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 쇼크, 한국 게임산업에 미치는 파장은?

동아닷컴

입력 2018-09-13 13:34 수정 2018-09-1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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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새로운 조치가 세계 게임시장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바로 지난 30일 중국에서 서비스 되는 PC와 모바일을 포함한 네트워크 IT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조항을 발표한 이후 불어온 후폭풍이 전세계 게임 시장에 큰 이슈로 등극한 것.

지난 8월 30일 중국의 시진핑 중국 주석은 어린이 및 청소년들의 근시를 예방하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지침을 전달했으며, 이후 중국의 교육부 및 8개 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공식 성명서를 통해 게임 타이틀의 수와 인터넷 게임의 사용량을 규제하는 것은 물론, 연령에 맞는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기 사진(출처=게임동아)

해당 성명서에서는 중국 국가통계국에서 집계한 결과 총 5억 명에 달하는 5세 이하의 어린이가 난시 혹은 저 시력을 지닌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해 과도한 학업 및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의 무분별한 사용 그리고 네트워크 모바일게임 등의 게임을 사용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발표를 통해 중국 내 12세 이하 사용자들은 모바일게임의 사용 시간이 연속으로 15분, 일 최대 1시간으로 제한되며, 19세 이하 이용자는 2시간으로 제한된다. 문제는 중국 게임사들이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의 총량을 제한한다는 정책도 함께 발표됐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중국 내 게임사들은 신작을 비롯해 기존 게임의 서비스 역시 제한되는 등 서비스 전반에 중국 정부의 강한 입김이 닿을 것이라는 예측이 함께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현지의 반응은 올 것이 왔다는 평가와 함께 게임 서비스 총량 규제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징조는 지난 4월부터 시작됐다. 중국은 지난 2016년 하반기 이후 한국산 게임에 대한 중국 서비스 허가 이른바 '판호'를 내주지 않아, 한국 게임 견제가 심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기존 '판호' 담당 기관이 '광전총국'에서 '선전부 국가신문출판서'로 이전된 이후 지난 4월부터는 중국 게임에 대한 '판호' 건수가 한 건도 등록되지 않으면서 중국 게임 시장에 이상 징후가 생기고 있다는 말이 들려 오기 시작했다.

더욱이 지난 8월 텐센트에서 서비스를 맡은 캡콤의 '몬스터헌터 월드' PC버전이 "콘텐츠 일부가 관련 규제와 정책을 준수하지 못하다"는 미심쩍은 이유로 급작스러운 판매 중단 명령을 받아 서비스가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 내에서 100만 장 이상의 사전 판매가 끝난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중국 내수 시장을 지배하며 세계 최대의 게임사로 급부상한 텐센트에서 서비스를 맡은 게임이 급작스럽게 판매가 취소된 것에 대해 중국 정부에서 텐센트를 곱게 보지 않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로 심상치 않은 기류를 보이기도 했던 것이 사실.

실제로 텐센트는 지난 8월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 정책 발표 직후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주가가 5% 이상 하락했으며, 나스닥 증권 거래소에 상장된 퍼펙트 월드는 7.2%까지 급감하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중소 게임사들의 상황은 더 심각해 '유즈 인터랙티브'와 Ourpalm 등의 게임사가 심천 증권거래소에서 각각 8%, 6% 이상 하락하는 등 그야말로 수직 하락했으며, 몬스터헌터 월드의 출시가 취소된 일본의 캡콤은 4% 가까이 폭락하는 등 곧바로 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왕자영요 이미지(출처=게임동아)

특히, 직원 수가 무려 4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종합 게임사로 거듭난 텐센트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텐센트는 2018년 1분기 매출만 12조 6천억 원으로 순이익만 4조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게임사다.

액티비전블리자드, 유비소프트, 에픽게임즈, 라이엇게임즈 등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게임사들 지분 상당부분을 지니고 있으며, 2018년 1월부터 글로벌 게임 시장에 투자된 금액 중 무려 40%에 달하는 17억 달러를 텐센트 혼자서 움직일 정도로 세계 게임 업계의 큰 손으로 등극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중국의 기관지 환구시보가 '왕자영요'(해외명 King of glory) 등 모바일게임에 대한 강도높은 비난을 이어왔으며, 텐센트가 지닌 중국 정부와 연줄 이른바 '꽌시'로도 풀 수 없을 정도로 중국 공산당 내 게임 정서가 급격하게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향후 텐센트의 성장 동력원이 불투명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의 발표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최근에 폐지됐지만, 중국 공산당은 1가구 1자녀라는 타 국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산아 제한 정책'을 무려 40년간 펼친 전력이 있으며, 통신, 서비스 모든 분야를 규제하는 막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에서 젊은 대표들이 세운 IT 기업이 급격히 성장해 여러 지표에서 자수성가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들의 출신 역시 공산당 간부와 연관된 경우가 많을 정도로 기업은 정부의 통제를 벗어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해 중국 기업에 대한 현주소를 말하기도 했다.

모바일 게임(출처=게임동아)

이런 중국 게임시장의 규제에 한국 게임사들 역시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불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전까지 한국 서비스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중국 게임사들이 계약 비용을 낮추는 것을 비롯해 자신들의 A급 게임의 한국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때문에 중국 정부의 상상을 초월한 게임 규제에 중국 기업들이 시선을 돌려 세계 3위 규모로 성장한 한국 게임 시장(구글 플레이 기준)에 대한 적극적인 진출을 꾀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전문가들은 2015년 이후 높아지고 있는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고, 동남아 및 북미, 유럽 시장과 같은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 게임 시장은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의 게임사들 역시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등의 게임이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등 중국 시장의 의존도가 점차 커진 것이 사실이었다.

또한, IP(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이 게임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것도 웹젠의 뮤 오리진(중국명 전민기적)의 성공으로 인한 것과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상위 50개 게임 중 15개 이상이 중국에서 개발된 게임이라는 점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지난 2017년부터 한국 게임의 '판호' 문제가 불거지며, 중국 서비스에 대한 길이 막혀버렸고, IP 사업 역시 신통치 않게 진행되기도 했으며, 고질적인 중국 내 불법 복제 게임에 대한 이렇다 할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등 정부, 시장, 기업에 이르는 각종 변수가 발생해 중국 시장 진출을 꾀한 게임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당장의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해 바닷물을 들이키는 것 보다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의 게임사들 역시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한 게임을 잇따라 선보이며, 중국 발 게임 규제 쇼크에 대한 대처를 준비 중인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42조 7,701억에 달하는 거대 마켓인 중국의 게임 시장은 기업으로써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이번에 발표된 게임 출시 제한 등 중국 공산당의 상상을 초월하는 게임 규제가 진행되면서, 해외 기업들에게 미래가 불투명한 시장으로 변모한 것도 사실”이라며, “국산 게임이 아닌 A부터 Z까지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한 게임을 개발하는 등 게임사들의 해외 진출 전략을 대거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영준 기자 zoroas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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