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뚝심’ 20년…‘글로벌 영토’ 넓힌다

황태호 기자

입력 2018-08-31 03:00 수정 2018-08-31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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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SK “새 성장동력 확보”… 바이오-물류 공격적 투자

《 SK㈜는 이달 중순 중국 2위 물류기업 ESR케이만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정확한 투자 규모는 다음 달 확정할 예정이지만 재계에선 1500억 원 안팎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7월 투자한 3720억 원을 합하면 1년 동안 5000억 원 이상을 쏟아붓는 것이다. 2011년 설립된 ESR는 중국을 중심으로 일본 싱가포르 등 전 세계 110여 곳에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두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미 중국 물류산업에 대한 스터디를 마치고 특유의 공격적 투자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 M&A로 자산·매출 5배, 수출 10배

1998년 9월 1일 최태원 SK(주) 회장(오른쪽)의 취임 당시 모습. 왼쪽은 손길승 당시 SK그룹 회장. SK 제공
다음 달 1일 취임 20주년을 맞는 최 회장은 ‘인수합병(M&A) 승부사’로 통한다. SK그룹의 자산과 매출 규모는 최 회장 취임 직전인 1997년 각각 34조1000억 원, 37조4000억 원에서 지난해 192조6000억 원, 158조 원 등 5배 안팎으로 불어났다. 수출 규모는 10배 이상 커졌다. 그 핵심 비결이 성공적인 M&A로 꼽힌다.

SK하이닉스 인수는 SK그룹 M&A의 백미(白眉)다. SK그룹이 2011년 당시 하이닉스를 3조4267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할 당시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인수 후 최 회장은 8000억 원(2011년)에 불과하던 연구개발(R&D) 투자를 2016년 2조1000억 원으로 늘리며 기술력을 확보했다. 이후 2016년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사인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2017년에는 웨이퍼 제조사 LG실트론(현 SK실트론)까지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최근에는 도시바 인수 참여에도 성공하며 부족하다고 평가받던 낸드플래시 사업도 보완했다. SK 관계자는 “인수 후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이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M14 공장에서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를 소개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인수로 SK그룹은 주로 에너지, 화학 분야에만 집중돼 있던 수출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비중을 대폭 늘릴 수 있게 됐다. 지난해 SK그룹의 ICT 수출 규모는 30조3000억 원으로 에너지 사업부문인 SK이노베이션 계열(33조5000억 원)과 맞먹는다. 올해 반도체 산업 호황 덕분에 사상 첫 ‘역전’도 예상된다.


○ 다음 승부수는 바이오·물류


최 회장이 반도체 다음으로 승부수를 던진 분야는 바이오와 물류산업이다. 이런 신사업 투자는 2007년 출범한 지주회사 SK㈜가 선봉장이다. SK㈜는 2016년 ‘글로벌 투자전문 지주회사’로 변신을 선언한 후 SK바이오텍 지분 100% 인수 및 400억 원 증자를 시작으로 지난해 6월에는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공장, 최근에는 미국 바이오 위탁개발생산업체(CDMO) 앰팩까지 잇달아 인수했다. SK㈜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 매물이 나오면 글로벌 펀드들이 제일 먼저 SK㈜에 투자 의향을 물어오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회사로서도 더 많은 투자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물류산업은 중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6년 SK㈜는 대만 팍스콘의 물류 자회사 저스다와 합작기업 설립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ESR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중국에서 반도체, 석유화학 사업을 통해 구축한 ‘차이나 인사이더’(외부자가 아닌 내부자로 중국 시장에 접근하겠다는 의미) 전략을 물류 사업에 적용하고 있다”며 “현지 항공사 등 물류기업에 대한 추가 지분 투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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