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소터로 배송물 자동분류… 택배기사들 ‘엄지 척’

변종국 기자

입력 2018-08-24 03:00 수정 2018-08-24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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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터미널 가보니
근로시간 2, 3시간 줄어든 효과… 아침출근도 순번제로 일부만
배달 마치면 기계가 분류해놔… 쉴 시간에 또 배송나가 수입 증가
연내 전국 터미널로 확산 예정


지난달 휠소터가 없는 서울 관악서브터미널(왼쪽 사진)에서 택배 기사들이 택배 상자를 수작업으로 분리해 차량에 싣고 있다. 이달 휠소터를 설치한 후(오른쪽 사진)에는 택배 상자가 자동 분류되면서 업무 환경이 대폭 개선된 모습이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CJ대한통운 제공
“택배 업계의 혁명을 가져온 위대한 발명이라고 할 수 있어요. 택배 업계는 휠소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달 택배 분류 작업이 한창인 CJ대한통운 가산동 터미널. 택배 기사 A 씨가 택배 자동 분류 설비인 휠소터(Wheel Sorter)의 장점을 묻자 엄지를 치켜세우며 극찬했다. 휠소터는 CJ대한통운이 2016년 세계 최초로 택배 서브터미널에 도입한 자동화 설비다. 컴퓨터가 택배상자의 바코드에 담긴 주소 정보 등을 읽어 낸 뒤 소형 바퀴(휠)를 통해 택배 상자를 배송 지역별로 자동 분류해 주는 장치다.

이날 찾은 가산동 터미널은 구로서브터미널과 관악서브터미널로 구분돼 있다. 현장을 찾았을 당시 구로는 휠소터가 설치돼 있었지만, 관악은 휠소터가 아직 없었다. 관악에는 기자가 다녀간 후인 이달 5일에 설치됐다.

휠소터가 없는 관악터미널에는 택배 상자를 가득 실은 대형 화물차가 터미널에 오면 상품을 일(ㅡ)자로 된 컨베이어 벨트에 내려놓았다. 그러면 택배 기사들이 컨베이어 벨트 앞으로 나와 상품 주소를 일일이 확인해 수작업으로 분류했다. 분류 작업만 평균 4∼5시간, 바쁜 날엔 7시간 동안 분류해야 한다고 한다. 관악터미널에서 만난 택배 기사 B 씨는 땀을 뻘뻘 흘리며 “계속 서 있으니까 다리도 아프고 눈도 침침하다. 분류가 배송보다 몇 배는 힘들다”고 말했다.

휠소터의 등장은 택배 터미널을 180도 바꿨다. 구로터미널의 경우 택배 기사들이 의자에 앉아 있거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기계가 알아서 상품을 분류해 주기 때문이다. 택배 상자가 휠소터 분류기에 올라가면 휠소터 바퀴가 방향만 바꿔 택배 기사 앞까지 물건을 보내줬다.

택배 기사들의 생활 패턴도 변했다. 과거엔 모든 택배 기사들이 오전 일찍부터 상품 분류를 해야 했다. 하지만 휠소터의 도입으로 모든 택배 기사들이 나올 필요가 없어졌다. 택배 기사들은 3∼6명씩 조를 편성해 일부만 일찍 나와 분류를 하고 나머지는 천천히 출근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A 씨는 “늦게 나오는 사람은 운동을 하거나 육아, 자녀 등교 등 그 전에는 하지 못했던 일을 한다. 여유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휠소터로 하루 2, 3시간 정도 근로시간이 줄어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우석 CJ대한통운 택배사업본부장은 “휠소터가 자동으로 분류를 해주기 때문에 일부 상품만 먼저 배송하고 돌아오면 또 알아서 택배 분류가 돼 있다. 하루에도 2, 3번 배송을 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송을 많이 할수록 돈을 더 버는 택배 기사 입장에선 배송과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면 수입도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CJ대한통운은 현재 전국 서브터미널 178곳 중 149곳에 휠소터 설치를 완료했다. 올해 말까지 전국 모든 서브터미널에 휠소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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