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실적 대기업-반도체 착시… 빅3 제외땐 中-日에 밀린다
김성규 기자
입력 2018-08-08 03:00 수정 2018-08-08 03:00
무역협회, 韓中日 산업 비교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비중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일부 대기업에 지나치게 편중된 반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한국 ICT 업계의 ‘반도체 편식’이 심하고, 중국 일본 기업보다 노쇠해 혁신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주요국의 ICT 산업 성과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10년간 국내 ICT 산업의 경쟁력이 향상됐지만 일부 기업에 집중돼 있고, 신규 창업 및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의 비율이 낮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가 한국무역협회의 도움을 받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캐피털 IQ’에 ICT 업종으로 등록돼 실적을 파악할 수 있는 한중일 3국의 상장사 1965개(한국 559개, 중국 725개, 일본 681개)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미국 신용평가사 S&P가 운영하는 S&P 캐피털 IQ는 전 세계 주요 기업의 재무 정보를 모아놓은 플랫폼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ICT 업계의 영업이익률은 16.2%로 2008년(4.6%)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지난해 중국과 일본 ICT 업계의 영업이익률이 각각 9.0%와 7.9%였음을 감안하면 월등히 앞서는 수치다.
하지만 각국의 매출 최상위 3개 업체를 제외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이 7.2%로 급감한다. 반면 중국은 상위 3개사인 화웨이, 폭스콘, 레노버(레전드 홀딩스)를 제외한 영업이익률이 10.1%다. 일본도 히타치, 후지쓰, 캐논을 제외하면 8.4%로 한국에 앞선다. 중국의 경우 비상장사인 화웨이 대신 중국 하이항(HNA)그룹의 투자부문인 톈진톈하이(天津天海)투자를 ‘톱3’로 간주해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이 11.2%로 더 올라간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 ICT 업계의 실적이 일부 대기업과 반도체 업종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매출 10억 달러(약 1조1250억 원) 이상 기업은 20%가 넘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지만, 기업 수는 20개로 전체 한국 ICT 기업의 3.6%에 불과하다. 나머지 96.4%를 차지하는 매출 10억 달러 미만 기업 534개의 영업이익률은 6.3%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은 매출액 규모에 상관없이 대부분 7∼10% 정도로 고른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한국 ICT 기업의 노쇠화도 문제로 지적됐다. 중국 ICT 업계는 2014년 이후 설립된 비중이 12.3%에 이르고, 미국은 9.4%, 일본도 6.2%지만 한국은 3.5%에 불과했다. 2009년 이후 설립된 기업 비중도 미국과 중국은 모두 25% 이상이지만 한국은 절반인 12.5%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5G, 인공지능(AI),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다루는 ICT 기업의 비중도 6%대인 중국, 일본에 비해 3.9%로 낮았다.
김정균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소 ICT 기업의 성장 사다리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은 게 한국 ICT 업계의 큰 문제”라며 “반도체도 ‘슈퍼 사이클’이 시작되기 전인 2016년까지 영업이익률이 평균 이하였다는 점에서 지난해의 성과는 단기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격 변동이 심한 반도체 업종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한국 ICT 업계의 실적은 언제든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IoT 등 ICT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며, 신규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비중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일부 대기업에 지나치게 편중된 반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한국 ICT 업계의 ‘반도체 편식’이 심하고, 중국 일본 기업보다 노쇠해 혁신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주요국의 ICT 산업 성과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10년간 국내 ICT 산업의 경쟁력이 향상됐지만 일부 기업에 집중돼 있고, 신규 창업 및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의 비율이 낮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가 한국무역협회의 도움을 받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캐피털 IQ’에 ICT 업종으로 등록돼 실적을 파악할 수 있는 한중일 3국의 상장사 1965개(한국 559개, 중국 725개, 일본 681개)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미국 신용평가사 S&P가 운영하는 S&P 캐피털 IQ는 전 세계 주요 기업의 재무 정보를 모아놓은 플랫폼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ICT 업계의 영업이익률은 16.2%로 2008년(4.6%)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지난해 중국과 일본 ICT 업계의 영업이익률이 각각 9.0%와 7.9%였음을 감안하면 월등히 앞서는 수치다.
하지만 각국의 매출 최상위 3개 업체를 제외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이 7.2%로 급감한다. 반면 중국은 상위 3개사인 화웨이, 폭스콘, 레노버(레전드 홀딩스)를 제외한 영업이익률이 10.1%다. 일본도 히타치, 후지쓰, 캐논을 제외하면 8.4%로 한국에 앞선다. 중국의 경우 비상장사인 화웨이 대신 중국 하이항(HNA)그룹의 투자부문인 톈진톈하이(天津天海)투자를 ‘톱3’로 간주해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이 11.2%로 더 올라간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 ICT 업계의 실적이 일부 대기업과 반도체 업종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매출 10억 달러(약 1조1250억 원) 이상 기업은 20%가 넘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지만, 기업 수는 20개로 전체 한국 ICT 기업의 3.6%에 불과하다. 나머지 96.4%를 차지하는 매출 10억 달러 미만 기업 534개의 영업이익률은 6.3%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은 매출액 규모에 상관없이 대부분 7∼10% 정도로 고른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한국 ICT 기업의 노쇠화도 문제로 지적됐다. 중국 ICT 업계는 2014년 이후 설립된 비중이 12.3%에 이르고, 미국은 9.4%, 일본도 6.2%지만 한국은 3.5%에 불과했다. 2009년 이후 설립된 기업 비중도 미국과 중국은 모두 25% 이상이지만 한국은 절반인 12.5%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5G, 인공지능(AI),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다루는 ICT 기업의 비중도 6%대인 중국, 일본에 비해 3.9%로 낮았다.
김정균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소 ICT 기업의 성장 사다리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은 게 한국 ICT 업계의 큰 문제”라며 “반도체도 ‘슈퍼 사이클’이 시작되기 전인 2016년까지 영업이익률이 평균 이하였다는 점에서 지난해의 성과는 단기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격 변동이 심한 반도체 업종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한국 ICT 업계의 실적은 언제든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IoT 등 ICT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며, 신규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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