유통하는 권한을 얻은 것이다.
마화텅 텐센트 최고경영자는 이렇게 많은 기업을 인수하면서 한 가지 원칙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소유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경영 및 개발은 게임 개발사에게 맡기고 텐센트는 자금 지원 및 콘텐츠 유통만 진행한다. 모기업이 간섭하면 게임 개발사의 창의성과 개발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텐센트가 인수한 후에도 라이엇게임즈나 슈퍼셀(핀란드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에 중국인 임원이나 직원은 추가되지 않았고 지금도 자율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해외의 게임을 유통하면서 자체 게임 개발도 함께 진행했다. 텐센트가 처음 선보인 자체 개발 게임인 QQ탕과 QQ스피드는 일본의 봄버맨과 마리오카트를 베낀 게임이었으나, QQ게임의 플랫폼 유통력을 바탕으로 큰성공을 거뒀다. 이후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차별성을 부여해 짝퉁이라는 오명을 벗고 중국내 캐주얼 게임의 정상에 올라섰다.
하지만 QQ게임은 최근 두 가지 어려움에 부딪친 상태다. 첫 번째는 중국 정부 당국의 강력한 규제다. 중국 정부는 미성년자 시력 보호와 게임 중독 예방을 명분으로 강력한 온라인 게임 규제안을 내놓았다. 신규 판호 발급을 중단하고 카지노 같은 도박 게임을 집중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때문에 QQ게임은 2600만 명의 사용자수를 보유한 포커게임 천천덕주(天天德州)의 서비스를 중단하고, 캡콥의 온라인게임 몬스터헌터의 중국내 유통을 포기해야만 했다.
두 번째는 경쟁자 넷이즈(Netease)의 부상이다. 한국 게임을 주로 유통한 텐센트와 달리 넷이즈의 게임 플랫폼 넷이즈게임은 주로 액티비전이나 블리자드와 같은 미국 게임 개발사들이 만든 게임을 중국내에 유통하는 전략을 세웠다. 아직까지는 QQ게임즈의 영향력이 더 크지만, 양질의 미국 게임을 앞세운 넷이즈의 부상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태다.
위게임
텐센트는 지난 해 9월 텐센트 게임 플랫폼(Tencent Game Platform)을 위게임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게임 다운로드 뿐만 아니라 라이브 스트리밍, 개발자 커뮤니케이션 등 게임 플랫폼으로서 갖춰야할 기능을 강화했다. 스팀이 중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위게임으로 중국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텐센트 위게임 로고>(출처=IT동아)
현재 위게임은 중국과 해외에서 개발된 250여개의 PC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경쟁사인 스팀이 2만여개의 게임을 유통중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갈길이 멀다. 하지만 중국인의 취향에 맞춰 중국내에서 개발된 게임과 해외의 대작 게임을 중심으로 유통하면 적어도 중국권에서만큼은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텐센트는 위게임을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위챗, QQ, 브이로그 등 텐센트가 보유한 다양한 소셜 채널을 활용해 게임을 대량 노출시켜 플랫폼의 인지도와 콘텐츠 판매량을 향상시킨다는 전략이다.
위챗의 다음 목표는 중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텐센트는 홍콩 위게임 플랫폼을 선보이고, 전 세계 사용자를 대상으로 중국발 PC 게임 판매에 나섰다.
위챗
텐센트(출처=IT동아)
위챗은 현재 모바일 결제 및 송금, 오프라인 결제, 음식 배달, 쇼핑, 공과금 납부, 택시 호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금이나 카드 없이 위챗과 위챗페이(위챗 기반의 핀테크 서비스) 계정만 보유하고 있어도 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었다. 길거리 노점상에서조차 현금 대신 위챗페이로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위챗페이는 중국 현지에서 발급받은 은련 계열 신용카드나 중국 은행 계좌를 계설해야만 이용할 수 있으며, 해외 카드나 계좌로는 이용이 어렵다.
위챗은 2012년 시작된 카카오 게임 서비스를 벤치마킹해 2013년 위챗 게임 기능을 선보였다. 이 기능을 통해 자사와 다른 업체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을 중국내 사용자에게 빠르게 알릴 수 있었다. 위챗 게임 기능으로 전달된 게임 홍보 링크를 클릭하면 텐센트의 모바일 앱 장터 응용보(应用宝)에 연결된다. 위챗 게임을 통해 텐센트는 위챗 게임 생태계뿐만 아니라 응용보 사용자 규모까지 함께 확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중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왕자영요(王者荣耀)나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역시 텐센트 산하의 게임 스튜디오가 개발한 후 위챗 게임과 응용보를 통해 유통된 사례다.
즉, 현재 텐센트는 세 가지 게임 유통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게임은 QQ게임, 싱글 PC 게임은 위게임, 모바일 게임은 위챗 게임과 응용보를 활용해 중국 시장을 장악했다.
텐센트픽처스
텐센트픽처스는 전병협, 굿바이미스터루저, 네버세이다이 등을 제작한 중국의 영화 제작사 신리미디어의 최대 주주이고, 중국 최대의 영화 티켓 판매 서비스 마오옌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또한 스카이댄스미디어, STX엔터테인먼트 등의 주식도 보유하는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헐리우드에서도 큰손으로 통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세계적인 매니지먼트 회사인 인데버와 합작회사인 'WME-IMG차이나'를 설립하기도 했다. 영화뿐만 아니라 2D 애니메이션과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위한 자회사 펭귄픽쳐스와 G.CMay Animation & Film을 설립하기도 했다.
텐센트픽처스는 텐센트가 보유한 인기 콘텐츠 11개를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궈징밍 등 중국 인기 웹소설 작가의 콘텐츠를 영화화하려는 계획도 세우고 추진했다. 완다(萬達)그룹 산하의 레전더리픽처스와 협력해 헐리우드와 중국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영화도 만들고 있다.
텐센트픽처스의 투자를 받아 촬영한 영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워크래프트(2016)', '콩: 스컬 아일랜드(2017)', 원더우먼(2017)', '터미네이터 6(2019 예정)'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에 개봉한 소니픽처스의 히어로 영화 '베놈'의 경우 전체 제작비 1억 달러 가운데 1/3을 텐센트에서 지원해줬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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