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IT] 꽃청춘 안병덕 대표, "꽃집을 위한 전자계산서 서비스, 꽃장부입니다"
동아닷컴
입력 2018-08-28 18:21 수정 2018-08-28 18:34
지난 2017년 3월 2일, 농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농업 시장 규모는 2014년 4조 7,000억 원, 2015년 5조 1,000억 원, 2016년 5조 7,000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인구 증가와 함께 '식량'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사양 산업으로 여겨졌던 농수축산업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단계. 이러한 관심을 토대로 품질 개선, 생산성 향상 등 농수축산업에 다양한 ICT 기술을 융합하는 시도도 꾸준히 증가했다. 더불어 농수축산업이 1차 산업이 아닌 제조와 서비스를 결합한 6차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서울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가락시장 현대화 시설인 가락몰 1관과 2관 3층(약 500평)에 농식품(Food•Agri Tech)분야에 특화한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를 개설했다.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설립 목적은 농식품 관련 기업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품 개발을 도와 농업 생산물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식품가공기술, 인허가, 특허, 디자인, 홍보 마케팅을 지원하는데 있다.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는 지난 2016년 12월 1차 입주를 통해 22개 업체로 본격적인 문을 열었으며, 작년 2월 2차 입주, 7월 3차 입주를 진행했다. 또한, 작년 12월 7일 창립 1주년을 맞아 4차 입주 심사를 시작한 뒤 올해 2월 4차 입주를 진행해, 2018년 7월 현재 매출액 50억 원, 투자유치 6개사 25억 원, 고용창출 50명, 지적재산권(특허 10건, 디자인 6건, 상표 23건), 정부지원사업 지원(24개사 45건 진행, 총 17억 원 규모) 등의 운영성과를 거두고 있다.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는 입주 기업에게 사무공간(개방형, 개별)과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오픈키친', 입주기업 간 네트워킹 공간 등을 무료로 제공하며, '창업 교육', '멘토링', '컨설팅', '투자연계' 등 다양한 창업지원 서비스도 지원 중이다. 2018년 7월 기준,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에는 식품 제조/가공/유통 22개, 푸드테크 15개, 기타 2개(서비스 1개, 사회적기업 1개) 등 총 39개 기업이 입주 중이며, 누계 69개사가 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이에 IT동아는 우리네 먹거리와 IT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입주 기업들을 만나 현장의 생생함을 담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실제 겪고 있는 어려움 등을 전하고자 한다. 이번 인터뷰는 매년 복잡한 세금 계산서를 준비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꽃집을 위한 앱 '꽃장부'를 서비스하고 있는 꽃청춘의 안병덕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IT동아: 꽃청춘을 창업하게 된 과정이 이색적이라고 들었다. 안병덕 대표님 개인 경력도 특이하다고 들었는데.
안병덕 대표(이하 안 대표): 하하. 아니다. 음… 꽃청춘 창업 전, 20대 중반에 은행에서 일했었다. 은행 업무를 보고 있는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무료하더라.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고, 일하고, 집에 와서 쉬는 일의 반복. 무미건조했다. 나와 맞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은행을 그만두고 다시 공부를 시작해 27살에 신학대학교에 입학했다(웃음). 학부 4년을 전공하고, 대학원 2년 동안 기독교 교육학을 전공했다.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하며 교회 청년부도 담당했고. 아무래도 이 스토리가 다른 일반 사람들과 다르기에 특이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IT동아: …정리하자면 은행원으로 시작해 신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도사로 일하다가 꽃과 관련된 일을 시작한 것 아닌가. 이건 누가 봐도 일반적인 스토리는 아니다(웃음).
안 대표: 하하.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할 때, 담당하던 청년 한 명이 학교에서 졸업을 했다. 이에 졸업 축하 선물로 꽃을 하나 사러 꽃집을 갔는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비싸기만 하고 예쁘지도 않더라. 실제로 선물 받은 청년도 좋아하지 않았고. 꽃을 사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행복해야 하는데, '왜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다.
이때 생각했다. '예쁜 꽃집을 찾아서 공유하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을텐데'라고. 그래서 2014년 7월, 페이스북에 'CCOT ZIP'이라는 페이지를 만들었다. 이 페이지는 지금도 운영 중인데,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며 꽃집을 무작정 찾아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당시 대전에서 전도사 겸 대학원생으로 취미로 시작했던 일인데, 연말에 팔로우 9,000명으로 늘어났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렇게 계속 꽃집을 찾아 다녔다. 꽃집 소개할 곳이 없으면 꽃을 소개하는 글도 올리고, 꽃집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꽃다발도 올리면서. 그러다가 꽃집을 운영 중이던 한 분이 '이런 것을 사업으로 하면 어떻겠느냐'라고 의견을 주셨다.
IT동아: 그렇게 꽃과 인연을 맺은 셈이다.
안 대표: 사실 처음에는 많이 진지하지 않았다(웃음). '재미'적인 측면이 강했다. 그러다가 대전 경제통상진흥원에서 서비스 사업 계획서를 공모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서 냈다. 그리고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웃음). 배달의민족처럼 꽃집을 소개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기획해 1,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에 개발자 1명을 섭외해 프로토 타입까지 개발을 진행했다.
그런 와중에 CCOT ZIP 페이지를 보고 한 분이 연락을 줬다.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알게 되었는데, 지금 우리가 개발 중인 서비스와 거의 같은 서비스를 이미 개발 중이었다. 서비스 런칭도 상대쪽이 빨랐다. 마침 우리는 지원금도 다 떨어지고, 개발자도 서비스 런칭에 대해 압박감을 느끼고… 결국 개발자가 다른 스타트업으로 옮기게 됐다.
IT동아: 첫 실패인 셈이다.
안 대표: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문득 꽃 도매시장이 궁금해졌다. 무작정 서울의 도매시장을 둘러 보고 꽃을 경매하는 양재동의 화훼공판장을 찾아갔었다. 이어서 이 많은 꽃을 재배하는 농장도 수소문해서 찾아갔다. 꽃이 유통되는 과정을 처음부터 찾아 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와중에 마침 화훼 관련 협회 분이 농림부를 소개해줘서 무작정 찾아갔다. 당시 머리가 ROCK 가수처럼 어깨를 덮을 정도로 길었었는데, 그런 청년이 '도와주세요'라며 찾아왔던 것을 특이하게 보셨던 것 같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기회가 닿아 화훼관련 공모 사업의 심사위원으로 불러주셨다. 그리고 어떤 협회에서 CCOT ZIP 운영하는 것을 인연으로 SNS 마케팅 강사로 초청도 받았고. 스타트업 모임 '식사는 하셨습니까'에도 참석해 인연을 쌓는 계기도 만들었다.
IT동아: 양경준 대표님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창업 모임 '식사는 하셨습니까'를 말하는 것인지.
안 대표: 맞다. 그 모임에서 식사를 하고 난 뒤, 양 대표님에 조언을 구하고자 연남동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당시 경험을 약 2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전하니, 투자를 하겠다며 같이 하자는 제안을 주셨다. 그 뒤로 약 3번을 더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을 쌓았고, 서울로 상경을 결심했다.
양 대표님으로부터 투자금과 사무 공간 등을 지원 받아 2016년 3월 2일 꽃청춘 법인을 설립했다. 당시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목사로 일할지, 지금 현재 사업을 이어갈지 한 5분 정도 고민했던 것 같다(웃음). 양 대표님은 현재 꽃청춘의 사외이사로 계신다.
IT동아: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목사가 더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안 대표: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까지 헨리 데이빗 소로우 작가가 집필한 '월든(Walden)'이라는 책을 좋아서 몇 번이나 읽었다. 월든이라는 숲에 들어가 2년 이라는 시간 동안 자급자족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주인공이 오두막 앞에 세워둔 푯말에 이런 글을 적는다. '무덤에 들어가는 순간 가장 적게 후회하고 싶어서 이 숲에 들어왔다'라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다는 결심이 컸다. 이에 부모님을 설득했고, 부모님은 도와주지 못하지만 하고 싶은 것 해보라고 약속했다.
IT동아: 그렇게 창업한 셈이다.
안 대표: 창업은 했지만, 정말 어려움이 많았다. 단돈 50만 원을 가지고 서울로 상경했다. 전액 학자금 대출을 받아 원금을 매달 30만 원씩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다행히 청년창업자를 대상으로 2년간 상황을 유예하는 프로그램에 신청해 급한 불을 껐다. 투자 받았지만, 돈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죄송스러운 상황이었다. 이에 사무실 소파에서 1년 동안 지내며 도시락을 사먹고, 찬물로 샤워하며 지냈다(웃음).
그렇게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마포구에 있는 꽃집 124개를 대상으로 찾아다니며 '창업한지 얼마나 되었는지', '꽃만 판매 하는지', '꽃꽂이와 같은 클래스도 운영하는지', '일주일에 도매시장은 얼마나 가는지', '도매시장에서 지출하는 금액은 얼마나 되는지' 등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IT동아: 창업 후에 아이디어 구체화 과정을 시작… 정말 예사롭지 않다.
안 대표: 꽃 도매시장에 가면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들이 꽃을 구매하기 위해 현금인출기 앞에 길게 줄을 서는 모습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매시장에서 거래는 대부분 현금으로만 이뤄진다. 그리고 꽃집은 간이영수증을 받아간다.
꽃집 입장에서는 도매시장을 한번 갈 때마다 적게는 8장, 많게는 몇 십장의 간이영수증을 받아 가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간이영수증은 매입증빙 처리를 못하기 때문에 1년 동안 모아서 한번에 처리해야 한다. 적게는 1,000장에서 많게는 6,000장에 달한다.
그리고 1년에 한번 영수증을 계산서로 바꿔서 세무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험난하다. 각 도매상점별로 구매한 간이영수증을 분류한 뒤, 한장한장 보면서 계산기로 금액을 합산한다. 이후 계산서 양식에 맞춰서 공급자 정보의 금액을 적어야 하는데, 도매상점의 증명이 필요하다. 즉, 1년 동안 모은 간이영수증을 보며 계산서 처리를 대부분 끝낸 뒤에 도매상점을 찾아서 증빙하고 계산서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IT동아: 꽃을 구매한 꽃집이 스스로 모든 것을 처리해는 방식 아닌가.
안 대표: 맞다. 그리고 가장 힘든 방식이다. 현금 결제와 간이영수증 처리 방식이 관행적으로 고정되어 있다 보니, 증빙 자료를 만드는 것이 소매점에 해당하는 꽃집에 모두 전가된 것이다. 한두명이 운영하는 소형 꽃집은 이를 처리하기 위해 어려움을 겪는 것이고.
여기서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이 과정을 보다 쉽게 도울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했고, 간이영수증을 촬영하면 우리가 직접 계산서 양식으로 처리해주는 '꽃장부'를 기획했다. 촬영한 간이영수증 기록은 서버에 저장되고. 필요할 때 계산서 양식으로 출력하는 방식이다. 명함 관리 앱으로 유명한 '리멤버'를 아는지. (알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리멤버와 같은 방식이다. 리멤버는 사진의 기록을 사람이 연락처에 맞게 기입하는 것이라면, 꽃장부는 사진의 기록을 사람이 계산서에 맞게 기입하는 것이다.
IT동아: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서비스다.
안 대표: 마침 오는 2019년 7월 1일부로 세법도 바뀐다. 이제 매출 3억 이상이면 모두 전자계산서를 발행해야 한다. 도매상이던 소매상이던 개인사업자라면 모두 전자계산서를 발행해야 한다. 이에 홈택스에서 전자계산서를 발행하는 것과 똑 같은 API를 활용해 전자계산서를 스마트폰으로 발행할 수 있는 앱 개발을 기획하고 있다. 현재 간이영수증을 촬영한 정보를 바탕으로 계산서를 작성하는 단계이지만, 곧 발행까지 완료할 수 있는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셈이다.
꽃장부는 지난 6월 25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모두 런칭했다. 사업을 준비하며 도매시장과도 인연을 쌓았다. 꽃장부 서비스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많이 만나며 조언을 구했다. 도매시장측에서 원하는 정보와 아이디어 등을 제공하며 친밀감을 쌓았다. 꽃장부 포스터를 도매시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유다.
현재 꽃장부는 올해 연말까지 무료로 제공 중이다. 계산서 입력을 전문으로 하는 인턴 직원이 하루에 평균 300~500장씩 간이영수증을 처리하고 있다. 현재 서비스에 가입해 사용하고 있는 꽃집 수는 약 330개에 이르며, 누적 간이영수증은 2만 5,000장, 계산서는 약 350건 가량 처리했다.
내년부터 월 이용금액으로 4,100원 정도를 받을 생각인데, 금액은 일부 조정할 수 있다(웃음). 아, 간이영수증을 촬영하는 것이 귀찮다면, 택배로 보내줘도 된다. 간이영수증을 스캔해 기록하는데, 서비스 비용은 100장당 3,500원이다. 물론, 택배비는 별도다(웃음).
추가로 꽃집을 위한 샵을 기획 중이다. 꽃집은 꽃만 구매하지 않는다. 꽃다발을 만들 때 필요한 포장지, 리본, 가위, 전정가위 등 부재료 구매 비용도 만만찮다. 이에 보다 품질 좋은 리본이나 포장지 등을 연결해 제공할 생각이다.
IT동아: 듣고 보니 아직 창업 후 이 사업으로 매출은 없는 것 같다. 내년부터 유료로 전환한 뒤 조금씩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그 동안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는지.
안 대표: 1,000번은 더 했던 것 같다(웃음). 혼자 일하는 것 자체부터가 많이 어렵다. 작년 5월에는 우울증도 찾아 왔었다. 하고 싶은 것은 제대로 되지 않고, 돈은 못 벌고, 상대적으로 친구들은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박탈감도 생기더라. 그래도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새로운 사무공간이 필요한 시점에 먹거리창업센터와 인연을 맺은 것도 큰 도움이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인연을 맺은 최재욱 변호사의 소개로 먹거리창업센터를 알게 되었는데, 이렇게 좋은 공간을 얻을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사무공간 이외에도 1년에 6번 진행하는 멘토링에서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것도 도움된다. 앞으로도 소중한 인연으로 지금까지 왔다는 것을 잊지 않고, 더 좋은 서비스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서울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가락시장 현대화 시설인 가락몰 1관과 2관 3층(약 500평)에 농식품(Food•Agri Tech)분야에 특화한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를 개설했다.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설립 목적은 농식품 관련 기업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품 개발을 도와 농업 생산물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식품가공기술, 인허가, 특허, 디자인, 홍보 마케팅을 지원하는데 있다.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는 지난 2016년 12월 1차 입주를 통해 22개 업체로 본격적인 문을 열었으며, 작년 2월 2차 입주, 7월 3차 입주를 진행했다. 또한, 작년 12월 7일 창립 1주년을 맞아 4차 입주 심사를 시작한 뒤 올해 2월 4차 입주를 진행해, 2018년 7월 현재 매출액 50억 원, 투자유치 6개사 25억 원, 고용창출 50명, 지적재산권(특허 10건, 디자인 6건, 상표 23건), 정부지원사업 지원(24개사 45건 진행, 총 17억 원 규모) 등의 운영성과를 거두고 있다.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는 입주 기업에게 사무공간(개방형, 개별)과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오픈키친', 입주기업 간 네트워킹 공간 등을 무료로 제공하며, '창업 교육', '멘토링', '컨설팅', '투자연계' 등 다양한 창업지원 서비스도 지원 중이다. 2018년 7월 기준,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에는 식품 제조/가공/유통 22개, 푸드테크 15개, 기타 2개(서비스 1개, 사회적기업 1개) 등 총 39개 기업이 입주 중이며, 누계 69개사가 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출처=IT동아)
이에 IT동아는 우리네 먹거리와 IT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입주 기업들을 만나 현장의 생생함을 담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실제 겪고 있는 어려움 등을 전하고자 한다. 이번 인터뷰는 매년 복잡한 세금 계산서를 준비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꽃집을 위한 앱 '꽃장부'를 서비스하고 있는 꽃청춘의 안병덕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교회 전도사가 스타트업 창업가로
안병덕 대표(이하 안 대표): 하하. 아니다. 음… 꽃청춘 창업 전, 20대 중반에 은행에서 일했었다. 은행 업무를 보고 있는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무료하더라.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고, 일하고, 집에 와서 쉬는 일의 반복. 무미건조했다. 나와 맞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은행을 그만두고 다시 공부를 시작해 27살에 신학대학교에 입학했다(웃음). 학부 4년을 전공하고, 대학원 2년 동안 기독교 교육학을 전공했다.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하며 교회 청년부도 담당했고. 아무래도 이 스토리가 다른 일반 사람들과 다르기에 특이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IT동아: …정리하자면 은행원으로 시작해 신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도사로 일하다가 꽃과 관련된 일을 시작한 것 아닌가. 이건 누가 봐도 일반적인 스토리는 아니다(웃음).
< 꽃청춘 안병덕 대표 >(출처=IT동아)
안 대표: 하하.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할 때, 담당하던 청년 한 명이 학교에서 졸업을 했다. 이에 졸업 축하 선물로 꽃을 하나 사러 꽃집을 갔는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비싸기만 하고 예쁘지도 않더라. 실제로 선물 받은 청년도 좋아하지 않았고. 꽃을 사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행복해야 하는데, '왜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다.
이때 생각했다. '예쁜 꽃집을 찾아서 공유하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을텐데'라고. 그래서 2014년 7월, 페이스북에 'CCOT ZIP'이라는 페이지를 만들었다. 이 페이지는 지금도 운영 중인데,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며 꽃집을 무작정 찾아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당시 대전에서 전도사 겸 대학원생으로 취미로 시작했던 일인데, 연말에 팔로우 9,000명으로 늘어났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렇게 계속 꽃집을 찾아 다녔다. 꽃집 소개할 곳이 없으면 꽃을 소개하는 글도 올리고, 꽃집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꽃다발도 올리면서. 그러다가 꽃집을 운영 중이던 한 분이 '이런 것을 사업으로 하면 어떻겠느냐'라고 의견을 주셨다.
여러 인연으로 시작한 꽃청춘
안 대표: 사실 처음에는 많이 진지하지 않았다(웃음). '재미'적인 측면이 강했다. 그러다가 대전 경제통상진흥원에서 서비스 사업 계획서를 공모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서 냈다. 그리고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웃음). 배달의민족처럼 꽃집을 소개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기획해 1,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에 개발자 1명을 섭외해 프로토 타입까지 개발을 진행했다.
그런 와중에 CCOT ZIP 페이지를 보고 한 분이 연락을 줬다.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알게 되었는데, 지금 우리가 개발 중인 서비스와 거의 같은 서비스를 이미 개발 중이었다. 서비스 런칭도 상대쪽이 빨랐다. 마침 우리는 지원금도 다 떨어지고, 개발자도 서비스 런칭에 대해 압박감을 느끼고… 결국 개발자가 다른 스타트업으로 옮기게 됐다.
< 안 대표가 운영중인 페이스북 페이지 'CCOT ZIP', 현재 팔로워 4만 명 이상 >(출처=IT동아)
IT동아: 첫 실패인 셈이다.
안 대표: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문득 꽃 도매시장이 궁금해졌다. 무작정 서울의 도매시장을 둘러 보고 꽃을 경매하는 양재동의 화훼공판장을 찾아갔었다. 이어서 이 많은 꽃을 재배하는 농장도 수소문해서 찾아갔다. 꽃이 유통되는 과정을 처음부터 찾아 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와중에 마침 화훼 관련 협회 분이 농림부를 소개해줘서 무작정 찾아갔다. 당시 머리가 ROCK 가수처럼 어깨를 덮을 정도로 길었었는데, 그런 청년이 '도와주세요'라며 찾아왔던 것을 특이하게 보셨던 것 같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기회가 닿아 화훼관련 공모 사업의 심사위원으로 불러주셨다. 그리고 어떤 협회에서 CCOT ZIP 운영하는 것을 인연으로 SNS 마케팅 강사로 초청도 받았고. 스타트업 모임 '식사는 하셨습니까'에도 참석해 인연을 쌓는 계기도 만들었다.
IT동아: 양경준 대표님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창업 모임 '식사는 하셨습니까'를 말하는 것인지.
안 대표: 맞다. 그 모임에서 식사를 하고 난 뒤, 양 대표님에 조언을 구하고자 연남동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당시 경험을 약 2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전하니, 투자를 하겠다며 같이 하자는 제안을 주셨다. 그 뒤로 약 3번을 더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을 쌓았고, 서울로 상경을 결심했다.
양 대표님으로부터 투자금과 사무 공간 등을 지원 받아 2016년 3월 2일 꽃청춘 법인을 설립했다. 당시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목사로 일할지, 지금 현재 사업을 이어갈지 한 5분 정도 고민했던 것 같다(웃음). 양 대표님은 현재 꽃청춘의 사외이사로 계신다.
< 꽃청춘 안병덕 대표 >(출처=IT동아)
IT동아: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목사가 더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안 대표: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까지 헨리 데이빗 소로우 작가가 집필한 '월든(Walden)'이라는 책을 좋아서 몇 번이나 읽었다. 월든이라는 숲에 들어가 2년 이라는 시간 동안 자급자족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주인공이 오두막 앞에 세워둔 푯말에 이런 글을 적는다. '무덤에 들어가는 순간 가장 적게 후회하고 싶어서 이 숲에 들어왔다'라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다는 결심이 컸다. 이에 부모님을 설득했고, 부모님은 도와주지 못하지만 하고 싶은 것 해보라고 약속했다.
IT동아: 그렇게 창업한 셈이다.
간이영수증을 전자계산서로, 꽃장부
그렇게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마포구에 있는 꽃집 124개를 대상으로 찾아다니며 '창업한지 얼마나 되었는지', '꽃만 판매 하는지', '꽃꽂이와 같은 클래스도 운영하는지', '일주일에 도매시장은 얼마나 가는지', '도매시장에서 지출하는 금액은 얼마나 되는지' 등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IT동아: 창업 후에 아이디어 구체화 과정을 시작… 정말 예사롭지 않다.
안 대표: 꽃 도매시장에 가면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들이 꽃을 구매하기 위해 현금인출기 앞에 길게 줄을 서는 모습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매시장에서 거래는 대부분 현금으로만 이뤄진다. 그리고 꽃집은 간이영수증을 받아간다.
꽃집 입장에서는 도매시장을 한번 갈 때마다 적게는 8장, 많게는 몇 십장의 간이영수증을 받아 가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간이영수증은 매입증빙 처리를 못하기 때문에 1년 동안 모아서 한번에 처리해야 한다. 적게는 1,000장에서 많게는 6,000장에 달한다.
< 꽃장부 >(출처=IT동아)
그리고 1년에 한번 영수증을 계산서로 바꿔서 세무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험난하다. 각 도매상점별로 구매한 간이영수증을 분류한 뒤, 한장한장 보면서 계산기로 금액을 합산한다. 이후 계산서 양식에 맞춰서 공급자 정보의 금액을 적어야 하는데, 도매상점의 증명이 필요하다. 즉, 1년 동안 모은 간이영수증을 보며 계산서 처리를 대부분 끝낸 뒤에 도매상점을 찾아서 증빙하고 계산서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IT동아: 꽃을 구매한 꽃집이 스스로 모든 것을 처리해는 방식 아닌가.
안 대표: 맞다. 그리고 가장 힘든 방식이다. 현금 결제와 간이영수증 처리 방식이 관행적으로 고정되어 있다 보니, 증빙 자료를 만드는 것이 소매점에 해당하는 꽃집에 모두 전가된 것이다. 한두명이 운영하는 소형 꽃집은 이를 처리하기 위해 어려움을 겪는 것이고.
여기서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이 과정을 보다 쉽게 도울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했고, 간이영수증을 촬영하면 우리가 직접 계산서 양식으로 처리해주는 '꽃장부'를 기획했다. 촬영한 간이영수증 기록은 서버에 저장되고. 필요할 때 계산서 양식으로 출력하는 방식이다. 명함 관리 앱으로 유명한 '리멤버'를 아는지. (알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리멤버와 같은 방식이다. 리멤버는 사진의 기록을 사람이 연락처에 맞게 기입하는 것이라면, 꽃장부는 사진의 기록을 사람이 계산서에 맞게 기입하는 것이다.
< 꽃장부의 계산서 처리 과정 >(출처=IT동아)
모바일로 전자계산서를 발행한다?
안 대표: 마침 오는 2019년 7월 1일부로 세법도 바뀐다. 이제 매출 3억 이상이면 모두 전자계산서를 발행해야 한다. 도매상이던 소매상이던 개인사업자라면 모두 전자계산서를 발행해야 한다. 이에 홈택스에서 전자계산서를 발행하는 것과 똑 같은 API를 활용해 전자계산서를 스마트폰으로 발행할 수 있는 앱 개발을 기획하고 있다. 현재 간이영수증을 촬영한 정보를 바탕으로 계산서를 작성하는 단계이지만, 곧 발행까지 완료할 수 있는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셈이다.
꽃장부는 지난 6월 25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모두 런칭했다. 사업을 준비하며 도매시장과도 인연을 쌓았다. 꽃장부 서비스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많이 만나며 조언을 구했다. 도매시장측에서 원하는 정보와 아이디어 등을 제공하며 친밀감을 쌓았다. 꽃장부 포스터를 도매시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유다.
현재 꽃장부는 올해 연말까지 무료로 제공 중이다. 계산서 입력을 전문으로 하는 인턴 직원이 하루에 평균 300~500장씩 간이영수증을 처리하고 있다. 현재 서비스에 가입해 사용하고 있는 꽃집 수는 약 330개에 이르며, 누적 간이영수증은 2만 5,000장, 계산서는 약 350건 가량 처리했다.
내년부터 월 이용금액으로 4,100원 정도를 받을 생각인데, 금액은 일부 조정할 수 있다(웃음). 아, 간이영수증을 촬영하는 것이 귀찮다면, 택배로 보내줘도 된다. 간이영수증을 스캔해 기록하는데, 서비스 비용은 100장당 3,500원이다. 물론, 택배비는 별도다(웃음).
추가로 꽃집을 위한 샵을 기획 중이다. 꽃집은 꽃만 구매하지 않는다. 꽃다발을 만들 때 필요한 포장지, 리본, 가위, 전정가위 등 부재료 구매 비용도 만만찮다. 이에 보다 품질 좋은 리본이나 포장지 등을 연결해 제공할 생각이다.
< 꽃청춘 안병덕 대표 >(출처=IT동아)
IT동아: 듣고 보니 아직 창업 후 이 사업으로 매출은 없는 것 같다. 내년부터 유료로 전환한 뒤 조금씩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그 동안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는지.
안 대표: 1,000번은 더 했던 것 같다(웃음). 혼자 일하는 것 자체부터가 많이 어렵다. 작년 5월에는 우울증도 찾아 왔었다. 하고 싶은 것은 제대로 되지 않고, 돈은 못 벌고, 상대적으로 친구들은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박탈감도 생기더라. 그래도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새로운 사무공간이 필요한 시점에 먹거리창업센터와 인연을 맺은 것도 큰 도움이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인연을 맺은 최재욱 변호사의 소개로 먹거리창업센터를 알게 되었는데, 이렇게 좋은 공간을 얻을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사무공간 이외에도 1년에 6번 진행하는 멘토링에서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것도 도움된다. 앞으로도 소중한 인연으로 지금까지 왔다는 것을 잊지 않고, 더 좋은 서비스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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