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은행법 개정 대신 ‘인터넷銀 특례법’ 추진

조은아 기자

입력 2018-08-08 03:00 수정 2018-08-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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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산분리 규제완화 시동]“예외적으로 은산분리 완화”
ICT분야 일자리 확대 기대… 시민단체 “재벌 사금고 될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은산(銀産)분리 규제 완화를 공식화했지만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기존에 반대가 컸던 여당은 찬성으로 기울고 있지만 야당 일부 의원과 시민단체들이 “규제를 풀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에서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보다 출발이 20년 늦었고 중국보다도 뒤처졌다”고 말했다.

현행 은행법상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가 10%(의결권은 4%)로 제한돼 있어 IC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도권을 쥐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각각 KT, 카카오가 2대 주주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자본 수혈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중국은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바이두 등 대형 IC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이끌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법을 개정하는 대신에 특례법을 제정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만 은산분리 규제를 풀겠다는 방침이다. 은산분리를 금융산업의 기본 원칙으로 유지하되 예외로 규제를 풀어 인터넷전문은행 등 신(新)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으로 ICT 기업과 금융권의 협업이 활성화되면 양질의 일자리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2022년까지 중금리 대출상품을 연간 3조1000억 원 공급할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활성화되면 이 같은 중금리 상품이 늘어나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로 내몰리는 서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시작으로 은산분리 규제가 풀리면 결국 일반 은행에 대한 장벽도 무너져 버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기업이 은행 지분을 보유해 지배력을 확보했다가 경영 부실이 발생했을 때 예금 등을 끌어다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서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과거 동양그룹 사태는 은산분리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며 “은산분리 규제가 없으면 고객과 총수 일가의 이해가 충돌하고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재벌이 은행업을 이용해 불공정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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