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영의 웰컴투오디오] 5. 오디오에서 '가성비'란..?

동아닷컴

입력 2018-08-16 18:59 수정 2018-08-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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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만족스러운 음질을 보장하는 가격 한계는?

오디오 제품의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에 대해서는 수많은 논의가 있다. 누구에게나 공통으로 적용되는 일반 지표가 없고, 여러 상황에 따른 상대적인 가치만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많은 이들에게 뛰어난 성능으로 인정 받은 스테디셀러가 있는가 하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많은 오디오 애호가들의 로망으로 자리 잡은 '명기'도 있다.

이 시점에서 음악을 듣는 사용자라면, 음악을 듣기 위한 도구로서 오디오에 관한 개념 정리가 어느 정도 되었으리라 기대해본다. 특히 2부 연재에서 정리해 본 '내게 맞는 음악 재생 시스템' 이야기는 적절한 환기의 기회가 됐을 거라 생각한다. 결국 오디오 또한 여타의 문화소비재들, 예를 들어, 자동차, 카메라, 시계, 가방, 필기도구 등과 마찬가지로, '모두'를 위한 제품과 '나만'을 위한 제품을 구분할 줄 아는 시각을 갖췄을 때 비로소 만족스러운 음악감상이 실현된다.

오디오 제작자는 아니지만, 사용자 그리고 평가자의 입장에서 그동안 관찰해 온 오디오 제품의 가격구성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일은, 취향과 환경이 각기 다른 사용자에게 좀더 명쾌한 선택의 단서가 되리라 여긴다.

(출처=오승영)


오디오 가격의 구성요소

1) 기능: 기능이야말로 특정 오디오 제품의 정체성이자, 그 제품에 대한 사용자의 원천적인 선택포인트다. 스피커의 경우 4부 연재에서 언급한 다이나믹스나 대역의 범위, 장르 재생 특성 등이 해당되며, 앰프라면 몇 개의 스피커를 얼마나 여유있게 드라이브할 수 있는지, 그리고 최근에는 무선입력과 무선 전용 기기와의 연동 능력 등이 주요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이 기능과 제품 가격은 비교적 정비례한다. 기능이 많을수록 제품 가격은 상승하니, 사용자는 자신이 현재 혹은 가까운 미래에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할수록 제품에 대한 지출을 최적화할 수 있다. 모든 제품이 그렇지만, 제조사가 광고 등을 통해 화려하게 포장하는 기능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현혹될 수 있으니 좀더 구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2) 소재

적절한 소재를 찾아내고 이를 적용하는 작업이 오디오 기기 발전의 단초였다고 할 만큼 중요한 활동이었다. 특히 스피커의 경우 점차 대역의 범위를 넓혀가는 한편, 재생대역별로 구간을 나누고 각 구간의 특성에 맞는 주파수를 전 대역에 걸쳐 위화감 없이 정확히 구현하는 능력에 오디오 애호가들은 끊임 없는 관심을 보인다. 음파를 직접 발생시키는 진동판 뿐만 아니라, 스피커의 몸통(인클로저, 캐비닛)의 소재를 연구하는 노력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오디오 산업이 발달하면서 기기 연결을 위한 케이블에 대한 관심도 점차 확산됐는데, 케이블의 관건은 결국 어떤 소재를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그리 바람직하진 않지만, 최근에는 케이블에 좀더 높은 비중을 두는 사용자들까지 생길 정도로 케이블이 재생음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3) 개발비용

새로운 소재를 적용하고 기능을 늘려가는 작업이 당연히 저절로 되는 건 아니다. 오랜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구현된다. 특정 소재를 채택하거나 특정 기능을 적용하는 것도 이런 개발자들의 아이디어와 숱한 실험을 통해 얻어지는 결과다.

대부분의 소비재에는 제조원가에 이런 개발비가 포함되지만, 음악을 듣는 도구로서의 음향기기는 음악을 많이 들어 온 귀와 음악적 영감이 제품개발 기술과 결합될 때 최상의 결과를 내곤 한다. 바꿔 말하면, 뛰어난 기술력과 맨파워를 갖추었다고 해서 좋은 오디오가 생산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뛰어난 제품의 개발과정과 결과물을 보면, 언제나 최종 완성의 확인은 음악에 익숙한 전문가의 귀로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디오에는 이런 과정까지 제품 가격에 포함된다.

4) 디자인

오디오에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며, 시간이 갈수록 더 확장되는 추세다. 즉 소리는 매우 좋은데 디자인이 영 아닌 오디오의 경우 생명력이 그리 길지 않다. 소리가 충분히 좋음에도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어쩌면 그 반대의 경우가 자기 자신을 설득하거나 음악적 품질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게 하면서, 오디오 선택에 있어 디자인이 음악성을 추월하도록 만든다. 그만큼 오디오 디자인은 그 제품에 있어서 결정적인 요소다. 소리까지 좋다면 바랄 게 없겠지만.

스테디셀러들의 공통점을 보면, 소리 품질 이외에도, 디자인 철학이나 인간 친화적인 인상, 특유의 색조 등이 그 제품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의 라이프스타일 오디오 기기에는 디자인으로 명성이 높은 디자이너들이 전격 투입되거나, 다른 부문(자동차, 패션, 악기 등)의 제품과 협업(콜라보레이션)하여 디자인을 입히는 제품도 있다. 어느 경우에나 제품 가격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출처=오승영)

5) 메커니즘

소재와 기능, 디자인과 구분되는 영역으로서, 제품 내부를 구성하는 설계와 세부 제작기술 등은 제품의 사운드 품질에 직결되는 본질적인 사안이다. 스피커라면 공명을 측정하고 공기의 흐름을 파악해서 어쿠스틱을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내부 구조를 설계하고, 체임버를 나누는 등의 작업 과정이 되겠고, 앰프라면 전원부와 입출력단의 효율적 배치, 회로의 흐름을 최적화하기 위한 레이아웃, 방진 및 방열 설계 등이 해당된다.

개중에는 특정 오디오 브랜드들의 고유방식에 따라 특허와 저작권이 적용된 사운드의 차별화가 특정 브랜드를 고집하는 이유가 되곤 한다. 어쨌든 이런 메커니즘이야말로 제품의 내부를 차지하는 실질적 제품가격의 가장 큰 구성요소라 하겠다.

6) 확장성

오디오 기기의 확장성에는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스피커의 경우 다른 스피커와의 유무선 연결을 통해 모노 스피커에서 2채널 스테레오로 확장되기도 하고, 낮은 대역을 재생할 수 있는 서브우퍼를 추가할 수 있도록 제작되기도 한다. 앰프도 다른 앰프를 추가해서 출력을 높이거나, 좌우 스피커를 독립적으로 드라이브할 수 있게 확장할 수 있다.

전원부를 별도 구성해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기기들도 있다. 최근에는 무선 전용기기의 송수신 장치만을 앰프에 통합시켜 일체형으로 제작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앰프 입장에서 보면, 무선기기의 신호까지 입력하는 확장성이 좋아진 것이다.

7) 운송료

수입 오디오라면 가격에 운송료가 포함될 수 밖에 없다. 모든 구매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조건이라서 굳이 알 필요가 없을 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멀리 있는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수입하는 경우 제품 가격의 적지 않은 부분을 운송료에 지불해야 한다.

성능이 완벽한 두 제품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하나는 국산 제품이고 다른 하나는 지구 반바퀴 돌아서 들어와야 한다고 했을 때, 구매자는 후자의 제품에 대해 성능과 무관한 추가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오디오 제품 가격의 구성요인을 살펴 보면, 제품을 구성하는 구간 별로 어디까지는 자신에게 필요하고 어디서부터는 평생 가도 필요하지 않은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좀 장황해 보일 수 있지만, 이를 이해하고 기기를 접하다 보면 자신에게 오디오 브랜드와 기기가 좀더 잘 보일 것이다.

다음 연재에서는 음악과 사운드, 두 부문을 놓고 위와 같은 제품구성요소들을 취사 선택하는 요령에 관해 이야기한다.


글 / 오승영 (samisontheway@gmail.com)

오승영 대표(출처=IT동아)
국내 대표 오디오 평론가. 음반산업의 정점이었던 90년 대부터 디지털 음원서비스가 자리 잡은 2000년대 후반까지 폴리그램, EMI, 소니뮤직, 유니버설뮤직에서 레이블 & 마케팅 매니저를 역임했다. 하이파이 간행물 '스테레오뮤직'의 발행인과 편집장을 거쳐, 20년 이상 국내 오디오 월간지와 온라인 웹진, 네이버 캐스트 오디오 부문 등에 기고하고 있다. IT 관련 수출사업을 본업으로 하고 있으나, 오디오 및 음악관련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동아닷컴 IT전문 이문규 기자 m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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