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아마존 vs 전자업체 ‘AI 주도권 大戰’
김지현 기자 , 김재희 기자
입력 2018-09-03 03:00 수정 2018-09-03 03:00
獨 IFA서 뜨거운 홍보전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IFA)가 열리고 있는 독일 베를린 곳곳에선 구글의 인공지능(AI) 서비스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홍보하는 대형 광고판이 눈에 띄었다. IFA 전시장 주변뿐 아니라 시내 요지 곳곳에도 광고판이 자리했다.
IFA 전시회장 내부도 온통 ‘구글판’이었다. 구글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IFA에 자체 전시 부스를 차렸다. 구글 부스뿐 아니라 화웨이와 하이센스 등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하는 주요 파트너업체 부스마다 구글 옷을 입힌 홍보요원을 배치했다. 그만큼 구글 어시스턴트를 활용하는 제품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구글의 주요 경쟁자 아마존은 구글과 같은 홀 맞은편에 전시 부스를 차렸다. 아마존 역시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는 데에 주력했다. 부스 곳곳에 자체 AI 음성비서인 ‘알렉사’를 탑재한 제품들을 전시하는 한편으로 자신들과 손잡은 파트너사들의 명단과 지도를 크게 걸어놓았다.
그동안 구글이나 아마존 등 미국 실리콘밸리 출신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전자 전시회에는 거의 참가하지 않았는데 최근 기류가 달라졌다. 현장에서 만난 미국 구글 관계자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CES 2019’에는 부스를 더 크게 만들고 일반 관람객들을 대상으로도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AI와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플랫폼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4차 산업혁명 시대 패권이 갈리기 때문에 구글과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을 사용하는 ‘우군 만들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과 구글이 글로벌 AI 플랫폼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전자제품 제조사들은 헤게모니 뒤집기에 나서고 있다. 하드웨어 제품만 만들다간 또다시 구글과 아마존에 종속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과거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세계 판매 1위를 차지했지만 운영체제(O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탑재해야 했었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이사(사장)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 서비스를 우리 제품에 어떤 방식으로 탑재할지, 소비자 데이터를 누가 확보할지는 앞으로 협상하기에 따라 달라진다”며 “삼성전자는 매년 약 5억 대의 전자제품을 파는 세계 최대 전자업체라는 강점을 중요한 협상 경쟁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글과 아마존이 이미 시장을 지배해 역전하기 힘들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전자업체 고위 관계자는 “예전에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이용해주는 고객사가 갑이었는데, 요즘은 구글과 아마존이 훨씬 기세등등해진 모습”이라고 했다.
이렇다 보니 자체 AI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개방형 전략도 함께 추구하는 전자업체들이 많다. LG전자는 자체 AI 서비스인 ‘LG 씽큐’를 전 제품에 탑재하면서도 구글 어시스턴트와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간담회에서 스마트홈 전략에 대한 질문에 “구글, 아마존 등 플랫폼을 열어 놓은 업체들의 AI 플랫폼을 탑재하는 개방형 전략을 기본으로 한다. 검색, 쇼핑 등 일반적인 기능은 아마존과 구글을 활용하고, LG전자가 데이터를 축적하고 활용해야 하는 분야에는 자체 AI 플랫폼을 넣는다”고 말했다.
베를린=김지현 jhk85@donga.com·김재희 기자
‘마흐 말 구글(Mach mal, Google·구글에 시켜보세요)’이라는 간판이 내걸린 구글 어시스턴트 행사장에
참가자들이 경품을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파트너사 부스를 방문해 배지를 받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경품 행사를 진행해 관심을 끌었다.
베를린=김지현 기자 jhk@donga.com
‘Mach mal, Google(구글에 시켜보세요).’유럽 최대 가전전시회(IFA)가 열리고 있는 독일 베를린 곳곳에선 구글의 인공지능(AI) 서비스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홍보하는 대형 광고판이 눈에 띄었다. IFA 전시장 주변뿐 아니라 시내 요지 곳곳에도 광고판이 자리했다.
IFA 전시회장 내부도 온통 ‘구글판’이었다. 구글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IFA에 자체 전시 부스를 차렸다. 구글 부스뿐 아니라 화웨이와 하이센스 등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하는 주요 파트너업체 부스마다 구글 옷을 입힌 홍보요원을 배치했다. 그만큼 구글 어시스턴트를 활용하는 제품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구글의 주요 경쟁자 아마존은 구글과 같은 홀 맞은편에 전시 부스를 차렸다. 아마존 역시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는 데에 주력했다. 부스 곳곳에 자체 AI 음성비서인 ‘알렉사’를 탑재한 제품들을 전시하는 한편으로 자신들과 손잡은 파트너사들의 명단과 지도를 크게 걸어놓았다.
LG전자는 부스에 AI 서비스 ‘LG 씽큐’를 탑재한 가전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했다. LG전자 제공
대니얼 로슈 아마존 스마트홈 부사장은 IFA 기조연설에서 “다수의 개발자와 제조사가 알렉사를 알아서 탑재하고 있다.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머신러닝,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통해 알렉사의 기능이 더욱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알렉사의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외부에 개방했다. LG전자, 레노버 등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알렉사를 자사 제품에 탑재하면 알렉사 생태계는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다. 그동안 구글이나 아마존 등 미국 실리콘밸리 출신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전자 전시회에는 거의 참가하지 않았는데 최근 기류가 달라졌다. 현장에서 만난 미국 구글 관계자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CES 2019’에는 부스를 더 크게 만들고 일반 관람객들을 대상으로도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AI와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플랫폼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4차 산업혁명 시대 패권이 갈리기 때문에 구글과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을 사용하는 ‘우군 만들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과 구글이 글로벌 AI 플랫폼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전자제품 제조사들은 헤게모니 뒤집기에 나서고 있다. 하드웨어 제품만 만들다간 또다시 구글과 아마존에 종속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과거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세계 판매 1위를 차지했지만 운영체제(O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탑재해야 했었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이사(사장)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 서비스를 우리 제품에 어떤 방식으로 탑재할지, 소비자 데이터를 누가 확보할지는 앞으로 협상하기에 따라 달라진다”며 “삼성전자는 매년 약 5억 대의 전자제품을 파는 세계 최대 전자업체라는 강점을 중요한 협상 경쟁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글과 아마존이 이미 시장을 지배해 역전하기 힘들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전자업체 고위 관계자는 “예전에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이용해주는 고객사가 갑이었는데, 요즘은 구글과 아마존이 훨씬 기세등등해진 모습”이라고 했다.
이렇다 보니 자체 AI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개방형 전략도 함께 추구하는 전자업체들이 많다. LG전자는 자체 AI 서비스인 ‘LG 씽큐’를 전 제품에 탑재하면서도 구글 어시스턴트와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간담회에서 스마트홈 전략에 대한 질문에 “구글, 아마존 등 플랫폼을 열어 놓은 업체들의 AI 플랫폼을 탑재하는 개방형 전략을 기본으로 한다. 검색, 쇼핑 등 일반적인 기능은 아마존과 구글을 활용하고, LG전자가 데이터를 축적하고 활용해야 하는 분야에는 자체 AI 플랫폼을 넣는다”고 말했다.
베를린=김지현 jhk85@donga.com·김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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