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잠재력 품은 국내 전자책 시장, '콘텐츠'가 답이다

동아닷컴

입력 2018-09-17 17:01 수정 2018-09-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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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잉크 디스플레이는 종이를 가장 많이 닮은 전자기기다(출처=IT동아)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주목 받았던 분야가 바로 출판, 인쇄 분야다. 종이를 디스플레이로 대체하면 공간 확보와 비용 절감 등 여러 부분에 걸쳐 이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동시에 디스플레이로 출판물을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전자책(e-북)이 등장한 시점도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본격적으로 유행하면서다.

많은 전문가들은 스마트 기기의 보급, 태블릿의 등장으로 종이 출판 산업은 줄어들 것이라 내다봤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소장이나 보관 등의 이점을 안고 종이책 시장은 줄어들었지만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고 전자책이 시장 확대에 실패한 것이냐? 그것은 아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판시장 규모는 약 3조 163억 원(2016년 기준)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전자출판은 약 2,31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시장의 약 7~8% 규모다.

작은 시장이지만 성장세는 꾸준했다. 지난 2014년의 약 1,678억 원, 2015년 약 2,005억 원 규모에서 300억 원 가량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스마트 기기의 보급 확대, 콘텐츠 접근 방식의 증가로 인한 성장이다. 하지만 큰 규모의 수요 증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중들이 시선을 사로잡는 영상 및 음성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도 그렇지만 전자책 특화 콘텐츠가 부족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이외 지역의 사정은 어떨까?

우리나라도 조금이지만 성장세를 보인 것처럼 해외 전자책 시장 역시 성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디지털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면서 전자출판 시장 규모가 조금 축소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7년 2~4분기 동안 전자책은 약 13.4억 달러(원화 환산 약 1조 5,100억 원 상당), 오디오북 약 4억 9,500억 달러(원화 환산 약 5,580억 원 상당), 온라인 인쇄는 약 31.1억 달러(원화 환산 약 3조 5,040억 원 상당)에 달했다.

중국도 성장세임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 지난 2016년 기준으로 이용자 수가 3억 명에 이르며 규모는 120억 위안(원화 환산 약 1조 9670억 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전인 2015년의 100억 위안(원화 환산 약 1조 6,390억 원 상당) 대비 약 20% 가량 성장한 규모다.

미국,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출판 시장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일본은 조금 다르다. 지난 2016년에는 1,909억 엔(원화 환산 약 1조 9,314억 원 상당)에서 지난해는 상반기에만 1,029억 엔(원화 환산 약 1조 411억 원 상당)을 벌어들이며 지난 동기 847억 엔(원화 환산 약 8,580억 원 상당)과 비교해 큰 폭의 성장을 이뤄냈다.

전자책 시장 자체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해외는 성장의 질과 양적인 면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이는 콘텐츠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해외에서는 대형 출판사의 콘텐츠보다 중소규모의 출판사, 또한 인디(개인) 출판의 다양하고 독특한 콘텐츠들이 주목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본도 전자 만화와 웹툰 등의 성장이 시장을 키우는 원동력이 되었다.

쉽게 접근 가능한 부분도 성장의 밑거름이다. 미국은 아마존을 중심으로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된 상태. 여기에 월 9.99달러(원화 환산 약 1만 1,300원 상당)를 지불하면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무한정 즐길 수 있는 킨들 언리미티드(Kindle Unlimited)가 인기다. 100만 여 이상 타이틀은 2.99달러, 약 3,400원이하에 구매 가능할 정도로 저렴하다. 일본도 광고를 보면 만화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키워나가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 정도까지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웹툰 및 웹소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이 이뤄지고 있으며, 구독자가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콘텐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월구독형 서비스도 하나 둘 도입되는 추세다.

전자책 무제한 구독 서비스인 리디셀렉트(출처=IT동아)

대표적인 것이 리디셀렉트다. 월 구독료 6,500원인 이 서비스는 원하는 전자책을 최대 10권까지 보관 가능하지만 보관한 콘텐츠는 스마트폰 '리디북스' 앱이나 PC용 뷰어, 리디의 전자책 단말기인 '페이퍼 프로' 등을 통해 언제든 내려받아 읽을 수 있다. 이미 읽은 책은 보관 목록에서 제외하거나 다른 책으로 교체 보관하면 된다.

리디셀렉트의 전자책 콘텐츠는 고객들에게 검증된 도서만을 '셀렉트'해 서비스한다. 리디는 접근이 쉽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은 상황에서 책 같은 검증된 콘텐츠에 대한 신뢰와 수요도 뚜렷하기에 좋은 책을 찾고 읽는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 리디셀렉트를 선보였다고 한다.

'책 끝을 접다'를 활용하는 것도 할인이나 사은품 증정이 아닌, 책 콘텐츠 자체에 초점을 뒀다. 이 채널은 좋은 책을 카드 뉴스와 북 트레일러 형태로 제작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알려왔다. 한동안 판매가 안 되는 책도 이 채널을 거치면 다시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라고. 전자책 및 출판 분야에서는 성장세가 더딘 우리나라 시장이지만 가능성을 보고 접근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리디북스 PC용 뷰어의 시작 화면 - 구매 목록(출처=IT동아)

단순한 온라인 서점이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리디의 성장세 또한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전체 전자책 시장의 약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리디는 지난 2017년 약 1억 1,600만 회의 도서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으며, 올 상반기에만 8,600만 다운로드가 이뤄졌다. 이 추세가 꾸준히 유지된다면 올해에만 약 1억 7,000만 다운로드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로, 리디는 최근 장강명 작가의 SF연재소설인 '노라'를 리디셀렉트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공하고,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도 독점 공급하는 등 다양한 전자책 콘텐츠를 발굴하며 완고한 전자책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큰 시장에 비하면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은 규모가 작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성장판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 해외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시대에 맞춘 콘텐츠(웹툰, 웹소설)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음성이 추가된 멀티미디어 전자책 분야도 서서히 덩치를 키워나가는 중이다. 하지만 양질의 콘텐츠가 중요하다. 플랫폼만 바뀌었을 뿐이지 독자를 사로잡기 위한 '해답'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강형석 기자 redb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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