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CPU 공급대란의 세 가지 이유... 소비자는 발만 동동

동아닷컴

입력 2018-10-02 16:08 수정 2018-10-0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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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공식적으로 CPU 생산 차질을 인정했다. 이에 따른 후폭풍이 전 세계 PC 시장에 적지 않을 전망이다. 중소규모의 PC 제조사들과 CPU 유통채널들은 제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는 상황이다.

지난 9월 28일 밥 스완 인텔 임시 최고경영자는 2011년 이후 PC 시장이 처음 성장세로 돌아서면서 CPU 공급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인텔 CPU>(출처=IT동아)

CPU 공급 대란의 세 가지 이유? 클라우드, 10나노, 대작 게임

시장에서는 인텔 CPU 공급 차질의 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첫 번째 원인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성장에 따른 서버용 CPU 수요 급증이다. 점점 줄어들던 PC 시장과 달리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은 매년 2~3배씩 성장하며 반도체 시장의 호황을 견인했다. 이러한 클라우드 컴퓨팅용 서버 시장에서 인텔은 99%에 이르는 독점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인텔의 서버용 제품군인 제온 이외에 다른 선택지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굴지의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들은 인텔이 서버용 CPU를 생산하기도 전에 사들였고, 덕분에 인텔은 사상최대 규모의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게다가 서버용 CPU는 일반 CPU보다 한두 세대 전의 공정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같은 가격대의 일반 CPU보다 수익률도 뛰어났다.

늘어나는 서버용 CPU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텔은 일반 CPU 생산 라인의 일부를 서버용 CPU를 생산하는데 투입했고, 이 때문에 일반 CPU 수요 급증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대량의 CPU를 요구하는 사업이다. 이미 인텔의 주고객은 일반 사용자와 PC 제조사가 아니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같은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자다>(출처=IT동아)

두 번째 원인은 10나노미터(nm) 공정으로 전환 실패다. 인텔은 원래 올해 초 모든 일반 CPU 생산 공정을 10nm로 전환할 계획이었으나, 투자 비용 회수 및 공장 설립 지연 등으로 아직도 일반 CPU를 14nm 공정으로 생산하고 있다. 일반 CPU는 10nm 공정에서 생산하고, 서버 CPU는 14nm에서 생산해서 시장에 공급한다는 당초 일정이 틀어지고 두 CPU를 14nm 공정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수요가 급증하면 생산에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일단 인텔은 공급 차질을 해소하기 위해 1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미국, 아일랜드, 이스라엘 공장에서 14nm 생산 능력을 강화하고, 내년부터 10nm 공정에서 CPU 생산을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 번째 원인은 7년 만에 처음으로 일반 CPU 수요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포트나이트, 배틀그라운드, 데스티니 가디언즈, 콜오브듀티: 블랙옵스4 등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이 잇따라 출시 됨에 따라 신규 PC 수요가 급증했고, 때문에 고급 일반 CPU 수요도 함께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최대 30%까지 인상된 가격... 피해는 사용자의 몫

인텔이 공식적으로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당장 CPU 물량 대란이 해소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유통망에 신규 공급되는 CPU의 가격이 최대 30% 정도 인상되었다. 인텔이 코어 i 제품군 생산에 집중함에 따라 펜티엄, 셀러론 등 저가 CPU가 품절되거나 가격이 상승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14nm 공정이 확충되고, 10nm 공정이 정상 가동되는 내년 3월은 되어야 시장에 안정적으로 CPU가 공급되고 가격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AMD CPU>(출처=IT동아)

일단 레노버, 델, 삼성전자 등 대형 PC 업체들의 경우 연 단위로 CPU 공급 계약을 맺은데다가, 일반 시중에 잘 유통되지 않는 노트북용 CPU를 중심으로 공급받기 때문에 이번 CPU 공급 대란과는 무관할 전망이다. 문제는 일반 CPU를 공급받는 중소규모 PC 제조사와 유통망이다. 이들이 인텔측에 CPU 공급을 요청해도 충분한 물량을 공급받지 못하거나 아예 공급을 받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한편, 일부 PC 제조사나 유통망의 경우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인텔의 경쟁사인 AMD의 CPU를 채택해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AMD 제품군의 경우 메인보드 공급 수량에 한계가 있어 인텔의 완벽한 대체제가 될 수는 없을 전망이다. 한동안 일반 사용자는 예전보다 비싼 가격에 CPU와 PC를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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