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9 '파이'의 5가지 특징... 업데이트는 기약 없어

동아닷컴

입력 2018-08-21 17:23 수정 2018-08-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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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연례 행사로 봐도 무방하다. 얼마 전 구글은 최신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9.0 '파이(Pie)'를 정식 공개했다. 우리가 잘 아는 디저트 '파이'에서 따온 이름이다.

툭 까놓고 말해 파이는 지난 버전인 안드로이드 8.0 '오레오'와 큰 차이가 없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완성도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6.0 '마시멜로' 이후부터는 큰 변화보다는 사용자 환경과 편의성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파이의 5가지 특징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사용자가 이용하기 편하게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수십 개에 이르는 변화 가운데 사용자가 주목할 만한 개선점 5가지를 뽑았다.

파이의 가장 큰 특징은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인 '기계학습(머신러닝)'이 최초로 적용된 모바일 운영체제라는 것이다. 파이는 사용자의 스마트폰, 태블릿PC 이용패턴을 학습해 사용자가 다음에 원할 것을 알려주거나 자동으로 실행해준다.

대표적인 기능이 '앱 액션'이다. 앱 액션은 사용자가 다음에 어떤 명령을 내릴지 미리 예측해 이에 관련된 기능과 앱을 자동으로 띄워준다. 예를 들어 헤드폰을 연결하면 사용자가 감상 중이던 음악 목록을 자동으로 실행해주고, 직장에 도착하자마자 스마트폰을 켜면 바로 오늘의 일정을 알려준다.

<사용자의 패턴을 예측해서 사용자들이 원하는 기능과 앱을 미리 띄워주는 앱 액션>(출처=IT동아)

기기 관리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된다. 바로 '적응형 배터리'와 '적응형 밝기' 기능이다. 사용자의 기기 사용 패턴과 주변의 광량을 분석해 사용자가 잘 사용하지 않는 앱을 정지시키고, 사용자가 선호하는 밝기로 화면 밝기를 조절해준다. 과거에는 구글 또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미리 짜놓은 형식에 맞춰 앱을 정지하고 화면 밝기를 조절했다. 반면 파이는 사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앱은 멀티태스킹 대기창 가장 뒤에 있더라도 정지시키지 않고, 대기창 가장 앞에 있더라도 사용자가 잘 사용하지 않는 앱이라면 즉시 정지시킨다. 화면 밝기도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조절한다. 이밖에 전화 번호나 우편 번호 등만 인식하더 텍스트 자동 인식 기술에 인공지능이 도입되어 항공권 번호와 같은 다양한 숫자를 이해하고 분류할 수 있게 되었다.

<사용자의 사용 패턴과 주변 환경을 분석해 최적의 메모리 관리와 광량을 찾아주는 적응형 배터리와 적응형 밝기>(출처=IT동아)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앱 슬라이스(앱 조각)'라는 기능도 도입된다. 앱 슬라이스는 앱의 기능 일부를 추출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일치화시키는 기능이다. 앱을 실행하지 않아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상에서 앱의 기능 가운데 일부를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글 검색창에서 목적지를 검색하면 해당 목적지까지 타고 갈 수 있는 공유 차량이나 택시를 우버, 리프트, 카카오텍시 등을 이용해 바로 연결해준다. 맛집 검색도 마찬가지다. 검색창에서 바로 해당 맛집을 예약할 수 있도록 예약 앱의 기능을 끌고와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이 기능은 파이에 앱 슬라이스가 적용된 앱이 설치되어 있어야 이용할 수 있다.

<앱의 기능 일부를 잘라내 운영체제와 일치시키는 앱 슬라이스>(출처=IT동아)

사용자의 스마트폰 이용패턴을 한 눈에 파악한 후 이를 제어할 수 있도록 '계기판'과 '앱 타이머'라는 기능도 추가된다. 계기판은 사용자가 특정 앱을 어떤 시간에 얼마나 이용했는지 분석해주는 기능이다. 단순히 사용시간 뿐만 아니라 해당 앱을 실행하고 어떤 일을 했는지 상세하게 알 수 있다. 앱 타이머는 이렇게 파악한 정보를 바탕으로 앱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기능이다. 사용시간 한도에 가까워지면 경고 알림이 뜨고, 마침내 사용이 차단된다. 사용시간은 하루 단위로 설정할 수 있다. 자녀의 무분별한 앱과 게임 몰입을 걱정하는 부모들을 위한 기능이다.

<사용자의 앱 사용패턴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해주는 계기판>(출처=IT동아)

파이에서 눈 여겨볼 기능 가운데 하나가 HDR(High Dynamic Range)을 정식 지원하는 것이다. 파이에는 HDR VP9 프로파일이 내장되어 있어 유튜브 등에서 제공하는 HDR 영상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기존에는 스마트폰 제조사나 앱 개발자가 HDR 프로파일을 일일이 넣어야 했지만, 이제는 구글이 운영체제 상에서 공식 지원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2년 전 운영체제가 점유율 1위... 기계 교체에 기대는 수명 주기

하지만 사용자들이 파이를 만나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전망이다. 현재 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폰은 구글이 직접 제작한 픽셀 스마트폰과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드 루빈이 만든 에센셜폰 뿐이다. 얼마 전 공개된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 9'조차 전 버전인 오레오를 이용하고 있다. 매년 업데이트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속도를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은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전체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버전별 점유율을 6개월 단위로 공개하고 있다. 가장 최신 버전인 2018년 7월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가운데 점유율 1위는 30.8%를 기록한 7.0 '누가'다. 그 다음이 6.0 마시멜로(23.5%)와 5.0 롤리팝(20.4%)이다. 8.0 오레오의 점유율은 고작 12.1%에 불과하다. 즉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생태계는 공개되고 2년이 지나야 사용자들 사이에서 보편화되는 구조로 돌아가고 있다. 이 공식에 따르면 사용자들이 파이를 본격적으로 접하려면 1년이 지나야하고, 보편화되려면 2년이 흘러야 한다. 사용자들이 업데이트를 통해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접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 수명이 다해 새 기기를 구매함으로써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접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도 파이를 이용하지 못한다. 추후 업데이트로 제공할 예정이다>(출처=IT동아)

구글도 이 악순환을 깨기 위해 나름 노력을 하고 있다. 운영체제를 패키지화해 업데이트를 쉽게 만들었고, 제조사들이 업데이트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적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한지 4년이 흘렀음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제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매년 신 버전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것. 2~3년 주기로 주요 업데이트를 해도 충분하다. 종종 발견되는 문제는 자잘한 패치를 제공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이제 구글 홀로 앞서 달리지말고 제조사와 사용자들과 발 맞추어 달려야할 시점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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