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노점서도 ‘송금 앱’으로 결제, 카드 대신 ‘터치’… 지갑 열 필요 없네

김자현 기자

입력 2018-10-10 03:00 수정 2018-10-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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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이용액 5배… 올 27조 넘길 듯

8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떡볶이 노점 한쪽에 붙은 모바일 간편송금 안내문.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8일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의 한 잉어빵 노점. 기자는 잉어빵 2000원어치를 사면서 “계좌이체도 가능하냐”고 물었다. 가게 주인 A 씨는 “당연히 된다”고 화답했다. 이 가게에는 ‘계좌이체 가능’이라는 안내 문구까지 붙어 있었다. 기자는 토스(Toss)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2000원을 바로 이체했다. A 씨는 “요즘 손님들이 현금을 잘 안 들고 다니지만 계좌이체가 쉽게 되니까 걱정이 없다”며 “나도 괜히 현금을 잃어버릴까 하는 걱정을 덜었고 매출도 늘었다”고 말했다. 바로 옆 떡볶이 노점에는 ‘현금 없어도 한방에’라는 문구와 함께 간편송금 앱(송금 앱)을 통한 결제 방식이 친절하게 소개돼 있었다.

같은 날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걷고 싶은 거리’의 한 옷가게. “지갑을 안 가지고 나왔다”며 당황하는 손님에게 가게 주인이 계좌번호가 적힌 노트를 건네며 말했다. 계좌번호를 받은 손님이 휴대전화를 꺼냈다. 카카오페이 앱을 이용해 몇 차례 화면을 클릭하자 ‘3만5000원 송금 완료’라는 알림이 떴다. 주인도 자신의 휴대전화 화면을 통해 입금이 확인됐다는 알림을 확인한 뒤 밝게 웃으며 손님을 배웅했다. 손님과 주인이 계좌이체를 통해 티셔츠 값을 주고받는 데 걸린 시간은 20여 초.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보다 크게 번거롭지 않았다.

최근 카카오페이, 토스 등 송금 앱 사용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나타난 모습이다. 일반 상점은 물론이고 노점에서 물건을 살 때도 현금이나 카드 없이 휴대전화만 있으면 손쉽게 결제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계좌번호를 일일이 입력하지 않아도 모바일로 QR코드를 인식시키고 금액만 입력하면 전송이 되는 결제 방식이 생겨나 지갑을 꺼낼 일이 점점 더 없어지고 있다. 카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 덕분에 계좌이체 방식의 거래를 선호하는 상인도 늘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더치페이 문화가 정착되는 데에도 송금 앱들이 한몫하고 있다. 식사 자리에서 사람마다 돈을 걷거나 줄을 서서 한 명씩 자기 몫의 금액을 카드로 결제하며 어색해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있다. 그 대신 한 명이 먼저 결제한 뒤 앱을 통해 송금을 받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송금 앱에서 총 결제금액을 입력한 후 돈을 낼 친구들의 목록을 선택하면 사람 수에 맞춰 송금액이 배분되고, 바로 송금을 받을 수 있다. 송금 앱 사용자들끼리는 상대방 계좌번호를 모르더라도 송금이 가능하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 씨(27·여)는 “전에는 송금받는 게 번거로워 현장에서 돈을 걷어 결제하느라 불편하고 시간도 많이 걸렸는데 이제 손쉽게 더치페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간편송금 이용 금액은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 2조4413억 원이던 간편송금 이용 금액은 2017년 11조9541억 원으로 5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간편송금 이용 금액은 27조 원을 넘길 것으로 금감원은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송금 앱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체 받은 돈의 세금 납부, 신용카드산업과의 충돌 가능성 등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규제로 막아서는 안 된다”며 “새로운 결제 트렌드를 어떻게 잘 키워 나갈 것인가 고민하고 보완책을 차근차근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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