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업계가 카카오 카풀에 크게 반발하는 두 가지 이유

동아닷컴

입력 2018-10-23 22:19 수정 2018-10-2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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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O2O 서비스의 대표주자인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인 '카카오 T 카풀'을 발표한 이후 카카오를 비롯한 카풀 업체와 택시 업체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업계 4개 단체로 이뤄진 '불법카풀관련비상대책위원회'는 4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카카오의 카풀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한데 이어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4개 단체 소속 5~6만여 명이 참석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 총파업을 진행했다.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 출처: 동아닷컴>

택시 단체들은 왜 길거리에 나선 것일까. 소규모 스타트업이 진행해온 지금까지의 카풀 서비스와 달리 자금과 인력이 충분한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에 나서면 지난 30년 동안 견고하게 유지되었던 택시 시장이 통째로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것이 카카오의 카풀에 크게 반발하는 첫 번째 이유다.

택시 업계는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규정된 예외 조항이 아닌 자가용으로 영업을 진행하는 불법 운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풀은 원래 운행되는 자가용의 수를 줄이기 위해 직장 동료나 이웃끼리 차를 함께 타고다니며 약간의 수고비를 받으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제도이지 개인이 자가용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영업 행위를 허가하는 제도가 아니며, 따라서 이러한 영업 행위를 알선하는 카카오와 카풀 기사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하지만 택시 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월 카풀 스타트업인 '럭시'를 인수하며 시장 진출을 알렸다. 서비스 개시를 위한 여러 준비를 거쳐 16일부터 카풀 운전자 사전 모집을 시작했다. 카풀 운전자용 앱인 '카카오 T 카풀 크루' 앱은 출시 5일만에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10만 다운로드수를 돌파했다. 플레이 스토어의 다운로드수가 상당히 늦게 집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다운로드수는 15만을 돌파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운로드수가 온전히 카풀 운전자수가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해당 앱이 카풀 운전자 등록 외에 아무런 기능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사용자가 운전자로 활동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국내 카풀 업계 1위였던 풀러스에 등록된 카풀 운전자수가 14만 명 수준이었으니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가 얼마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여론도 카카오에 호의적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19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카카오 카풀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시민 편익 증진에 도움이 되는만큼 찬성한다는 응답이 56%에 달했다. '택시기사 생존권 보호를 위해 반대한다는 응답은 찬성의 절반 수준인 28.7%였다.

왜 이렇게 반(反) 택시적인 여론이 팽배한 것일까. 불친절, 요금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역시 가장 큰 이유는 결코 없어지지 않는 택시 업계의 가장 큰 병폐 '승차 거부'다. 정부는 목적지에 따라 손님을 가려 받는 승차 거부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승차 거부가 세 번 적발되면 택시 면허를 취소하는 삼진아웃 제도를 도입하는 등 병폐 근절을 위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으나, 현실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지난 해 서울시에 접수된 승차 거부 민원은 5121건이었지만, 이 가운데 90% 정도가 증거불충분으로 아무런 행정 처분을 받지 않았다. 승차 거부를 하는 발언이 명확히 담긴 영상이나 음성을 제출해야 처분을 내릴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이러한 영상을 찍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누가 처음부터 승차 거부를 당할줄 알고 동영상 촬영을 하면서 택시에 타겠는가. 지금도 강남, 종로, 명동, 홍대 등 번화가 일대에서 승차거부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지난 3년 동안 승차거부로 면허 취소를 당한 택시 기사는 6명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택시 업계에 호의적인 여론은 사라지고, 현재의 택시 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운송수단이 등장하길 갈망하게 된 것이다.

카카오에 대한 배신감도 택시업계 반발의 한 이유

택시 업계가 카카오 카풀에 크게 반발하는 두 번째 이유는 우군이라고 생각했던 카카오가 반 택시적인 행보를 보인 것에 대한 배신감이다.

<카카오택시 1주년 기념 우수 택시기사 시상식. 이때만 해도 카카오와 택시 업계의 사이가 이렇게 악화될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출처=IT동아)

현재 택시 업계의 반발은 지난 2014년 차량공유서비스 우버가 한국에 진출했을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2014년 초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던 우버는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서비스를 개시했다. 하지만 택시 업계의 반발과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 부딪쳐야만 했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우버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한 불법 콜택시 앱으로 규정하고 각종 행정, 사법적 조치를 취했다. 여론도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 업계에 호의적이었다. 결국 2014년말 우버는 국내 서비스를 중단하고 쫓기듯이 한국 시장을 떠났다.

우버는 떠났지만, 그 자리를 대체하려는 국내 스타트업들의 도전은 계속되었다. 전세 버스를 활용한 차량 공유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고, 카풀을 중개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불법이라는 낙인이 찍힌채 사업을 중단해야만 했다. 택시의 존립 근거이자 일반인이 자가용을 활용해 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택시 업계의 방패가 되어주었다. 택시 업계가 법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서비스인 카풀을 반대하는 근거는 출퇴근 시간에만 허용한다는 조항과 이익을 취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이었다. 출퇴근 시간이라는 개념이 명확하게 부칙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서 해석을 두고 택시 업계와 카풀 서비스간에 이견이 분분했고, 카풀 서비스를 제공한 후 비용을 받는 만큼 유사 콜택시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택시 업계의 끈질긴 반발 앞에 많은 운수 스타트업이 사업을 접거나 경영난에 시달려야만 했다. 전세버스를 이용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던 콜버스랩은 전세버스 비교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해야 했고, 카풀 서비스 업계 1위였던 풀러스는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대표가 사임하고 구조 조정에 들어가야만 했다.

유일하게 우버의 몰락 이후 유일하게 그자리를 빠른 속도로 차지한 서비스가 있다. 바로 카카오의 택시 승차 서비스 '카카오 T'다. 2015년 시작된 카카오 T는 기존 사업자였던 택시 업계를 대체하려는 우버, 운수 스타트업들과 달리 '수수료 없음', '탑승자의 목적지 공개' 등 친 택시적인 행보를 선보이며 택시 업계의 호응을 이끌어냈고, 이내 운송업계의 주도적인 중계 사업자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2015년 이후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대신 카카오 T를 활용해 택시를 이용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되었다.

하지만 카카오 T는 새로운 부작용을 만들어내며 사용자들을 불편함을 가중시켰다. 바로 '손님 골라 태우기'라는 합법적으로 승차 거부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준 것이다. 카카오 T는 목적지를 입력해야만 택시를 부를 수 있는데, 이러한 목적지 정보가 택시 기사들에게 고스란히 공유된다. 그 행선지를 보고 마음에 들지 않아 호출을 무시하더라도 아무런 패널티가 없다. 사용자에겐 단시 호출에 응한 택시가 없다고 뜰 뿐, 택시가 사용자를 골라 태웠는지 여부는 알 길이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카오는 지난 4월 스마트 호출이라는 유료 서비스를 내놨지만, 택시 기사가 해당 기능을 꺼두면 그만이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가 반 택시 업계적인 행보를 보이며 카풀 업계에 진출한 것이다. 카카오를 우군이라고 생각했던 택시 업계 입장에선 배신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충격적인 소식인 셈이다. 이렇게 배신감을 느끼는 택시 기사들을 포섭하기 위해 카카오 T의 경쟁 서비스인 T맵 택시를 운영 중인 SK텔레콤은 지난 8일 판교 집회 한 구석에 T맵 택시로 참여할 것을 권유하는 인원을 배치하기도 했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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