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크랩 김유진 대표, 글로벌 진출 경험을 스타트업에게
동아닷컴
입력 2018-08-09 17:37 수정 2018-08-09 17:48
지난 2012년 12월 설립한 스파크랩(SparkLabs)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라고 불리는 스타트업 전문 육성 기업이다.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심사를 통해 선발한 뒤, 자금과 기반시설을 제공해 그들의 꿈을 실현주기 위해 노력한다. 13주 동안 진행되는 멘토링과 각종 교육 세션 등을 제공해 완성된 형태의 기업으로 발전시키는데 목적을 둔다.
설립 초기 1기 6개 팀을 선정해 지원한 이래, 현재 10기까지 총 99개 팀이 스파크랩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거쳤다. 스파크랩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은 13주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압축된 성장을 거쳐 졸업식과 같은 ‘데모데이(Demo Day)’를 통해 국내외 유력 투자자와 업계 고위 관계자, 주요 미디어 등에 자산의 상품과 서비스를 소개한다. 지난 9기 데모데이(2017년 6월 개최)의 경우 미국, 중국, 유럽, 동남아 등에서 2,000여 명의 투자자, 기업가, 업계 주요 인사, 스타트업 관련자 등이 참석한 바 있다.
< 스파크랩 11기 데모데이 단체 사진, 출처: 스파크랩 >
무엇보다 스파크랩이 스타트업 사이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다. 실제 업계에서 초기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진출하기 위한 기반을 잘 갖추었다고 평가한다. 전세계 액셀러레이터 50 여개가 모인 ‘GAN(Global Accelerator Network)’ 회원이며, 대표단이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한다.
이에 IT동아는 스파크랩 상무이사로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총괄하며, 최근 공동대표로 선임된 김유진 공동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과거 텐센트 코리아 해외사업실 총괄, 포도트리 사업개발부문 이사, 버티고게임즈 해외사업본부장, NHN US 현지와 본부장 및 매니저 등을 역임한 경험이 있다.
과거와 달라진 스타트업 평가 기준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간단하게 스파크랩은 어떤 업체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김유진 대표(이하 김 대표): 한마디로 스타트업 전문 육성 기업이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발굴한, 창업 경험이 있는 커뮤니티와 멘토등과 연결해 성장을 돕는다. 다만,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라는 기준은 과거와 비교해 다소 높아졌다. 예전의 벤처기업,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사업 아이디어 준비 단계까지 포함했다. 일종의 약속을 판 것이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초기 자본이다. 사무공간, 서버 운영비, 소프트웨어 구축비용, 개발비용, 인건비 등 초기 자본이 필요하다. 때문에 약속이 100%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구축되면서 기준이 다소 높아졌다. 투자자도 똑똑해졌다. 이제 사업 아이디어만으로는 어렵다.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자 데이터 등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일지라도 투자자들이 선뜻 스타트업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지금의 스타트업은 어느 정도 완성된, 구현된 제품과 서비스를 보유해야만 한다. 설득한 근거인 셈이다.
현재 스타트업을 평가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반 사용자들이 정말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좋아하고, 얼마나 사용하지 등을 총체적으로 파악한다. 힘들다. 정말 많이 힘든 과정이다. 이에 스파크랩은 스타트업이 다음 단계로 나서기 위한 초기 단계를 지원한다.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 스파크랩 김유진 공동대표 >
IT동아: 투자자들이 똑똑해졌다는 표현에 공감한다.
김 대표: 맞다. 이제는 약속만 팔 수 없는 시대다. 평가 기준이 높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패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가 등장하면서 일반 사용자들과 만나는 접점이 늘어났고, 이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이) 제품, 서비스 등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웹사이트나 앱 개발도 빠른 시간 내 끝낼 수 있다. 시장 자체가 성숙하면서, 스타트업이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이 보다 쉽고, 많아진 것이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투자자들이 보는 시선이 높아진 것이다.
스타트업이 투자 단계까지 올라가면, 그 다음부터는 ‘좋은 경험을 해봤다’라는 수준으로 끝날 수 없다. 용서가 될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이에 스타트업을 선택하고 선발할 때, 아이디어만 보지 않는 것이다.
프로토 타입의 제품, 베타 버전의 서비스 등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사용자들이 접할 수 있는 단계여야 한다. 1개월 또는 2개월 가량의 데이터가 필수다. 과거 ‘닷컴 버블’이라고 말하던 시절의 스타트업 초기 단계와 지금의 스타트업 초기 단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셈이다.
< 스파크랩 데모데이 1기 모습 >
커뮤니티, 네트워크를 강조합니다
IT동아: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해진 셈이다.
김 대표: 아이디어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도 선발할 수 있다. 해당 스타트업은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개발 인력과 제품 디자인의 기초 단계 등을 지원받아야 할 것이다. 개발 단계다. 그런데 우리가 해당 스타트업 대표와 나란히 앉아 코딩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건 그냥 그 스타트업의 직원인 셈이다. 결국 우리의 역할이 아닌 것이라 판단했고, 초기 아이디어, 개발 단계의 스타트업에게는 도움을 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스파크랩은 13주 동안 스타트업과 함께 목표를 설정한 뒤,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당장 자금이 급하다고 공모전이나 정부 지원사업 과제 등에 연연하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준다. 투자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투자 또는 M&A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처음 스파크랩에 합류한 스타트업에게 목표를 물어보고, 우리는 2배 또는 3배 크게 잡는다. 정말 많이 힘들다고 이야기한다(웃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많이 배웠다고 이야기해줘 감사할 따름이다. 아, 무조건 매출이나 이익 등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에 따라 앱 다운로드 수, 일일 사용자 수(DAU, Daily Active Users), 거래 건 수, SNS 좋아요 수 등 기준이 다르다. 우리가 판단했을 때 각 스타트업 성장 ‘키’를 담당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 스파크랩 김유진 공동대표 >
성장 기준의 최종은 데모데이다. 절대 바뀔 수 없는 날짜로, 목표 성정을 좁혀주는 역할이다. 스파크랩에 참여했던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게 ‘우리가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라는 의견이었다. 기준에 집중하고, 기준에 달성하기 위한 것을 계속 체크한다.
예를 들어, O2O 서비스 스타트업이라면 3개월 뒤 1,000명이 늘어난 사용자 수를 목표로 삼고, 이를 13주 동안 나눈다. 그리고 매주 데이터를 확인하며, 왜 안되는지, 안되는 이유가 마케팅 때문인지, 제품 문제인지, 서비스 오류 때문인지 등을 찾아낸다. 이 때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것을 스파크랩이 돕는다.
IT동아: 마치.. 스타트업과 워크샵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김 대표: 비슷하다. 다만, 스타트업이 하는 일이 있고, 액셀러레이터가 하는 일은 엄연히 다르다. 액셀러레이터는 비즈니스, 사업을 하고 있어야 한다. 액셀러레이터와 스타트업이 학교와 학생의 관계여서는 안된다. 어디까지나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다. 필요한 것을 우리에게 요청하면,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스파크랩 설집자들도 모두 창업자 출신이다. 필요한 것은 소개하고, 아는 것은 돕고, 옆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스타트업과 연결하기도 하고, 커뮤니티가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첫번째 목표가 커뮤니티다. 스타트업에 소속되어 있는 팀원들이 서로 친한지, 다른 스타트업과는 대화를 자주 나누는지, 서로 도움은 되고 있는지 등을 체크한다. 이곳 사무공간을 오픈 오프스로 꾸민 이유다. 아, 여기에 입주하는 것이 필수 조건은 아니다. 이미 사무실을 보유하고 있고, 잘 성장하고 있다면 굳이 입주할 필요가 없는 선택 사항이다.
< 스파크랩 5기 Teaching session 모습, 출처: 스파크랩 >
데모데이, 목표 기준을 위한 것
IT동아: 멘토와 멘티 관계에 대해서 묻고 싶다. 경우에 따라서는 꼭 좋은 관계로만 발전되지 않을 때가 많은데.
김 대표: 스타트업마다 멘토 3~5명 정도를 연결한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의 관계만 잘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연결 멘토는 스타트업 특징에 따라 다르다. 사물인터넷, 모바일/온라인 게임, 이커머스, 디지털 미디어, 하드웨어, 헹스케어, 인터넷 등 각 분야의 기업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멘토가 정식 고문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멘토가 무엇인지도 이야기한다.
목요일 저녁에는 스타트업 대표가 모두 모이고, 어떤 분이 와서 이야기해주었으면 좋겠는지 묻는다. 기준 없는 토론, 브레인 토킹 같은 시간이다. 이 자리에서 서로 영감을 얻을 수도 있고, 진행되는 부분을 공유한다. 대표만이 아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하고.
IT동아: 핵심은 데모데이다.
김 대표: 데모데이 진행 한달 전부터 발표 연습을 한다. 5분 안에 사업을 설명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못하면 안되는데’라는 생각으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 600~700명이 섞인 청중 2,000명 이상 앞에서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설득해야 하는 일이다. 마치 전쟁터와 같다. 무게감 넘치는 신고식이라고나 할까.
IT동아: 결국 스타트업 육성이다. 그런데, 액셀러레이터와 스타트업 육성 허브의 역할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잘 모르겠다. 같은 것 아닌가.
김 대표: 바라보는 KPI가 다르다. 우리는 선발한 스타트업에게 투자한다는 느낌이다. 물론, 스타트업이 우리의 투자를 안받아도 괜찮다. 때문에 스파크랩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스타트업이 성장해야만 한다. 동반 성장의 개념이다. 같이 고민하고 서로에게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머리는 맞대는 것이 액셀러레이터다.
< 스파크랩 7기 데모데이 모습, 출처: 스파크랩 >
글로벌 경험을 스파크랩으로
IT동아: 김유진 대표의 과거가 궁금해졌다.
김 대표: 미국에서 태어나 8살에 한국에 들어왔다. 아버지께서 미해군의 의사로 일본 오키나와에 계시고, 어머니와 동생들은 한국에 있다. 아, 부모님은 모두 한국인이시다(웃음). 초둥고 모두 외국학교를 다녔다. 미국 미시건대학교에 재학한 뒤 처음 인터넷을 접했고, 그래서 제 첫 이메일 주소가 미시건대학교다. 전공으로 경제와 철학을 배운 뒤 법률쪽으로 진로를 잡았다(미국은 법학과가 따로 없다). 부모님도 변호사가 되기를 원하셨고.
하지만, 인터넷을 접하고 난 뒤에 생각이 달라졌다. 한국의 인터넷 속도를 경험한 뒤, 매료되었다고나 할까. 첫 직장은 SK였다. 모든 것은 IP로 바뀔 것이라는 판단으로 IPTV를 준비했다. 한국에는 관련 기술이 없어 실리콘밸리에서 기술을 들여왔고, IPTV 서비스를 시작했다. 엔지니어가 아니었지만, 기술을 들여오는 곳이 미국이었기에,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사업을 담당했다. 정말 일하면서 기술관련해 많은 것을 배웠다. 망 사업, 통신 사업, 인터넷 망 통신 등(웃음).
IT동아: 인터넷 초창기에 필요한 기술을 현장에서 습득한 셈이다.
김 대표: 이후 NHN으로 입사해 해외사업지원실, 전략기획, IR 쪽을 주로 담당하다가, NHN US TF팀에 합류했다. 현지에서 법인을 내고, QA와 전체 포털 서비스 진출을 목표로 운영까지 담당했다. 당시 배운 것은 기술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미국 현지의 마케팅은 국내 마케팅과 기발 시설부터 방식 등이 모두 달랐다. 마켓 시장이 크기 때문에 타겟할 부분도 상당했다.
인터넷 속도도 신경써야 했다. 미국 인터넷 속도는 국내 포털처럼 많은 정보를 한번에 불러올 수가 없더라. 네이버나 다음 홈 화면을 로딩이 엄청 오래 걸렸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 인프라가 늦으니 아무리 콘텐츠, 서비스가 좋아도 알릴 수가 없었던 기억이다(웃음). NHN US 런칭 2년 뒤에는 버티고게임즈로 옮겨 2007년부터 사업 개발과 사업 총괄을 맡았다. 이후 포도트리에서 사업 개발과 마케팅 총괄을 맡았었다.
< 스파크랩 김유진 공동대표 >
IT동아: 텐센트 코리아에서 해외사업도 총괄했다고.
김 대표: 텐센트에서 글로벌 진출 관련해 사람을 찾는다고 들었다. 게임 소싱과 사업 개발쪽으로 합류했는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알다시피 텐센트는 전세계 톱 퍼블리셔 아닌가.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등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게임을 퍼블리싱했고, 남미,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여러 국가의 게임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텐센트가 개발한 게임의 글로벌 진출 사업 등 담당했었다.
IT동아: 줄곧 해외 사업과 관련된 일을 담당했다.
김 대표: 맞다. NHN에서 미국 시장을 경험했고, 버티고게임즈에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게임을 출시했었다. 포도트리에서는 개발한 앱을 iOS 앱스토어로 글로벌에 선보여 미국에서 11위, 일본에서 1위까지 기록한 바 있다. 텐센트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시장을 경험했고.
당시 만났던 인연이 지금 스파크랩까지 이어졌다. 스파트랩의 공동설립자인 버나드 문 대표와 과거 포도트리에서 같이 일했었는데, 애플 WWDC 현장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리고 국내 스타트업이 초기 투자와 글로벌 진출에 어려워한다는 내용을 들었다. 이어서 액셀러레이터(김 대표는 당시 액셀러레이터가 무엇인지 몰랐다고)와 스파크랩에 대해서 전해 들었다. 스파크랩에는 그렇게 합류하게 됐다.
IT동아: 지금, 현재에 만족하는지 묻고 싶다.
김 대표: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선배 창업자들이 투자쪽으로 들어오면서 튼튼한 생태계를 만들자고 다짐했던 기억이다. 도움 주고, 도움 받는 것.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액셀러레이터라고 생각한다.
< 스파크랩 7기 Teaching session의 김유진 공동대표 모습, 출처: 스파크랩 >
좋은 스타트업들과 인연을 맺었다. 모바일게임 개발사 ‘파이브락스(5Rocks)’, 인공지능 수학교육 플랫폼을 개발하는 ‘노리(knower)’, 체중 관리를 돕는 유전자 코드 기반 솔루션의 ‘제노플랜(Genoplan)’, 아파트 장기 임대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스테이즈(Stayes)’… 이외에도 망고플레이트, 미미박스, 타운어스, 아마다스 등 함께했던 모든 스트타업이 기억에 남는다. 얼마 전 졸업한 10기는 후속 투자율 87.5%를 달성하기도 했다.
스파크랩은 이제 11기를 모집하고 있다. 스타트업 사이에서 글로벌 진출하면 떠오르는 것이 스파크랩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설립 초기 1기 6개 팀을 선정해 지원한 이래, 현재 10기까지 총 99개 팀이 스파크랩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거쳤다. 스파크랩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은 13주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압축된 성장을 거쳐 졸업식과 같은 ‘데모데이(Demo Day)’를 통해 국내외 유력 투자자와 업계 고위 관계자, 주요 미디어 등에 자산의 상품과 서비스를 소개한다. 지난 9기 데모데이(2017년 6월 개최)의 경우 미국, 중국, 유럽, 동남아 등에서 2,000여 명의 투자자, 기업가, 업계 주요 인사, 스타트업 관련자 등이 참석한 바 있다.
< 스파크랩 11기 데모데이 단체 사진, 출처: 스파크랩 >
무엇보다 스파크랩이 스타트업 사이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다. 실제 업계에서 초기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진출하기 위한 기반을 잘 갖추었다고 평가한다. 전세계 액셀러레이터 50 여개가 모인 ‘GAN(Global Accelerator Network)’ 회원이며, 대표단이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한다.
이에 IT동아는 스파크랩 상무이사로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총괄하며, 최근 공동대표로 선임된 김유진 공동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과거 텐센트 코리아 해외사업실 총괄, 포도트리 사업개발부문 이사, 버티고게임즈 해외사업본부장, NHN US 현지와 본부장 및 매니저 등을 역임한 경험이 있다.
과거와 달라진 스타트업 평가 기준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간단하게 스파크랩은 어떤 업체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김유진 대표(이하 김 대표): 한마디로 스타트업 전문 육성 기업이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발굴한, 창업 경험이 있는 커뮤니티와 멘토등과 연결해 성장을 돕는다. 다만,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라는 기준은 과거와 비교해 다소 높아졌다. 예전의 벤처기업,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사업 아이디어 준비 단계까지 포함했다. 일종의 약속을 판 것이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초기 자본이다. 사무공간, 서버 운영비, 소프트웨어 구축비용, 개발비용, 인건비 등 초기 자본이 필요하다. 때문에 약속이 100%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구축되면서 기준이 다소 높아졌다. 투자자도 똑똑해졌다. 이제 사업 아이디어만으로는 어렵다.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자 데이터 등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일지라도 투자자들이 선뜻 스타트업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지금의 스타트업은 어느 정도 완성된, 구현된 제품과 서비스를 보유해야만 한다. 설득한 근거인 셈이다.
현재 스타트업을 평가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반 사용자들이 정말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좋아하고, 얼마나 사용하지 등을 총체적으로 파악한다. 힘들다. 정말 많이 힘든 과정이다. 이에 스파크랩은 스타트업이 다음 단계로 나서기 위한 초기 단계를 지원한다.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 스파크랩 김유진 공동대표 >
IT동아: 투자자들이 똑똑해졌다는 표현에 공감한다.
김 대표: 맞다. 이제는 약속만 팔 수 없는 시대다. 평가 기준이 높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패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가 등장하면서 일반 사용자들과 만나는 접점이 늘어났고, 이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이) 제품, 서비스 등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웹사이트나 앱 개발도 빠른 시간 내 끝낼 수 있다. 시장 자체가 성숙하면서, 스타트업이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이 보다 쉽고, 많아진 것이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투자자들이 보는 시선이 높아진 것이다.
스타트업이 투자 단계까지 올라가면, 그 다음부터는 ‘좋은 경험을 해봤다’라는 수준으로 끝날 수 없다. 용서가 될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이에 스타트업을 선택하고 선발할 때, 아이디어만 보지 않는 것이다.
프로토 타입의 제품, 베타 버전의 서비스 등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사용자들이 접할 수 있는 단계여야 한다. 1개월 또는 2개월 가량의 데이터가 필수다. 과거 ‘닷컴 버블’이라고 말하던 시절의 스타트업 초기 단계와 지금의 스타트업 초기 단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셈이다.
< 스파크랩 데모데이 1기 모습 >
커뮤니티, 네트워크를 강조합니다
IT동아: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해진 셈이다.
김 대표: 아이디어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도 선발할 수 있다. 해당 스타트업은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개발 인력과 제품 디자인의 기초 단계 등을 지원받아야 할 것이다. 개발 단계다. 그런데 우리가 해당 스타트업 대표와 나란히 앉아 코딩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건 그냥 그 스타트업의 직원인 셈이다. 결국 우리의 역할이 아닌 것이라 판단했고, 초기 아이디어, 개발 단계의 스타트업에게는 도움을 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스파크랩은 13주 동안 스타트업과 함께 목표를 설정한 뒤,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당장 자금이 급하다고 공모전이나 정부 지원사업 과제 등에 연연하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준다. 투자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투자 또는 M&A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처음 스파크랩에 합류한 스타트업에게 목표를 물어보고, 우리는 2배 또는 3배 크게 잡는다. 정말 많이 힘들다고 이야기한다(웃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많이 배웠다고 이야기해줘 감사할 따름이다. 아, 무조건 매출이나 이익 등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에 따라 앱 다운로드 수, 일일 사용자 수(DAU, Daily Active Users), 거래 건 수, SNS 좋아요 수 등 기준이 다르다. 우리가 판단했을 때 각 스타트업 성장 ‘키’를 담당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 스파크랩 김유진 공동대표 >
성장 기준의 최종은 데모데이다. 절대 바뀔 수 없는 날짜로, 목표 성정을 좁혀주는 역할이다. 스파크랩에 참여했던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게 ‘우리가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라는 의견이었다. 기준에 집중하고, 기준에 달성하기 위한 것을 계속 체크한다.
예를 들어, O2O 서비스 스타트업이라면 3개월 뒤 1,000명이 늘어난 사용자 수를 목표로 삼고, 이를 13주 동안 나눈다. 그리고 매주 데이터를 확인하며, 왜 안되는지, 안되는 이유가 마케팅 때문인지, 제품 문제인지, 서비스 오류 때문인지 등을 찾아낸다. 이 때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것을 스파크랩이 돕는다.
IT동아: 마치.. 스타트업과 워크샵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김 대표: 비슷하다. 다만, 스타트업이 하는 일이 있고, 액셀러레이터가 하는 일은 엄연히 다르다. 액셀러레이터는 비즈니스, 사업을 하고 있어야 한다. 액셀러레이터와 스타트업이 학교와 학생의 관계여서는 안된다. 어디까지나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다. 필요한 것을 우리에게 요청하면,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스파크랩 설집자들도 모두 창업자 출신이다. 필요한 것은 소개하고, 아는 것은 돕고, 옆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스타트업과 연결하기도 하고, 커뮤니티가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첫번째 목표가 커뮤니티다. 스타트업에 소속되어 있는 팀원들이 서로 친한지, 다른 스타트업과는 대화를 자주 나누는지, 서로 도움은 되고 있는지 등을 체크한다. 이곳 사무공간을 오픈 오프스로 꾸민 이유다. 아, 여기에 입주하는 것이 필수 조건은 아니다. 이미 사무실을 보유하고 있고, 잘 성장하고 있다면 굳이 입주할 필요가 없는 선택 사항이다.
< 스파크랩 5기 Teaching session 모습, 출처: 스파크랩 >
데모데이, 목표 기준을 위한 것
IT동아: 멘토와 멘티 관계에 대해서 묻고 싶다. 경우에 따라서는 꼭 좋은 관계로만 발전되지 않을 때가 많은데.
김 대표: 스타트업마다 멘토 3~5명 정도를 연결한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의 관계만 잘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연결 멘토는 스타트업 특징에 따라 다르다. 사물인터넷, 모바일/온라인 게임, 이커머스, 디지털 미디어, 하드웨어, 헹스케어, 인터넷 등 각 분야의 기업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멘토가 정식 고문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멘토가 무엇인지도 이야기한다.
목요일 저녁에는 스타트업 대표가 모두 모이고, 어떤 분이 와서 이야기해주었으면 좋겠는지 묻는다. 기준 없는 토론, 브레인 토킹 같은 시간이다. 이 자리에서 서로 영감을 얻을 수도 있고, 진행되는 부분을 공유한다. 대표만이 아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하고.
IT동아: 핵심은 데모데이다.
김 대표: 데모데이 진행 한달 전부터 발표 연습을 한다. 5분 안에 사업을 설명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못하면 안되는데’라는 생각으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 600~700명이 섞인 청중 2,000명 이상 앞에서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설득해야 하는 일이다. 마치 전쟁터와 같다. 무게감 넘치는 신고식이라고나 할까.
IT동아: 결국 스타트업 육성이다. 그런데, 액셀러레이터와 스타트업 육성 허브의 역할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잘 모르겠다. 같은 것 아닌가.
김 대표: 바라보는 KPI가 다르다. 우리는 선발한 스타트업에게 투자한다는 느낌이다. 물론, 스타트업이 우리의 투자를 안받아도 괜찮다. 때문에 스파크랩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스타트업이 성장해야만 한다. 동반 성장의 개념이다. 같이 고민하고 서로에게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머리는 맞대는 것이 액셀러레이터다.
< 스파크랩 7기 데모데이 모습, 출처: 스파크랩 >
글로벌 경험을 스파크랩으로
IT동아: 김유진 대표의 과거가 궁금해졌다.
김 대표: 미국에서 태어나 8살에 한국에 들어왔다. 아버지께서 미해군의 의사로 일본 오키나와에 계시고, 어머니와 동생들은 한국에 있다. 아, 부모님은 모두 한국인이시다(웃음). 초둥고 모두 외국학교를 다녔다. 미국 미시건대학교에 재학한 뒤 처음 인터넷을 접했고, 그래서 제 첫 이메일 주소가 미시건대학교다. 전공으로 경제와 철학을 배운 뒤 법률쪽으로 진로를 잡았다(미국은 법학과가 따로 없다). 부모님도 변호사가 되기를 원하셨고.
하지만, 인터넷을 접하고 난 뒤에 생각이 달라졌다. 한국의 인터넷 속도를 경험한 뒤, 매료되었다고나 할까. 첫 직장은 SK였다. 모든 것은 IP로 바뀔 것이라는 판단으로 IPTV를 준비했다. 한국에는 관련 기술이 없어 실리콘밸리에서 기술을 들여왔고, IPTV 서비스를 시작했다. 엔지니어가 아니었지만, 기술을 들여오는 곳이 미국이었기에,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사업을 담당했다. 정말 일하면서 기술관련해 많은 것을 배웠다. 망 사업, 통신 사업, 인터넷 망 통신 등(웃음).
IT동아: 인터넷 초창기에 필요한 기술을 현장에서 습득한 셈이다.
김 대표: 이후 NHN으로 입사해 해외사업지원실, 전략기획, IR 쪽을 주로 담당하다가, NHN US TF팀에 합류했다. 현지에서 법인을 내고, QA와 전체 포털 서비스 진출을 목표로 운영까지 담당했다. 당시 배운 것은 기술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미국 현지의 마케팅은 국내 마케팅과 기발 시설부터 방식 등이 모두 달랐다. 마켓 시장이 크기 때문에 타겟할 부분도 상당했다.
인터넷 속도도 신경써야 했다. 미국 인터넷 속도는 국내 포털처럼 많은 정보를 한번에 불러올 수가 없더라. 네이버나 다음 홈 화면을 로딩이 엄청 오래 걸렸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 인프라가 늦으니 아무리 콘텐츠, 서비스가 좋아도 알릴 수가 없었던 기억이다(웃음). NHN US 런칭 2년 뒤에는 버티고게임즈로 옮겨 2007년부터 사업 개발과 사업 총괄을 맡았다. 이후 포도트리에서 사업 개발과 마케팅 총괄을 맡았었다.
< 스파크랩 김유진 공동대표 >
IT동아: 텐센트 코리아에서 해외사업도 총괄했다고.
김 대표: 텐센트에서 글로벌 진출 관련해 사람을 찾는다고 들었다. 게임 소싱과 사업 개발쪽으로 합류했는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알다시피 텐센트는 전세계 톱 퍼블리셔 아닌가.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등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게임을 퍼블리싱했고, 남미,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여러 국가의 게임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텐센트가 개발한 게임의 글로벌 진출 사업 등 담당했었다.
IT동아: 줄곧 해외 사업과 관련된 일을 담당했다.
김 대표: 맞다. NHN에서 미국 시장을 경험했고, 버티고게임즈에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게임을 출시했었다. 포도트리에서는 개발한 앱을 iOS 앱스토어로 글로벌에 선보여 미국에서 11위, 일본에서 1위까지 기록한 바 있다. 텐센트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시장을 경험했고.
당시 만났던 인연이 지금 스파크랩까지 이어졌다. 스파트랩의 공동설립자인 버나드 문 대표와 과거 포도트리에서 같이 일했었는데, 애플 WWDC 현장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리고 국내 스타트업이 초기 투자와 글로벌 진출에 어려워한다는 내용을 들었다. 이어서 액셀러레이터(김 대표는 당시 액셀러레이터가 무엇인지 몰랐다고)와 스파크랩에 대해서 전해 들었다. 스파크랩에는 그렇게 합류하게 됐다.
IT동아: 지금, 현재에 만족하는지 묻고 싶다.
김 대표: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선배 창업자들이 투자쪽으로 들어오면서 튼튼한 생태계를 만들자고 다짐했던 기억이다. 도움 주고, 도움 받는 것.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액셀러레이터라고 생각한다.
< 스파크랩 7기 Teaching session의 김유진 공동대표 모습, 출처: 스파크랩 >
좋은 스타트업들과 인연을 맺었다. 모바일게임 개발사 ‘파이브락스(5Rocks)’, 인공지능 수학교육 플랫폼을 개발하는 ‘노리(knower)’, 체중 관리를 돕는 유전자 코드 기반 솔루션의 ‘제노플랜(Genoplan)’, 아파트 장기 임대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스테이즈(Stayes)’… 이외에도 망고플레이트, 미미박스, 타운어스, 아마다스 등 함께했던 모든 스트타업이 기억에 남는다. 얼마 전 졸업한 10기는 후속 투자율 87.5%를 달성하기도 했다.
스파크랩은 이제 11기를 모집하고 있다. 스타트업 사이에서 글로벌 진출하면 떠오르는 것이 스파크랩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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