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색상… 머릿속 ‘기억색’ 카메라에 담았죠”

김재희 기자

입력 2018-09-12 03:00 수정 2018-09-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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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노트9 카메라 개발팀

삼성전자가 지난달 선보인 갤럭시 노트9에는 카메라가 알아서 피사체를 인식해 최적의 촬영 조건을 찾아주는 ‘인텔리전트 카메라’ 기술이 들어갔다. 인텔리전트 카메라를 개발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 조형민 프로와 비주얼개발팀 오세택 프로, 조정찬 프로(왼쪽부터). 삼성전자 제공
“왜 하늘이 파랗게 안 찍히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 본 갈증이다. 빨간색과 노란색 층이 어우러진 노을, 녹음이 짙은 여름 산을 향해 셔터를 누르지만 그게 100% 담기지 않았을 때의 아쉬움이란….

‘사진이 실물을 못 담는다’는 소비자들의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지난달 선보인 갤럭시 노트9에 ‘인텔리전트 카메라’를 적용했다. 인텔리전트 카메라는 인물, 석양, 동물, 음식 등 20개 카테고리로 피사체를 인식해 최적화된 촬영 모드로 사진을 찍어 준다. 사용자가 일일이 채도, 명암 등을 조정할 필요 없이 카메라가 알아서 ‘가장 잘 나오는’ 상태를 찾아준다. 10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에서 조형민 상품전략팀 프로, 비주얼개발팀의 오세택 프로, 조정찬 프로를 만나 인텔리전트 카메라 개발 뒷이야기를 들었다.

삼성전자는 소비자 조사를 통해 사람들이 ‘기억색’을 선호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기억색이란 사람들이 특정 대상에 대해 갖고 있는 색의 이미지. 하늘은 파랗고, 장미는 빨갛다고 기억하는 식이다. 카메라로 하늘을 찍었을 때 기대와 달리 노랗거나 회색빛으로 나올 때 사람들은 실망한다. 조형민 프로는 “기존에는 실물을 그대로 담도록 카메라의 정확도에 초점을 맞췄다면 갤노트9은 정확도를 넘어, 사람들의 감성적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게 ‘기억색’이라는 기준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20개 카테고리별로 최적의 ‘기억색’을 구현하기 위해 수도 없이 셔터를 눌렀다. 카테고리 중 하나인 ‘석양’을 촬영하기 위해 건물 숲 사이를 누볐다. 하루에 5분 남짓밖에 볼 수 없는 석양을 최대한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조형민 프로는 “메신저에 누군가 ‘석양 떴다!’고 외치면 개발, 기획 등 모든 팀원이 1층으로 내려와 석양이 가장 잘 보이는 위치를 잡고 미친 듯이 셔터를 눌렀다”고 회상했다.

‘가장 잘 나오는 인물 사진’은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간다. 가장 많이 찍는 ‘인물 사진’의 기억색을 구현하기 위해 성별부터 국적, 헤어스타일까지 다양하게 모델을 섭외했다. 다양한 외모의 사람들이 모두 만족할 만한 기억색을 찾기 위함이었다. 조정찬 프로는 “자신만 아는 얼굴의 특성과 콤플렉스가 선호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양한 인물을 찍어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의견도 각양각색이었다. 카페에서 찍은 인물 사진으로 소비자 조사를 진행한 결과 ‘배경이 어두워 인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인물이 뽀샤시해 나이 가늠이 힘들다’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모든 반응을 종합한 결과 밝고 생기 있어 보이는 사진을 선호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최적의 촬영 모드를 찾아주는 기술을 탑재한 경쟁사 제품과 갤노트9의 차이점은 얼굴만 밝게 촬영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이전 카메라들은 얼굴을 밝게 하면 배경도 함께 밝아졌다. 기존 기술로는 한 사진에 한 가지 튜닝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얼굴 부분을 카메라가 인식해 그 부분만 단독으로 밝기를 조절하는 기능을 개발했다. 소비자의 선호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가지 않은 길’을 택한 결과다.

포화상태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간택을 받기 위한 신기술, 신기능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기술 뽐내기’만은 피하겠다고 입을 모은 세 프로는 “기술을 드러내지 않고도 ‘심리스(seamless·자연스럽게 흐르는)’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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