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 노하우 전수… KT, 中企 도우미로 떴다

이미영 기자

입력 2018-09-19 03:00 수정 2018-09-19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C레벨 컨설팅’ 프로그램 운영

서울 강남구 아이스크림에듀 사옥에서 KT 전략기획실 노마드컨설팅그룹(NCG)의 컨설팅 전문가들이 아이스크림에듀 직원들과 함께 조직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KT는 ‘C레벨 컨설팅’을 통해 맞춤형 직원 성과관리체계와 신입 및 경력직원 교육 방안을 제시해 아이스크림에듀의 안정적인 성장을 지원했다. KT 제공
2016년 섬유 제조 중소기업 대농은 앞으로 더 성장하기 위한 혁신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섬유업계의 장기 불황으로 섬유 관련 기업들이 좀처럼 큰 도약을 하지 못한 때였다. 마침 KT가 고객사에 경영 컨설팅을 해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농은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KT에 도움을 요청했다.

KT 전략기획실 노마드컨설팅그룹(NCG·Nomad Consulting Group)의 ‘C레벨 컨설팅’ 담당 직원 5명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회사에 상주하며 임원진을 심층 인터뷰한 것은 물론이고 인도네시아에 있는 해외 공장까지 직접 방문해 문제점을 찾았다. 생산관리 구조와 조직 운영상의 비효율이 문제였다. KT는 여러 지역에 흩어진 공장을 통합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새로운 성과관리 방안을 제시했다. KT의 솔루션 지원 등을 토대로 지난해 대농은 2015년보다 약 1.5배 높은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다.

KT의 ‘C레벨 컨설팅’ 프로그램이 국내 중소기업들의 ‘문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주요 임원진을 상대로 맞춤형 경영 솔루션을 제공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KT는 경영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모범사례라는 평가를 받는 ‘C레벌 컨설팅’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KT의 경영 노하우, C레벨 컨설팅에 녹여내다

NCG는 KT의 경영 문제를 스스로 파악하고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2011년 신설됐다. 5년 동안 KT 서비스 경쟁력 강화, 효율적인 조직관리, 비용 혁신 등의 과제를 다루면서 컨설팅 노하우를 축적했다.

외부 컨설팅은 우연한 기회에 시작됐다. KT와 함께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던 한 스타트업이 해당 기술을 사업화하는 것도 추가로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요청했다. NCG는 KT의 경영 노하우가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16년 NCG는 외부 컨설팅 부서로 전환했다. KT의 경영 노하우를 중소기업들에 전수하는 창구가 된 것이다. 새로운 가치창출, 서비스 및 품질 제고, 디지털 혁신 등 3개 분야에서 통합 경영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박종욱 KT 전략기획실장(전무)은 “KT는 그동안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성공도 해보고 실패도 해봤는데 이런 경험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중소기업엔 큰 자산이 된다”며 “컨설팅이 끝난 후에도 다른 컨설팅업체들과는 달리 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 대기업-중소기업의 ‘쌍방향’ 상생

C레벨 컨설팅의 최우선 목표는 실제로 고객사에 도움이 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컨설팅 담당 직원 40여 명은 해외연수를 통해 MBA를 취득하거나 석사학위를 받은 전문가다. 필요한 경우 KT 현업에 있는 관련 전문가들도 가세해 파트타임으로 컨설팅을 돕는다. 프로젝트 기간은 6주, 투입 인원은 평균 4, 5명으로 일반 컨설팅회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5개 지역본부에도 관련 팀을 신설했다.

고객사들의 만족도는 높다. KT가 자체 조사한 결과 서비스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평균 95점이었다. KT가 제시한 솔루션을 실제 실행하겠다는 곳도 전체 대상 기업의 90%에 달했다.

최근 급격히 성장한 교육업체 아이스크림에듀가 대표적이다. 회사가 커지면서 조직원 융합과 신입직원 교육 문제가 불거졌다. KT는 맞춤형 직원 성과관리체계와 신입 및 경력직원 교육 방안을 제시해 아이스크림에듀의 체계적인 성장을 지원했다.

황태현 KT 전략기획실 컨설팅지원담당 상무는 “과거에는 일부 은행이 재무진단이나 신용거래 리스크 분석과 같이 단순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세밀한 솔루션을 중소기업들에 제시하는 곳은 국내에서 KT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KT는 C레벨 컨설팅을 통해 뜻밖의 소득도 얻을 수 있었다. 고객사가 KT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고객사는 더 이상 KT를 상품을 파는 회사로만 기억하지 않았다. 자신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주는 파트너라고 여겼다. 돈독한 신뢰 관계가 구축된 것이다.

KT 입장에선 고객사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KT 직원들이 고객사 경영진을 수시로 만나면서 이들의 고충과 업계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은 단서들은 KT가 고객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박 실장은 “과거 KT와 고객사가 주로 장비나 상품과 관련된 이야기만 나눴다면 이제는 고객사 임원들과 소통하면서 숨은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고객사가 성장하는 동시에 KT의 역량이 함께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진정한 상생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 NCG로 몰리는 KT 인재

다양한 업계의 경영 과제를 해결해주면서 KT 내부 직원들의 역량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호텔업계를 컨설팅한 직원은 실제 KT의 신사업인 호텔사업 부서로 배치돼 성과를 내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컨설팅을 담당했던 한 차장급 직원도 현재 관련 부서 팀장으로 업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KT 내 팀장 대부분이 부장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KT 내 NCG의 위상도 한층 올라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NCG 인력들이 더욱 큰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이 KT의 핵심과제인 만큼 고객사들의 니즈를 하나하나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발굴하고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KT는 올해 말까지 총 50개 중소기업의 경영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할 방침이다.

구현모 KT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은 “C레벨 컨설팅은 기업의 공공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중소·벤처기업과의 동반성장, 해외 시장 진출을 돕는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협력사와의 협업이 중요해지는 추세에 발맞춰 앞으로 C레벨 컨설팅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