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다가오는데… 가축방역기술 ‘소걸음’

동아일보

입력 2018-11-12 03:00 수정 2018-11-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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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이 다가오면서 각 지자체가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에 총력을 쏟고 있다. 사진은 10월 10일 오후, 대구 동구 도동의 한 한우 사육농가에서 수의사가 원거리 자동연속주사기를 이용해 구제역 예방접종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겨울철 이 같은 정부 발표가 들릴 때면 국내 축산농가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매년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천문학적 비용이 한순간에 날아간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 사이에 고병원성 AI와 구제역으로 도살처분된 가축은 모두 7206만8569마리. 보상금으로 정부가 쓴 예산만 4600억 원이다. 해마다 1400만 마리의 가축을 도살처분하면서 900억 원 넘게 돈을 날리고 있는 셈이다.

고기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파견연구원이 6일 발표한 ‘가축전염병 대응 과학기술의 역할 및 연구개발 추진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가축질병 관련 피해액은 830억 원으로 전체 사회재난 피해액인 1092억 원의 76%에 달한다.

이 같은 피해는 대응 기술 부족에 기인한 면이 적잖다. 질병의 예방과 대처를 선진국 수준으로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면 피해액의 상당 부분을 절감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에 비해 구제역이나 AI 발생 시 전반적인 대응기술이 일본에 비해 6.7년, 확산방지 및 사후관리는 5.6년 뒤처져 있다. 또 백신 국산화 기술은 영국에 비해 7.2년, 동물약품 및 방역장비 수준은 4.5년 뒤처진 것으로 조사됐다.

10월 23일 경기 김포시 하성면 철책에 설치된 AI감시망에서 환경과학원 연구원들이 철새와 오리의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동아일보DB
가장 먼저 손대야 할 건 ‘빅데이터’ 분석기술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가축전염병 발생과 전파 과정을 분석하면 방역 계획을 효과적으로 짤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이 과정에서 의약품 정보서비스를 이용한다. 약품의 유통정보를 분석해 유행하는 질병, 전염 속도, 질병의 지역별 분포를 수집하고 예측하는 식이다. 영국은 전국의 약국과 병원의 처방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연구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구글은 ‘독감 트렌드’라는 분석 서비스도 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확보되면 다음부턴 체계적인 예방과 대응 활동이 가능해진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의 세계동물건강정보시스템(WAHIS)이 대표적인 예다. OIE는 각국으로부터 보고받은 가축전염병 발생정보를 인터넷으로 공유하고, 각 나라 방역체계의 협력을 이끌어 질병의 대규모 전파를 막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악성 가축전염병이 발생한 국가가 해당 질병을 통제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한 전문가를 급파하는 ‘동물 및 식품 전염성 질환 방제시스템(EMPRESS)’을 운영 중이다.

각국의 축산 현장을 보면 자국 실정에 맞는 독자적 기술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방목으로 가축을 키우는 나라는 동물의 이동을 추적하는 식이다. 영국은 양떼의 이동을 알아보기 위해 모든 양의 목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설치해 분석한다. 덴마크도 가축이동을 분석하고 중앙가축등록시스템(CHR)으로 수집하는 체계를 갖췄다. 수의식품청이 직접 관리한다.

축사에서 대량으로 사육하는 국가는 지역별 가축 전파를 막는 ‘방역지도’ 시스템에 힘을 쏟는다. 이웃 일본은 전국 축산 농가를 관리하는 지리정보시스템(GIS)을 구축했다.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나 현재 해외 수준의 축산농가 관리 시스템은 갖추지 못했다. 현장에서 빠르게 AI를 검진할 수 있는 간이키트, 한국형 구제역 바이러스 백신 개발 등 일부 성과가 나오고 있으나 아직 현장에 적응하기엔 부족한 상황이다. 고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국내에선 백신, 동물용 의약품 개발을 중점으로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나, 해외의 각종 첨단대응 시스템에 비하면 관련 기술이 아직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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