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투명하게’…블록체인으로 ‘어금니 아빠’ 막는다

뉴스1

입력 2018-11-01 09:48 수정 2018-11-0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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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이영학씨 2018.9.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기부금 집행내역 투명하게 공개…기록 삭제도 불가능해
그라운드X·바이낸스 등 블록체인 기반 기부서비스 기획


지난해 9월 발생한 ‘어금니 아빠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영학이 딸의 친구인 여중생을 추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것도 모자라 딸의 수술비로 기부받은 후원금 12억원을 유용해 풍족한 생활을 해온 사실이 밝혀져 공분을 샀다.

이영학 사건 이전에도 기부단체의 기부금 비리·횡령 사건은 꾸준히 발생했다. 2013년 발생한 ‘유니세프 사무총장 후원금 횡령 사건’이나 2015년 ‘유령 장애인 후원단체 11억원 기부금 사기횡령 사건’, 2016년 ‘새희망씨앗 재단 횡령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기부금 유용 사건이 이어지자 기부에 대한 거부감을 일컫는 ‘기부포비아’(기부에 대한 신뢰를 잃고 혐오하게 되는 증상)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기부금을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 블록체인으로 기부시스템을 구현하려는 시도들이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부금 집행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유용과 횡령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어,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할 수 있어서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기부금을 운영하면 기부단체의 운영비나 수수료 비율이 공개된다. 또 블록체인 장부에 기록된 거래는 누구나 실시간 감시할 수 있다. 기록된 정보는 수정이나 삭제도 불가능하다. 또 특정단체를 거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단체에 일대일 후원할 수도 있다. 이 경우는 기부금이 즉시 전달된다는 이점이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바이낸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블록체인자선재단’(Blockchain Charity Foundation)을 설립해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발생한 산사태 및 홍수 피해자들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낸스가 설립하려는 블록체인자선재단은 지금까지 자선단체들이 운영했던 방식이 아닌 블록체인 기반으로 기부금을 운영하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기부자들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바이낸스코인’(BNB) 등 암호화폐로만 기부할 수 있다. 창펀 자오 바이낸스 대표는 “블록체인의 특징인 ‘투명성’을 기반으로 조성된 기부금이 수혜자들에게 직접 전달되게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는 ‘소셜 임팩트’ 부서를 만들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서비스를 연구 중이다. 경기도청도 지난해 3월 “기부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접목할 것”이라며 “기부플랫폼을 자체 개발해 도내 비영리기관에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부를 기피하는 것은 대부분 투명하지 않은 기부금 운영때문”이라며 “기부금 집행내역을 상세하게 볼 수 있다면 기부문화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기빙코리아’의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39.3%가 ‘기부단체를 신뢰하지 못해서 기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는 2015년 18.2% 대비 21.2% 증가한 수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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