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통화녹음... 최신 안드로이드에선 어떻게 바뀌나?

동아닷컴

입력 2018-08-28 14:27 수정 2018-08-2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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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녹음 기능은 뜨거운 감자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1에 통화녹음 기능을 국내 최초로 추가한 이래 (기자를 포함해) 많은 사용자들이 이 기능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지만, 나라별로 실정법에 저촉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통화녹음 기능으로 만든 음성 파일은 재판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이용되거나, 재정 손실과 연관된 계약의 근거로 이용되고 있다. 그리운 가족이나 지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에도 유용하다.

<많은 사용자가 이용 중인 스마트폰의 통화녹음 기능>(출처=IT동아)

일단 한국의 경우 통화를 한 당사자 가운데 한 명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통화녹음을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통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 3자가 몰래 통화녹음을 하는 것만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일본,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6개 국가는 이렇게 통화 당사자가 통화녹음을 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유럽 등은 통화녹음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거나, 통화 상대방의 동의 없이 통화녹음을 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관련 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불법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통화녹음 자체가 불법인 경우도 있고, 상대방에게 통보하지 않고 통화녹음을 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법을 준수하기 위해 각 나라에 판매되는 스마트폰마다 통화녹음 기능의 유무가 갈린다. 애플 아이폰의 경우 모든 국가에서 통화녹음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통화녹음 기능을 제공하는 것에 따른 분쟁을 원천 차단하기 위함이다. 스카이프 같은 데이터 기반 통화 앱을 이용해야 통화녹음을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제조사의 정책에 따라 통화녹음 기능을 탑재할 수 있었다. 구글이 통화와 통화녹음 관련 API를 외부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제 3자 통화 앱과 통화녹음 앱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었다. 이를 활용해 제조사들은 특정 국가에 판매되는 스마트폰에 통화녹음 기능을 추가할지 각 나라의 법에 맞춰 결정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은 국내에서 판매하는 모델은 통화녹음 기능을 제공했고,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델은 녹음 기능을 제공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글도 통화녹음 기능을 계속 제공할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일단 작년에 출시된 안드로이드 8.0 오레오의 경우 통화녹음 API를 공식적으로 제공하지 않는다. 때문에 많은 개발사들이 경로를 우회하는 등 편법을 이용해 통화녹음 앱을 만들었다.

이어 올해 출시된 안드로이드 9.0 파이의 경우 통화녹음 API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 자체를 막아버렸다. 파이로 업그레이드하면 ACR 같은 제 3자 통화녹음 앱이 먹통이 되어 버린다는 얘기다. 추후 구글이 통화녹음 API를 별도로 공개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통화녹음 앱 개발자들은 파이에서 현재 통화녹음 가능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은 관리자 권한을 획득(루팅)하는 것 뿐이며, 일반적인 방법으로 통화녹음 기능을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 9.0 파이>(출처=IT동아)

물론 이것이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통화녹음 기능을 삭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제 3자 개발사(서드파티)가 통화녹음 기능에 접근한 것만 막았을 뿐이다. 구글은 전화 앱을 통해 얼마든지 통화녹음 기능을 직접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구글은 통화녹음 기능을 이용할 경우 상대방이 녹음 상태임을 알 수 있도록 일정시간마다 알림을 보내는 기능을 안드로이드 파이에 추가했다. 통화녹음을 하는 동안 15초마다 1400Hz 대역 주파수로 신호를 보내 상대방에게 녹음 상태라는 알림이 들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기능은 각나라의 규제에 맞춰 해당 국가의 이통통신사가 단말기에 탑재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남은 문제는 단말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같은 구글의 주요 파트너(세컨드파티)가 개발한 전화 앱이 파이에서 음성녹음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전화 기능이라고 알고 있는 앱은 보통 구글이 직접 만든 순정 전화 앱이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제조사가 만든 별도의 앱이다. 이동통신사들도 T전화와 같은 별도의 통화 앱을 개발해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구글의 주요 파트너인 만큼 일반 개발사들과 다른 추가 지원을 요구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 수요가 많은 통화녹음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구글에게 별도의 요청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제 3자가 통화녹음 기능에 접근하는 것을 막은 구글의 정책은 당장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안드로이드 파이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내년부터 많은 혼선을 초래할 전망이다. 이 문제를 구글, 제조사, 이동통신사들이 어떻게 대처할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현재 국회에는 사용자가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경우 그 사실을 통화 상대방에게 알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사용자가 통화녹음을 이용하기 위해 녹음 버튼을 누르면 상대방에게 "통화 상대방이 통화 녹음 버튼을 눌렀습니다"는 메시지가 뜨는 방식이다. 1400Hz 주파수를 활용한 구글의 통화녹음 통지 기능은 통화녹음을 상대방에게 알리라는 각 나라별 법에 대응하기 위함일 가능성이 높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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