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판 흔들거나 새 판 짜거나… 시장 약자들의 생존법

신무경기자

입력 2018-08-07 03:00 수정 2018-08-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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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헬로, 듀얼유심폰으로 승부수
원스토어, 수수료율 내려 투자유치
호갱노노, 공생전략으로 업계 4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이자 알뜰폰 사업을 하는 CJ헬로는 지난달부터 유심을 두 개 넣을 수 있는 ‘듀얼유심폰’을 판매하고 있다. 듀얼유심폰은 전화통화는 이통 3사의 유심을, 데이터는 알뜰폰 유심을 각각 사용해 통신비를 아껴보려는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단말기 수요가 줄까봐 판매를 꺼리고 있다.

CJ헬로는 중고폰 시장에도 손을 뻗었다. 2016년부터 시작해 최근 새 단장한 ‘헬로리퍼폰’은 중고 시세 50만 원대 갤럭시S8을 2년 약정 시 37만 원에 살 수 있는 서비스. 구매가 싫으면 원하는 기간만큼 대여한 뒤 반환할 수도 있다. 중고폰은 국내에서 연간 1000만 대씩 거래돼 수요가 높다. 이 역시 이통사는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다.

‘약자’ CJ헬로는 ‘강자’ 이통사가 외면하지만 소비자들은 원하는 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그 결과는 결코 얕잡아 볼 정도가 아니다. 듀얼유심폰(블랙베리 키2)은 자사 온라인몰에서 인기 단말기(갤럭시 시리즈)와 비슷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고, 헬로리퍼폰 이용자는 7월 현재 1월 대비 26% 증가했다.

업계 선두 주자(강자)들이 그동안 시장에서 이익이 되지 않아 무시했거나, 관행적으로 해왔던 사업들을 후발 주자(약자)가 역발상으로 승부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생존을 위한 ‘약자들의 반란’인 셈이다.

‘판을 흔든’ 또 다른 사례는 이통 3사와 네이버가 연합한 토종 앱 장터 원스토어. 앱 장터는 구글(구글플레이), 애플(앱스토어) 등이 사실상 과점해온 시장으로 ‘30% 수수료율’은 10년 동안 깨지지 않는 철옹성이었다. 앱개발자로부터 매출의 30%를 꼬박꼬박 받아간 것. 이 때문에 다수의 한국 게임 개발사들은 “재주는 개발사가 부리고 정작 돈은 구글과 애플이 다 챙긴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에 원스토어는 이 같은 앱개발자의 불만에 주목했다. 지난달부터 수수료율을 5∼20%로 낮췄고 그 결과 원스토어에 입점하지 않았던 대형 게임회사(넥슨)를 유치했다. 또 중국 게임사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제안 받는 등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이다.

절대 강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한’ 시도들도 이어지고 있다.

2015년 8월 설립한 부동산정보 앱 ‘호갱노노’는 생존전략을 ‘적과의 동침’으로 정했다. 온라인 부동산 서비스의 절대 강자인 네이버 부동산과 함께 공존을 목표로 삼은 것. 하지만 네이버 부동산의 강점인 매물 중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공공데이터(실거래가, 인구이동 등) 서비스, 커뮤니티(댓글) 활성화, 모바일형 유저 인터페이스(UI) 등 한발 더 나아간 서비스를 제시했다. 덕분에 서비스 시작 2년 만에 모바일 부동산 앱 월간순이용자수(MAU) 기준 업계 4위로 올라섰다.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 라인, 카카오톡 등 메신저 등이 즐비한 메신저 앱시장에서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는 중동지역에 초점을 맞춰 동영상 서비스로 승부수를 던진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는 IT업계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하이퍼커넥트는 스타트업 메신저 앱(아자르)으로선 드물게 중동에서 누적 다운로드 2억 건(매출 624억 원)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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