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르지 않아도 터치되는 ‘원격 햅틱’ 기술 시대 온다

동아일보

입력 2018-09-17 03:00 수정 2018-09-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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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도 초음파 이용해 촉감 구현… 가상현실 스포츠 기기 활용도 높아
英-獨, 자율주행차에 기술 적용


초음파 원격 햅틱 기술을 이용하면 공간 내에서 물체를 만지는 것과 같은 촉감을 전달받을 수 있다. 울트라햅틱스 제공
머리에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고글)를 끼자 눈앞에 가상의 피아노가 모습을 드러냈다. 책상에 놓인 초음파 발생장치 위 허공에 손을 올리자 손끝으로 짜릿한 압력이 전해졌다. 피아노 건반을 누르자 정말 무언가를 누르는 듯한 감촉이 손끝에 느껴지며 피아노 소리가 울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연구 중인 ‘초음파 원격 햅틱’ 기술이다.

햅틱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햅틱이 스마트폰 화면 등을 만졌을 때 눌린 듯한 감촉을 느끼게 하는 제한된 기능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예 접촉을 하지 않고도 마치 접촉한 듯 가상 감각을 느끼게 하는 ‘원격 햅틱’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황인욱 ETRI SW콘텐츠연구소 선임연구원팀이 개발 중인 초음파 원격 햅틱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원격 햅틱 기술이다.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주파수보다 두 배 높은 40kHz(킬로헤르츠·1초에 4만 번 진동하는 주파수)의 초음파를 200∼300개의 장치를 통해 동시에 허공으로 발사해 손에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인공 촉감을 만든다. 실제로 경험해 보니 딱딱한 피아노 건반 느낌은 아니었지만, 무언가 누르는 저항감은 분명히 느껴졌다.

세계의 기업들도 햅틱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장 먼저 이 기술을 개발한 영국의 울트라햅틱스사는 독일의 보쉬사와 함께 자율주행 차량에 초음파형 햅틱 기술을 적용해 201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공개했다. ‘제스처 컨트롤’이라 이름 붙인 이 기술은 차량용 디스플레이 화면 뒤에 설치한 초음파 발생기로 운전자의 손끝에 감각을 전달한다. 사용자는 이 감각을 통해, 디스플레이를 직접 만지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다.

황 연구원은 “현재 국내외 여러 연구 그룹에서 초음파를 좀 더 넓은 영역에 쏴 감촉을 느끼는 공간을 확대하거나, 세기를 조절해 보다 정교한 촉감을 느끼게 하는 연구가 한창”이라고 설명했다.

초음파 대신 손에 장갑같이 생긴 기기를 착용한 뒤 원격으로 로봇을 조종하면, 그 로봇이 느낀 촉감이 기기에 그대로 전달되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은 ‘착용형 다중 촉감 복원기술’을 개발해 현재 제품화하고 있다. 공상과학(SF) 영화를 보면 사람의 동작을 로봇이 따라 하는 식으로 원격으로 조종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이와 비슷한 기술이다. 박재영 KIST 지능로봇연구단 선임연구원은 “멀리 있는 로봇을 조종해 물체를 만지게 할 때 그 촉감을 사람도 느껴야 제대로 된 조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가상현실(VR)을 이용한 스포츠과학과 특히 ‘궁합’이 잘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단거리 달리기 등 스포츠 동작을 가상현실에서 재현할 경우 선수는 땅바닥의 감각까지 기기를 통해 전달받을 수 있어 더욱 실감 나는 스포츠 동작을 취할 수 있다. 연구자도 그만큼 정확하게 동작을 분석할 수 있다.

김진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tw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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