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앞좌석엔 ‘모나리자’, 뒷좌석엔 ‘카르멘’만 들린다… 소리마법 빚어낸 ‘윈윈윈윈 협업’
이은택 기자
입력 2018-09-11 03:00 수정 2018-09-11 09:15
현대차 세계 첫 개발 독립음장 기술
자동차 뒷문을 열고 좌석에 앉아 문을 닫았다.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이 장엄하게 흐르고 있었다. 이번에는 차에서 내려 앞좌석으로 이동했다. 운전석에 앉자 조용필의 모나리자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뒷좌석에서는 분명히 카르멘만 들렸는데, 귀를 의심했다. 차 안에는 유리벽이나 방음벽도 없었다. 그런데 앞뒤 좌석에서 들리는 소리는 아예 달랐다. 귀로 듣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현대자동차가 대학과 중소기업, 스타트업과 손잡고 세계 최초로 만들어 낸 ‘자동차 독립 음장(音場·소리의 공간) 시스템’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현대차는 지난달 12일 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같은 실내 공간에서 각각 다른 소리를 듣는다는 말을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5일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자동차남양연구소를 찾았다.
연구소 내 NVH랩에 있는 무향실에 들어서자 현대차 플래그십 세단 EQ900이 보였다. 무향실은 외부의 모든 소음을 차단한 공간이다. 차 트렁크에서 빠져나온 긴 전선과 노트북 2대도 보였다. 차 실내 공간은 일반 차와 다름이 없었다. 연구원의 안내에 따라 차 뒷좌석과 앞좌석에 번갈아 앉아봤다. 뒤에서는 카르멘이, 앞에서는 모나리자가 들렸다. 정확히 말하면 뒤에서는 카르멘만, 앞에서는 모나리자만 들렸다.
이강덕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NVH랩 연구위원(53)은 “여러 소리가 부딪치면 어떤 때는 증폭돼 더욱 커지고, 어떤 때는 작아지거나 사라진다. 그 원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리는 파도가 퍼지듯 공기 중에 퍼진다. 마치 여러 파도가 비슷한 방향으로 향하면 더 커지고, 서로 충돌하면 작아지거나 사라지듯이 소리도 만나면서 커지거나 작아진다. 소리를 다른 소리로 정확히 ‘조준’해 키우거나 죽이는 게 이 첨단 기술의 핵심이었다.
2014년 현대차가 기획에 착수했을 때 국내 독립음장의 원천기술은 최정우 KAIST 전기전자공학부 부교수(42)가 보유하고 있었다. 최 교수는 가정집, 사무실에서 독립음장 기술을 구현하는 연구를 하던 중이었다. 자동차는 그에게도 미지의 영역이었다. 현대차와 최 교수는 뜻을 모았다.
개발 실무를 맡은 홍진석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소음진동개발3팀 책임연구원(49)이 2014년 2월 단신으로 대전 KAIST에 내려갔다. EQ900의 구형 모델 에쿠스 한 대도 가져갔다. 마땅한 연구공간은 없었다. 캠퍼스 야외에, 지하주차장에,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진땀을 흘렸다. 그해 12월, 독립음장 기술을 자동차에 구현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들고 서울로 올라왔다.
당시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였던 유용길 번영 대표(30)도 가세했다. 그는 현대차의 SW를 박 대표가 만든 DSP에 이식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 일이 점점 발전해 올해 2월 세운 스타트업이 번영이다.
이처럼 대기업과 대학, 중소기업, 그리고 스타트업의 ‘외인구단’이 뭉쳐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만들어낸 것이다. 유 대표는 “현대차라는 대기업이 만든 판에서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어떻게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이번 사례가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독립 음장기술의 개발은 거의 완료된 상태지만 아직은 좀 더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장비를 좀 더 작게 개선하고 앞으로 어떻게 더 쓸 수 있을지를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대학과 중소기업, 스타트업과 손잡고 세계 최초로 만들어 낸 ‘자동차 독립 음장(音場·소리의 공간) 시스템’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현대차는 지난달 12일 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같은 실내 공간에서 각각 다른 소리를 듣는다는 말을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5일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자동차남양연구소를 찾았다.
연구소 내 NVH랩에 있는 무향실에 들어서자 현대차 플래그십 세단 EQ900이 보였다. 무향실은 외부의 모든 소음을 차단한 공간이다. 차 트렁크에서 빠져나온 긴 전선과 노트북 2대도 보였다. 차 실내 공간은 일반 차와 다름이 없었다. 연구원의 안내에 따라 차 뒷좌석과 앞좌석에 번갈아 앉아봤다. 뒤에서는 카르멘이, 앞에서는 모나리자가 들렸다. 정확히 말하면 뒤에서는 카르멘만, 앞에서는 모나리자만 들렸다.
이강덕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NVH랩 연구위원(53)은 “여러 소리가 부딪치면 어떤 때는 증폭돼 더욱 커지고, 어떤 때는 작아지거나 사라진다. 그 원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리는 파도가 퍼지듯 공기 중에 퍼진다. 마치 여러 파도가 비슷한 방향으로 향하면 더 커지고, 서로 충돌하면 작아지거나 사라지듯이 소리도 만나면서 커지거나 작아진다. 소리를 다른 소리로 정확히 ‘조준’해 키우거나 죽이는 게 이 첨단 기술의 핵심이었다.
2014년 현대차가 기획에 착수했을 때 국내 독립음장의 원천기술은 최정우 KAIST 전기전자공학부 부교수(42)가 보유하고 있었다. 최 교수는 가정집, 사무실에서 독립음장 기술을 구현하는 연구를 하던 중이었다. 자동차는 그에게도 미지의 영역이었다. 현대차와 최 교수는 뜻을 모았다.
개발 실무를 맡은 홍진석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소음진동개발3팀 책임연구원(49)이 2014년 2월 단신으로 대전 KAIST에 내려갔다. EQ900의 구형 모델 에쿠스 한 대도 가져갔다. 마땅한 연구공간은 없었다. 캠퍼스 야외에, 지하주차장에,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진땀을 흘렸다. 그해 12월, 독립음장 기술을 자동차에 구현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들고 서울로 올라왔다.
▼ 현대차 “독립음장 기술 수년내 고급차에 적용” ▼
현대차와 KAIST는 독립음장을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를 만들었지만 실행시킬 하드웨어(HW)가 없었다. 현대차의 많은 계열사에서도 이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수소문 끝에 중소기업 위아컴의 박상온 대표(57)를 알게 됐다. 박 대표는 예전에 LG전자에서 CD, DVD 개발을 담당하며 데이터 부문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였다. 현대차의 구상을 들은 박 대표는 “가능할 것 같다”며 2015년 8월 HW 개발에 착수해 이듬해 3월 초기형 디지털시그널프로세서(DSP)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4월 업그레이드 버전도 만들었다.
당시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였던 유용길 번영 대표(30)도 가세했다. 그는 현대차의 SW를 박 대표가 만든 DSP에 이식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 일이 점점 발전해 올해 2월 세운 스타트업이 번영이다.
이처럼 대기업과 대학, 중소기업, 그리고 스타트업의 ‘외인구단’이 뭉쳐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만들어낸 것이다. 유 대표는 “현대차라는 대기업이 만든 판에서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어떻게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이번 사례가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독립 음장기술의 개발은 거의 완료된 상태지만 아직은 좀 더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장비를 좀 더 작게 개선하고 앞으로 어떻게 더 쓸 수 있을지를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수년 내에 고급 플래그십 차종부터 독립음장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뒷좌석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로 통화를 해도 운전자는 이를 알아들을 수 없도록 ‘방해음파’를 쏘는 기술도 곧 개발을 끝낼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차량 뒷좌석을 ‘카 시어터(자동차 영화관)’로 만들 수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관련 특허 출원이 이미 한국 미국 등에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화성=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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