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찌꺼기를 고부가 제품으로… 정유 ‘新노다지’
황태호 기자
입력 2018-10-22 03:00 수정 2018-10-22 03:00
업계, 고도화 설비 증설 박차
○ 원유 찌꺼기로 새 제품 만든다
정유업체 에쓰오일은 최근 울산에 완공한 잔사유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다운스트림시설(ODC)의 상업가동을 앞두고 있다. RUC는 원유에서 가스, 경질유 등 상품성이 좋은 제품을 추출한 뒤 남는 벙커C유 같은 값싼 잔사유(殘渣油)를 휘발유, 프로필렌 등 고부가 석유화학 중간 원료로 만드는 시설이다. ODC는 RUC에서 생산한 프로필렌을 원료로 투입해 연간 40만5000t의 폴리프로필렌과 30만 t의 산화프로필렌(PO) 등 고급 석유화학 제품을 만든다. 에쓰오일은 2016년 5월에 착공한 두 시설에 총 4조8000억 원을 투자했다.
21일 에쓰오일 관계자는 “모든 설비를 풀가동하는 상업가동이 임박한 상황에서 막바지 점검을 위해 시운전 중”이라고 밝혔다. 정유업계에선 이르면 이달 중 상업가동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열린 경영설명회에서 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큰 이익원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한국 정유업체 ‘빅4(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중 고도화율(총 정제 용량 대비 고도화 설비 용량)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오일뱅크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투자금액 8000억 원 규모의 충남 서산 대산공장 증설 사업 가운데 첫 단계로 2400억 원을 들인 아스팔텐분리공정(SDA)을 올해 8월 완공해 9월부터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아스팔텐은 고도화 공정에서 ‘숯덩이’로 변해 생산효율을 낮추기 때문에 이를 분리하면 잔사유의 활용도를 대폭 높일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하루 8만 배럴을 처리하는 SDA 설비 완공으로 국내 정유업체 중 처음으로 고도화율이 40%를 넘어섰다”며 “연간 정제마진 개선 효과가 1400억 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까지 울산콤플렉스에 1조 원을 투자해 하루 4만 배럴 규모의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짓기로 결정하고 현재 막바지 부지 정지작업 중이다. 아스팔트 등의 원료로 쓰이는 저가 제품인 감압 잔사유를 저유황 연료유, 디젤, 나프타 등 고부가 제품으로 만드는 설비다.
○ 원가경쟁력 확보·해상유 규제 대응
정유기업들이 잇따라 고도화 설비를 늘리는 첫 번째 이유는 원가경쟁력 때문이다. 고도화 설비가 늘어날수록 그만큼 똑같은 양의 원유를 활용해 비싼 제품을 더 많이 팔 수 있다. 고도화율이 50%가 넘는 북미 정유업체들은 비싼 원유 대신 값싼 벙커C유를 구매해 고급 경질유로 바꿔 수익을 극대화한다. 한국 정유업체들의 고도화율은 30∼40% 안팎이다.
강화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용 연료유 규제에 대비한다는 의미도 있다. IMO는 2020년 1월부터 선박연료유의 황 함량 규격을 3.5%에서 0.5%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이 규제가 적용되면 해운사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벙커C유 대신 고도화 공정을 거쳐 나오는 저유황유를 구매해 사용해야 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는 최근 울산 VRDS 건설 현장을 찾아 “환경규제를 기회로 삼아 해상유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에쓰오일이 4조8000억 원을 투자해 고도화 설비를 건설한 울산 온산공장 전경. 에쓰오일 제공
국내 정유업계에서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를 ‘새 상품’으로 만드는 고도화 설비 증설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정유업계에선 이를 ‘누룽지로 새 밥을 짓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국내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원유 찌꺼기로 새 제품 만든다
정유업체 에쓰오일은 최근 울산에 완공한 잔사유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다운스트림시설(ODC)의 상업가동을 앞두고 있다. RUC는 원유에서 가스, 경질유 등 상품성이 좋은 제품을 추출한 뒤 남는 벙커C유 같은 값싼 잔사유(殘渣油)를 휘발유, 프로필렌 등 고부가 석유화학 중간 원료로 만드는 시설이다. ODC는 RUC에서 생산한 프로필렌을 원료로 투입해 연간 40만5000t의 폴리프로필렌과 30만 t의 산화프로필렌(PO) 등 고급 석유화학 제품을 만든다. 에쓰오일은 2016년 5월에 착공한 두 시설에 총 4조8000억 원을 투자했다.
21일 에쓰오일 관계자는 “모든 설비를 풀가동하는 상업가동이 임박한 상황에서 막바지 점검을 위해 시운전 중”이라고 밝혔다. 정유업계에선 이르면 이달 중 상업가동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열린 경영설명회에서 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큰 이익원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한국 정유업체 ‘빅4(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중 고도화율(총 정제 용량 대비 고도화 설비 용량)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오일뱅크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투자금액 8000억 원 규모의 충남 서산 대산공장 증설 사업 가운데 첫 단계로 2400억 원을 들인 아스팔텐분리공정(SDA)을 올해 8월 완공해 9월부터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아스팔텐은 고도화 공정에서 ‘숯덩이’로 변해 생산효율을 낮추기 때문에 이를 분리하면 잔사유의 활용도를 대폭 높일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하루 8만 배럴을 처리하는 SDA 설비 완공으로 국내 정유업체 중 처음으로 고도화율이 40%를 넘어섰다”며 “연간 정제마진 개선 효과가 1400억 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까지 울산콤플렉스에 1조 원을 투자해 하루 4만 배럴 규모의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짓기로 결정하고 현재 막바지 부지 정지작업 중이다. 아스팔트 등의 원료로 쓰이는 저가 제품인 감압 잔사유를 저유황 연료유, 디젤, 나프타 등 고부가 제품으로 만드는 설비다.
○ 원가경쟁력 확보·해상유 규제 대응
정유기업들이 잇따라 고도화 설비를 늘리는 첫 번째 이유는 원가경쟁력 때문이다. 고도화 설비가 늘어날수록 그만큼 똑같은 양의 원유를 활용해 비싼 제품을 더 많이 팔 수 있다. 고도화율이 50%가 넘는 북미 정유업체들은 비싼 원유 대신 값싼 벙커C유를 구매해 고급 경질유로 바꿔 수익을 극대화한다. 한국 정유업체들의 고도화율은 30∼40% 안팎이다.
강화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용 연료유 규제에 대비한다는 의미도 있다. IMO는 2020년 1월부터 선박연료유의 황 함량 규격을 3.5%에서 0.5%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이 규제가 적용되면 해운사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벙커C유 대신 고도화 공정을 거쳐 나오는 저유황유를 구매해 사용해야 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는 최근 울산 VRDS 건설 현장을 찾아 “환경규제를 기회로 삼아 해상유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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