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도 가상현실로 배운다?

동아일보

입력 2018-11-12 03:00 수정 2018-11-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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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 ‘촉감재현VR’ 연구 활기

가까운 미래의 월요일 아침, 외출을 준비하며 아침식사를 차린다. 요리를 못하지만 걱정 없다. 요리책이나 블로그, ‘인스타’ 레시피는 옛말이다. 촉감재현장치를 장착한 가상현실(VR) 기기로 가상의 프라이팬을 들고 따라해 보면 학습 끝이다. 메뉴는 따뜻한 오믈렛, 너로 정했다.

1단계: 냉장고를 열고 계란 세 개를 꺼낸다. 그릇을 놓고 계란을 탁 깬다.

간단해 보이지만, VR로 실감나게 재현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가상의 계란이 얼마나 단단한지 느껴야 부수지 않고 집을 수 있다. 꽉 쥐면 깨지고, 너무 약하게 쥐면 떨어져 난장판이 벌어진다. 마찰감이 느껴지지 않으면 손에서 놓칠 수도 있다. 무게감도 느껴져야 한다. 가장 큰 계란인 왕란이 68g 이상인데, 새털같이 가벼우면 실망스러울 것이다.

이렇게 정교한 촉감을 연구자들은 ‘HD촉감’이라고 부른다. 이를 느끼려면 각각의 촉감 정보를 일종의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둔 뒤 상황에 따라 재현해야 한다. 최승문, 조민수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전석희 경희대 교수팀은 묵이나 고무공처럼 누르면 들어갔다 다시 회복되는 물체(탄성체)나 흙처럼 누르면 부서지는 물체(소성체)의 특성을 정교하게 측정한 뒤 자료화해 이를 컴퓨터 모델로 만들었다. 현재는 탄성과 온도감, 거칠고 부드러운 정도, 진동 등 다양한 촉감 정보를 한데 묶어 종합적으로 재현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최 교수는 “개발이 완료된 마찰력의 경우 사람에게 재현해 직접 느끼고 평가하게 했다”며 “실제 물체(80점)와 거의 비슷한 점수(75점)로 ‘진짜 같다’고 평했다”고 말했다.

2단계: 계란을 푼다. 달궈진 프라이팬에 푼 계란을 붓는다.

계란을 젓는 일도 촉감이 필요하다. 젓는 속도에 따른 물의 저항감과 끈적끈적한 느낌이 전달돼야 한다. 류제하, 지솔근 GIST 교수팀은 액체와 기체 등 유체를 아주 작은 입자의 집합으로 해석해 입자 사이의 힘과 속도, 위치 등을 계산하고, 유체의 움직임을 재현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물 이외에 다양한 액체로도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유체 촉감은 드론을 정교하게 제어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바람의 저항감이나 돌풍 발생 등 공중의 대기 상황을 사용자가 조종기를 통해 직접 느끼면 보다 현실감 있게 조종할 수 있다.

3단계: 젓가락으로 계란을 저으며 몽글몽글 익어가면 불을 끈다.

젓가락질은 대표적인 고난도 손기술이다. 관절이 3차원상으로 복잡하게 움직이는데, 아직 VR 조종기(대부분 막대형)가 손의 복잡한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해 VR에서 제대로 재현하기가 어렵다.

박진아 KAIST 전산학부 교수는 기존의 조종기가 손의 움직임을 하나의 점이 움직이는 것으로 인식해 정교함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하고자 엄지와 검지 두 점을 인식해 더 복잡한 손동작을 재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컵을 수직으로 들 때와 기울일 때는 손에 가해지는 힘도 다르고 손동작도 변하는데, 한 점만 읽어서는 이런 정보를 표현할 수 없다. 박 교수는 “두 점을 인식하는 입력장치로 기존보다 다양한 형상의 가상 물체와 자연스럽게 상호 작용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4단계: 드디어 오믈렛 완성. 맛있게 먹겠습니다!

그릇에 오믈렛을 담고 포크를 들었다. 오믈렛 한 조각을 입에 가져오다 멈칫한다. 맛까지 재현하는 기술도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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